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부터 이어진, 인천 향토의 맛! 연수구 백면옥에서 맛보는 깊은 평양냉면

오랜만에 평양냉면이 간절해졌다. 서울의 유명 노포들을 섭렵하고 싶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인천에서 그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백면옥, 1982년부터 그 역사를 이어왔다는 문구가 왠지 모를 믿음을 주었다. 드디어 오늘,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주말 점심시간, 혹시나 웨이팅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자리는 있었다. 하지만 주변은 온통 먹거리 상권인지, 주차 공간을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몇 바퀴를 빙빙 돌다가 겨우 근처 공영주차장을 발견했지만, 이중 주차를 해야 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맛있는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 정도 불편함쯤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백면옥 내부 벽면에 걸린 방송 출연 광고 사진들
백면옥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방송 출연 광고.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벽면 가득 붙어있는 방송 출연 광고들이 눈에 들어왔다. KBS, Today 등 다양한 방송 매체에서 백면옥을 소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82년부터 이어져 온 역사와 더불어, 방송에서도 인정한 맛집이라는 사실에 더욱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마치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기 전, 그의 화려한 수상 경력을 훑어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평양냉면은 물론, 비빔냉면, 섞어냉면, 그리고 어복쟁반까지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첫 방문이니만큼 평양냉면 본연의 맛을 느껴보기로 했다. 특이하게도 메밀 함량을 70%와 100%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100% 메밀면은 추가 요금이 있다는 안내 문구가 작게 적혀 있었다. 쫄깃한 식감보다는 메밀의 풍미를 더 느끼고 싶어 100% 메밀면으로 주문했다.

백면옥 메뉴판
평양냉면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메밀차와 육수가 주전자에 담겨 나왔다. 은은한 메밀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고, 따뜻한 육수는 속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차가운 메밀차는 시원함을 더했고, 깔끔하고 진한 육향이 풍기는 온육수는 추운 날씨에 얼었던 몸을 녹여주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평양냉면이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냉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뽀얀 육수 위로 가지런히 놓인 메밀면, 그 위에는 삶은 계란 반쪽과 오이, 그리고 얇게 썰린 편육 두 점이 올려져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모습이 평양냉면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정갈하게 담겨 나온 평양냉면
놋그릇에 담겨 나온 평양냉면은 시각적으로도 시원함을 선사했다.

가장 먼저 육수부터 맛보았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육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슴슴하면서도 은은한 감칠맛이 느껴지는 것이, 왜 평양냉면을 ‘미식의 고수’들이 즐겨 찾는지 알 것 같았다.

면을 풀기 전, 다시 한번 육수를 음미했다. 살짝 간이 되어 있는 듯한 한우 육수는 감칠맛을 더했고, 깔끔하고 담백한 맛은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었다. 마치 잘 숙성된 동치미 국물을 마시는 듯한 시원함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젓가락으로 면을 풀어 육수와 함께 맛보았다. 100% 메밀면은 생각보다 툭툭 끊어지는 식감이었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메밀의 향은 정말 훌륭했다. 면을 씹을수록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은 육수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슴슴함 속에 숨겨진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평양냉면 더 맛있게 먹는 비결’이 적힌 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식초와 겨자는 한우 육수의 향을 해치므로 넣지 말고, 면을 따로 덜어 다시마 식초를 소스처럼 뿌려 먹으라는 내용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평양냉면 맛있게 먹는 비결 안내문
평양냉면을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 안내되어 있다.

안내문대로 면을 조금 덜어 다시마 식초를 뿌려 먹어보니, 색다른 풍미가 느껴졌다. 다시마 식초의 은은한 향과 새콤한 맛이 메밀면과 어우러져, 입안을 더욱 상쾌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평양냉면 본연의 맛이 더 좋았다.

평양냉면을 먹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함께 나온 고명들이 육수의 향을 해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오이의 향긋함과 삶은 계란의 노른자에서 나는 유황 냄새, 그리고 송송 썰어 넣은 파까지, 슴슴한 육수의 맛을 가리는 듯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평양냉면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평양냉면과 함께 곁들여 먹기 위해 녹두전도 주문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녹두전은,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을 보완해주는 훌륭한 조연이었다. 특히 녹두 특유의 고소한 풍미는, 평양냉면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평양 물냉면의 모습
놋그릇의 묵직함이 냉면의 깊이를 더하는 듯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백면옥이 왜 인천에서 유명한 평양냉면 맛집으로 손꼽히는지 알 수 있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육수의 풍미, 100% 메밀면의 독특한 식감, 그리고 정갈한 분위기까지,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훌륭한 평양냉면 경험을 선사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평양냉면 초보자에게는 다소 슴슴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백면옥은 인천에서 평양냉면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백면옥에서는 평양냉면 외에도 다양한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어복쟁반은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메뉴 중 하나인데, 다음 방문 때는 꼭 어복쟁반을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또한, 비빔냉면도 맛있다는 평이 많으니, 평양냉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인상적인 비빔냉면
다음에는 비빔냉면도 꼭 한번 맛보고 싶다.

백면옥은 인천 연수동 양지 공영주차장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 주차는 다소 불편하지만,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1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이며, 브레이크 타임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슴슴한 평양냉면의 여운이 입안에 맴돌았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던 백면옥의 평양냉면은, 내 미식 경험에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어복쟁반을 맛보러 와야겠다. 인천 연수구에서 맛보는 평양냉면의 진수, 맛집 백면옥에서 행복한 미식 경험을 만끽해보시길 바란다.

평양냉면 위에 올려진 삶은 계란과 오이 고명
고명은 평양냉면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100% 메밀로 만든 평양냉면 면발
메밀 함량 100%의 면은 평양냉면 마니아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다.
테이블마다 설치된 키오스크
테이블마다 설치된 키오스크로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다.
깔끔하고 넓은 백면옥 내부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백면옥 섞어 냉면
섞어 냉면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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