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떠나는 남원 미식여행, 춘향의 고을에서 만난 추어탕 거리 맛집

전주에서 영화의 거리를 뒤로하고, 버스에 몸을 실어 도착한 곳은 남원. 춘향전의 배경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곳에 추어탕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혼밥 성지 순례에 나섰다. 혼자 여행하며 혼밥은 이제 일상. 남원에서는 어떤 맛있는 이야기가 펼쳐질까?

남원 버스터미널에 내리니, 도시 전체가 춘향의 향기로 가득한 듯했다. 길가에는 춘향과 이몽룡의 조형물이 곳곳에 서 있었고, 건물 외벽에는 춘향전의 한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추어탕 거리는 광한루원 근처에 있다고 하니,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했다. 여행은 역시 걷는 맛이지.

광한루원 방향으로 걷다 보니, 저 멀리 특이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옅은 하늘색을 배경으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모습. 머리에는 앙증맞은 갓까지 쓰고 있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꽤나 웅장했다. 추어탕 거리에 거의 다 왔다는 것을 알리는 이정표 같았다.

남원 추어탕 거리 입구 조형물
추어탕 거리 입구를 지키는 미꾸라지 조형물. 갓을 쓴 모습이 꽤나 귀엽다.

드디어 추어탕 거리에 도착!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활기 넘쳤다. 20여 개의 식당들이 저마다의 간판을 내걸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3대째 이어온 전통을 자랑하는 곳부터, 깔끔한 현대식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곳까지, 다양한 분위기의 식당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혼밥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분위기. 너무 붐비거나 시끄러운 곳은 피하고 싶었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식사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곳은 바로 “부산집”이라는 간판을 내건 식당이었다.

부산집 외관
깔끔한 외관이 인상적인 부산집. 혼밥하기 좋은 분위기일 것 같아 선택했다.

하얀색과 파란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외관이 깔끔했고,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내부도 아늑해 보였다. 무엇보다 혼자 앉아 식사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테이블 배치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 오늘 나의 혼밥 장소는 바로 여기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가 나를 맞이했다. 은은하게 풍기는 추어탕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혼자 오셨어요?” 주인 아주머니의 친절한 물음에 “네”라고 답하니, 창가 자리를 안내해 주셨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옆 사람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혼밥족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추어탕 종류가 다양했다. 기본 추어탕부터, 얼큰 추어탕, 통 추어탕까지.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가장 기본인 남원 추어탕을 주문했다. 추어탕 가격은 10,000원. 가격도 적당한 것 같았다. 주문을 마치고, 식당 내부를 둘러봤다. 벽에는 춘향전 관련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테이블마다 놓인 작은 화분들이 싱그러움을 더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어탕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추어탕의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쟁반에는 추어탕과 함께 밥, 김치, 깍두기, 콩나물, 부추, 다진 마늘, 고추 등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부산집 휴게실
식당 한켠에 마련된 휴게 공간. 식사 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먼저, 추어탕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갈아 넣었다고 하는데, 전혀 비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된장과 채소의 조화가 훌륭했고, 국물이 정말 시원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이 인상적이었다.

밥 한 숟가락을 추어탕에 말아, 김치를 얹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깍두기도 아삭하고 시원했고, 콩나물은 고소했다. 특히, 부추와 다진 마늘, 고추를 듬뿍 넣어 먹으니, 풍미가 훨씬 더 깊어졌다. 얼큰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더해져,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혼자 먹는 밥이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이것이 바로 혼밥의 매력 아닐까.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뚝배기 바닥이 보일 때까지,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정말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었어요!”라고 답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주머니께서는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셨다.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남원 조형물
돌 위에 놓인 노란 모자 조형물. 남원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식당을 나와 다시 추어탕 거리를 걸었다. 배도 부르고, 따뜻한 햇살도 좋고,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이었다. 남원은 섬진강의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라, 예로부터 미꾸라지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추어탕이 유명해진 것이겠지. 자연이 준 선물 같은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추어탕 거리 주변에는 춘향테마파크, 지리산 둘레길 등 다양한 관광지가 있다. 밥도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 남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러 가야겠다. 혼자 떠나온 남원 여행. 추어탕 한 그릇으로 시작이 참 좋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남원에서는 더욱!

남원추어탕 외부전경
3대째 이어온 남원 추어탕 전문점. 깔끔한 외관이 눈에 띈다.
할매추어탕
밤에 본 할매추어탕 간판. 밝게 빛나는 글씨가 인상적이다.
전봇대
추어탕 거리 주변 풍경. 하늘과 전봇대가 어우러진 모습이 정겹다.
미꾸라지 동상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미꾸라지 조형물. 갓이 정말 잘 어울린다.
고향마루 추어탕
고향마루 추어탕 외관. 전통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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