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잡고 읍내 장에 가면, 꼭 들르던 밥집이 있었어라. 왁자지껄 사람 사는 냄새 폴폴 풍기는 곳이었지. 오늘 찾아간 화순 ‘벽오동’이 딱 그런 느낌이더라.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서는 순간, 어릴 적 추억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것 같았어.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가득하더라고. 역시, 맛있는 집은 다들 알아본다니까.
나무로 지어진 식당 내부는 훤칠하니 시원스러웠어. 천장을 올려다보니 굵은 나무 기둥들이 튼튼하게 버티고 있더라고. 마치 시골집 대청마루에 앉아있는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어. 노란빛 조명이 은은하게 감싸는 분위기하며, 정겨운 풍경에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더라.
자리에 앉자마자 인원수대로 주문을 받으시더니, 순식간에 상이 꽉 차도록 음식이 차려지는 거 있지. 이야, 이 맛깔스러운 반찬들 좀 보소! 쟁반 가득 담긴 푸짐한 인심에 입이 떡 벌어졌다니까.

나는 보리밥 정식을 시켰는데, 세상에, 1인당 가격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구성이었어. 커다란 대접에 보리밥이 나오고, 갖가지 나물 반찬이 넉넉하게 담겨 나왔지. 콩나물, 무생채, 열무김치, 고사리, 취나물 등등… 하나하나 맛깔스럽게 무쳐낸 나물들을 보니,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밥상이 떠오르더라.
보리밥에 나물들을 듬뿍 넣고, 고추장 쪼매 넣어서 쓱싹 비벼 먹으니, 이야… 이 맛이야! 톡톡 터지는 보리알의 식감과 향긋한 나물의 조화가 아주 찰떡이더라. 거기에 매콤한 고추장이 더해지니, 잃었던 입맛도 돌아오는 기분이었어.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다니까.
보리밥만 있는 게 아니여. 뽀얀 자태를 뽐내는 돼지고기 수육도 한 접시 나오는데, 야들야들 부드러운 것이 입에서 살살 녹는 거 있지. 돼지 특유의 잡내는 하나도 없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어. 갓 담근 배추 겉절이에 싸서 먹으니, 금상첨화더라.

뿐만 아니라,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 따끈한 계란찜, 매콤달콤한 양념게장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훌륭한 맛이었어. 특히 양념게장은 어찌나 신선한지, 입에 넣는 순간 바다 내음이 확 퍼지는 것 같더라. 양념도 과하게 맵거나 짜지 않고, 딱 알맞게 매콤달콤해서 자꾸만 손이 갔어.
된장국도 빼놓을 수 없지. 구수한 된장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 딱 집에서 끓인 듯한 깊은 맛이 느껴졌어. 뜨끈한 국물 한 모금 들이켜니, 속이 촤악 풀리는 기분!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라, 괜스레 눈물이 핑 돌더라.
반찬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긴 맛이라, 도저히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어. 푸짐한 밥상 앞에서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배가 빵빵하게 불러오더라고.

벽오동은 맛도 맛이지만, 무엇보다 푸근한 인심이 참 좋았어. 바쁜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직원분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지. 넉넉한 인심과 푸짐한 음식 덕분에,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어.
다만, 아쉬운 점도 아주 쪼끔은 있었어. 손님이 워낙 많다 보니, 정신없는 분위기라는 거. 그리고 몇몇 반찬은 신선도가 살짝 아쉬웠다는 거.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벽오동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해.
나오는 길에 보니, 어르신들을 모시고 온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더라고. 역시, 어른들은 이런 푸짐한 한상차림을 좋아하시지. 다음에는 우리 부모님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했어.

화순에서 맛있는 밥집을 찾는다면, 주저 말고 ‘벽오동’에 가보라고 말하고 싶어. 푸짐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을 느껴볼 수 있을 거야. 한 숟갈 뜨면 고향 생각나는, 따뜻한 밥상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 그리고 주차장은 넓으니 걱정 말고. 다만,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많으니, 조금 서둘러 가는 게 좋을 거야.
오늘도 벽오동 밥상 덕분에, 배부르고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어. 역시, 밥심으로 사는 거라니까!

참, 보리밥 말고 쌀밥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될 거야. 나는 다음에는 쌀밥 정식도 한번 먹어볼까 싶어. 왠지 그것도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팍 오거든.
오늘 벽오동에서 맛본 푸짐한 보리밥 한 상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화순 맛집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