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잊고 지냈던 일본 여행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특히 끈적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마제소바의 맛이 간절하게 떠올랐다. 그래서 퇴근 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대구 동성로의 골목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칸다소바’. 좁은 골목 안, 은은하게 빛나는 작은 간판이 나를 맞이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활기찬 “이랏샤이마세!”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일본 특유의 아늑함이 느껴지는 공간은, 퇴근 후 지친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듯했다. 나무 소재의 테이블과 의자, 벽면에 걸린 일본 풍경 사진들이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어, 부담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오스크 앞에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마제소바와 아부라소바, 두 가지 메뉴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선택은 마제소바.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문구에 홀린 듯 이끌렸다. 곧이어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드디어 마주한 마제소바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짙은 갈색의 양념 위에 곱게 다져진 부추, 김 가루, 그리고 중앙에 톡 터뜨린 듯한 노른자가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 노른자를 보니, миксера (섞다) 라는 마제소바의 어원처럼, 모든 재료를 잘 섞어 맛의 향연을 펼쳐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솟아올랐다.
젓가락을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면과 고명을 힘차게 비볐다. 쫀득한 면발이 묵직한 양념과 하나가 되어, 진한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고,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드디어 첫 입.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바로 그 맛이었다. 돼지고기 육수를 졸여 만든 듯한 깊고 진한 양념은, 혀끝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쫄깃한 면발은 찰랑거리는 춤을 추듯 입안을 즐겁게 만들었다. 다진 고기의 씹는 맛과 향긋한 부추의 조화는,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느 정도 먹다 보니, 살짝 느끼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다시마 식초와 고추기름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마 식초를 살짝 뿌리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고추기름을 더하니, 은은한 매콤함이 더해져 새로운 맛의 세계가 펼쳐졌다. 마치 마법처럼, 전혀 다른 두 가지 요리를 맛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면을 모두 먹고 난 후,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직원분께 공기밥을 요청하니, 따뜻한 밥 한 공기를 정성스럽게 가져다주셨다. 밥알 하나하나에 양념이 깊숙이 배어 들어, 숟가락을 놓을 수 없는 황홀한 맛을 선사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하고,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그 오묘한 조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다시 칸다소바로 이끄는 듯하다.

다음 방문에는 아부라소바를 꼭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싱싱한 부추가 산처럼 쌓여 올려진 아부라소바는, 마제소바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낼 것 같았다. 특히 돼지 껍데기를 토핑으로 추가하면,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감이 솟아오른다.
하지만, 솔직히 아쉬운 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게 위치가 골목 안쪽에 있어 찾아가기 쉽지 않고,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또한, 내가 방문했을 때는 한정 메뉴인 지로계 라멘을 판매하지 않아 맛볼 수 없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다소바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친절한 직원분들의 따뜻한 미소와 활기 넘치는 에너지, 그리고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마제소바의 맛은, 나를 다시 이곳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직원분께서 시원한 홀스 사탕을 건네주셨다. 입안 가득 퍼지는 청량함은, 텁텁했던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완벽한 마무리였다.

칸다소바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작은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북적이는 동성로의 거리, 그 속에서 만난 칸다소바는,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였다. 다음에는 아부라소바와 함께 시원한 하이볼 한 잔을 기울이며, 칸다소바의 또 다른 매력을 만끽해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입가에 맴도는 미소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칸다소바, 그곳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소중한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오늘 저녁, 대구 동성로에서 특별한 맛집 경험을 하고 싶다면, 칸다소바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