충남에서 출발해 꼬박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전라남도 강진. 유홍준 교수님의 책에서 봤던 남도 음식의 풍요로움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 강진에서도 손꼽히는 맛집이라는 ‘설성식당’으로 향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묘미는 역시 맛집 탐방이지. 1인 식사가 가능한지, 혼자라도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분위기인지 은근히 신경 쓰면서 말이다. 오늘도 혼밥 성공을 기원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식당 문을 열었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말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꽤 긴 웨이팅을 예상해야 할 듯했다. 식당 주변은 온통 연탄불고기 골목이었다. 비슷한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정겨웠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설성식당’이었다. 간판에는 ‘한식전문’이라고 적혀 있었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에서 맛집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색 간판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 동안 식당을 둘러봤다. 식당 건물은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한 듯 보였다. 투명한 비닐과 대나무로 얼기설기 막아놓은 외벽이 인상적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보던 풍경이 떠올라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벽에는 KBS 6시 내고향에 출연했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역시, 유명한 곳은 다르구나.

4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니,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었다. 방마다 번호가 붙어 있었고, 나는 2인 상이 기본으로 차려지는 작은 방으로 안내받았다. 혼자 온 손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방바닥은 따뜻했고, 엉덩이가 시리지 않도록 푹신한 방석이 놓여 있었다. 혼밥족을 위한 배려일까? 아니면 원래 이런 따뜻함이 있는 곳일까?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기도 전에, 건장한 남자 직원 두 분이 커다란 상을 들고 들어왔다. 상다리가 휘어질 듯 푸짐한 한 상 차림에 입이 떡 벌어졌다. 연탄불고기를 중심으로 홍어, 조기구이, 양념게장, 각종 나물과 김치 등 30여 가지의 반찬이 빈틈없이 놓여 있었다. 1인분에 13,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게 바로 전라도 인심인가!

가장 먼저 연탄불고기에 눈길이 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붉은 빛깔의 불고기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은은한 불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달콤 짭짤한 양념과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얇게 썰린 양파와 함께 쌈을 싸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향긋한 풍미가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다음은 홍어에 도전했다. 사실 홍어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남도에 왔으니 안 먹어볼 수 없지.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홍어 한 점을 집어 초장에 듬뿍 찍어 입에 넣었다. 톡 쏘는 암모니아 향이 코를 찌르는 듯했지만, 묘하게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예전에 다른 곳에서 먹었던 홍어보다 덜 삭힌 것 같아,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기구이도 빼놓을 수 없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조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짭짤한 간이 배어 있어 밥반찬으로 제격이었다. 양념게장도 훌륭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게살에 듬뿍 배어 있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게 껍데기에 밥을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나머지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갓김치, 콩나물, 도라지, 멸치볶음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물들은 짜지 않고 간이 적당해서 좋았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갓김치는 시원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다.
혼자였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푸짐한 음식들을 맛보며, 강진의 풍요로운 자연과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밥을 두 공기나 비우고 나서야 겨우 숟가락을 놓을 수 있었다. 정말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방마다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추가 주문이나 필요한 반찬은 전화로 주문하면 된다고 한다. 혼자 와서 말 걸기가 쑥스러울 때, 전화로 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대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주차장은 식당 바로 옆에 넓게 마련되어 있어 주차 걱정은 없을 것 같다. 화장실은 주차장 옆에 있는데, 남녀 공용이라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

설성식당에서의 식사는 강진 지역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푸짐한 남도 밥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는 것 정도일까. 하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