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낮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문득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칼국수집이 떠올랐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곳, 평일 점심에도 웨이팅이 끊이지 않는다는 그곳, 바로 엤가칼국수였다. 요즘처럼 순식간에 생겨났다 사라지는 식당들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노포의 저력은 과연 어떤 맛일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엤가칼국수를 찾아 나섰다.
9시 30분에 문을 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서둘러 출발했지만,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건물 아래 주차장은 거의 만차였다. 다행히 마지막 남은 한 자리에 차를 잽싸게 주차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밖에서 보기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2층 건물. 옛집을 리모델링했다는 이야기가 실감 났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네댓 테이블 정도가 손님들로 채워져 있었고, 그 뒤로도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메뉴는 단 두 가지, 칼국수와 양많이 칼국수였다. 가격은 동일하다는 점이 특이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일반 칼국수를 주문하고, 혹시나 부족할까 싶어 공깃밥도 하나 추가했다. 메뉴판에는 15분 정도 소요된다고 적혀 있었지만,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거웠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칼국수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칼국수는 보기만 해도 푸짐했다. 뽀얀 국물 위에는 김 가루와 고기 고명이 소담하게 올려져 있었다. 면발은 눈으로 보기에도 탱글탱글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가장 먼저 국물부터 맛보았다. 진한 황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순간, 30년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듯했다. 흔히 먹는 바지락칼국수와는 차원이 다른, 깊고 시원한 맛이었다. 마치 곰탕처럼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국물은 정말 일품이었다.
면발은 기대했던 대로 정말 훌륭했다. 겉은 부드러우면서도 속은 쫄깃한, 완벽한 식감이었다. 젓가락으로 휘저을 때마다 면발들이 춤을 추는 듯했다. 면과 국물이 어우러지는 조화는, 왜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왔는지 단번에 이해시켜 주었다.

칼국수와 함께 나온 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 겉절이 스타일의 김치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한 입 먹어보니, 매콤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정말 좋았다. 특히, 고추장 맛이 살짝 느껴지는 양념은 칼국수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솔직히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테이블 한쪽에는 다진 청양고추 양념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된장 베이스의 양념장은 국물에 넣어 먹으니 칼칼한 맛을 더해 주었다. 특히, 밥을 말아 먹을 때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칼국수를 먹다 보니, 국물 맛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맑고 깔끔한 황태 국물 맛이 강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명에서 우러나온 맛이 더해져 조금 더 진하고 깊은 맛으로 변해갔다. 마치 라멘을 먹는 것처럼, 한 그릇 안에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재미있었다.
사실 나는 칼국수를 그다지 즐겨 먹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엤가칼국수의 칼국수는 정말 특별했다. 굳이 칼국수 맛집을 찾아다니지 않는 나조차도, 이곳의 칼국수는 다시 한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식당 앞 골목길은 주차된 차들로 가득했다. 엤가칼국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계산을 하면서 여쭤보니, 요즘은 재료 소진으로 인해 4시쯤 문을 닫는다고 한다. 주말에는 특히 더 빨리 마감된다고 하니, 방문 전에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엤가칼국수의 칼국수 맛이 자꾸만 떠올랐다. 진한 황태 국물과 쫄깃한 면발, 그리고 매콤한 김치의 조화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수유동 칼국수 맛집으로 불리는 이유를 제대로 경험한 하루였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엤가칼국수 방문 팁:
* 영업시간: 오전 9시 30분 ~ 재료 소진 시 마감 (보통 4시쯤 마감)
* 주말에는 특히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좋다.
* 메뉴는 칼국수와 양많이 칼국수 두 가지. 가격은 동일하다.
* 김치가 정말 맛있으니, 밥과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한다.
* 다진 청양고추 양념장을 넣어 칼칼하게 즐기는 것도 좋다.
*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대중교통 이용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