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유난히 집밥이 그리웠다. 혼자 사는 자취생에게 제대로 된 한 상 차림은 언제나 로망과 같은 존재.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텅 빈 공간만이 나를 반겼다. ‘오늘은 무조건 밖에서 든든하게 먹어야겠다’ 다짐하며, 스마트폰을 켰다. ‘화명동 맛집’ 검색! 수많은 맛집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바로 ‘쌈밥’이었다. 그래, 오늘 저녁은 쌈밥으로 정했다. 혼밥 레벨이 만렙인 나에게, 쌈밥집 도전은 또 다른 미션과도 같았다.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니, 골목 안에 숨어있는 곳이라 했다. 네비게이션을 켜고 조심스럽게 골목길을 따라 들어갔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오늘의 목적지.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지만, 왠지 모를 ‘찐 맛집’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는 않았지만, 혼자 앉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다행히 카운터석은 없었지만,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혼밥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편안함’이니까.
메뉴는 단 하나, 쌈밥 정식! 인원수만 말하면 자동으로 주문이 들어간다고 한다. 고민할 필요 없이 “혼자 왔습니다!” 외치니, 사장님은 무심한 듯 친절하게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하셨다.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밑반찬들이 쉴 새 없이 테이블 위로 쏟아져 나왔다. 마치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비주얼이었다. 혼자 왔는데 이렇게 많이 줘도 되는 건가, 괜스레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윤기가 좔좔 흐르는 고등어조림이었다. 큼지막한 고등어 한 토막이 매콤한 양념에 푹 조려져 나왔는데,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돌았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살짝 떼어 맛보니, 역시나 기대 이상의 맛!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고등어 살 속까지 깊숙이 배어 있었다. 밥 위에 얹어 먹으니, 순식간에 밥 한 공기가 사라지는 마법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해산물도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짭짤하게 양념된 꼬막, 쫄깃한 쭈꾸미 볶음, 신선한 굴까지! 쌈밥집에서 이렇게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특히 쭈꾸미 볶음은 매콤하면서도 불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쌈 채소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싱싱한 상추, 깻잎, 다시마, 양배추 등 다양한 종류의 쌈 채소가 푸짐하게 제공되었다. 특히 다시마 쌈은 젓갈과 함께 먹으니,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정말 일품이었다. 쌈 채소에 밥과 쭈꾸미 볶음을 넣고, 쌈장을 듬뿍 찍어 한 입 가득 넣어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 쌈을 싸 먹을 때마다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짭짤한 꼬막 무침은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고, 아삭한 식감의 겉절이는 갓 담근 듯 신선했다. 특히 좋았던 건, 반찬 종류가 다양해서 젓가락이 쉴 틈이 없었다는 점이다. 혼자 밥을 먹다 보면, 괜히 심심해질 때가 많은데, 여기서는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된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었다. 뜨끈한 뚝배기에 담겨 나온 된장찌개는, 구수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두부, 호박, 양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는,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밥에 쓱쓱 비벼 먹으니,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폭풍 흡입을 마치고 나니, 배가 터질 듯 불렀다. 정말 푸짐하고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네, 가세요”라고 답하셨지만, 왠지 모르게 정감이 느껴졌다.
혼밥하기 좋은 곳인지, 1인분 주문이 가능한지, 혼자 와도 눈치 안 보이는 분위기인지 걱정하며 방문했지만, 모든 걱정이 무색할 만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오히려 혼자라서 더 여유롭게 음식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화명동에서 혼밥할 곳을 찾는다면, 자신 있게 이 곳을 추천하고 싶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홀서빙하시는 사장님의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실제로 살가운 스타일은 아니셨다. 하지만, 음식 맛은 훌륭했으니,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밥맛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내 입맛에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밥맛에 민감한 분들은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전체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푸짐한 반찬과 신선한 쌈 채소,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성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건강한 집밥 스타일의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니,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마법이 일어난 것이다. 역시, 밥심으로 사는 대한민국! 화명동 숨은 맛집에서, 오늘도 행복한 혼밥을 즐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