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묵혀둔 그리움을 안고 영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 손맛이 그리울 때면 어김없이 찾았던 생선찜 전문점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그 맛은 희미해졌지만, 40년 전통을 이어온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강대감 식당,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은 묘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기차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드디어 목적지가 눈에 들어왔다. 낡은 2층 건물, 회색빛 벽돌 사이로 삐져나온 세월의 흔적이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커다란 간판에는 “강대감 식당”이라는 큼지막한 글씨와 함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포인트를 준 글씨체는 어딘가 정겨운 느낌을 자아냈다. 문 앞에는 ‘생선모듬찜’ 사진과 함께 메뉴를 소개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미 문을 열기 전부터, 풍성한 생선찜의 향연에 대한 기대감이 솟아올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 펼쳐졌다.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는 마치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보던 것과 같았다. 천장에는 낡은 형광등이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메뉴판과 낙서들이 가득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은,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인지, 다행히 몇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한쪽에서는 연신 찌개 끓는 소리와 함께,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생선모듬찜’이었다. 코다리, 이면수, 가오리, 뽈낙 등 다양한 생선이 콩나물과 함께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고 했다. 그 외에도 과메기, 닭볶음탕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망설임 없이 생선모듬찜을 주문했다. 에서 볼 수 있듯, 메뉴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손글씨로 적힌 메뉴 이름과 가격은 정겨움을 더했고, 원산지 표시를 꼼꼼하게 해 놓은 점도 인상적이었다.
주문이 끝나자, 곧바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콩나물무침, 김치, 멸치볶음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은 하나하나 맛깔스러웠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김치는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밑반찬을 맛보며 기다리는 동안, 주방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생선모듬찜이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접시에 담긴 찜은,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푸짐했다. 붉은 양념에 뒤덮인 생선들과 콩나물, 파, 깨소금이 어우러진 모습은 식욕을 자극했다. 코다리, 이면수, 가오리, 뽈낙 등 다양한 생선들이 큼지막하게 썰어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아삭한 콩나물이 듬뿍 들어 있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찌르며, 침샘을 자극했다. 에서 확인할 수 있듯, 찜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붉은 양념에 뒤덮여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젓가락을 들어 가장 먼저 코다리 한 점을 집어 들었다. 부드러운 살점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고, 매콤한 양념은 혀끝을 자극했다. 뒤이어 이면수를 맛보니,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가오리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느껴졌고, 뽈낙은 쫄깃하면서도 탱탱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각각의 생선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입안 가득 풍성한 풍미를 선사했다.
특히, 콩나물은 아삭한 식감과 함께 시원한 맛을 더해, 생선찜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콩나물에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밥과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찜 속에 숨어 있는 떡도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며, 먹는 재미를 더했다.
양념은 매운찜이라기보다는 생선조림 정도의 맵기였다. 칼칼한 매운맛보다는 은은하게 매콤한 맛이 감돌았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 위에 생선 살을 듬뿍 올려 한 입 가득 넣으니,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할머니의 손맛은,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찾아주는 듯했다.
먹는 동안, 남자 사장님의 무뚝뚝하면서도 정감 있는 경상도 사투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친절한 미소와 상냥한 말투는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정이 느껴졌다. 4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장인의 고집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듯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하지만, 찜은 아직도 푸짐하게 남아 있었다. 배가 불렀지만, 남은 찜을 포장해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젓가락을 다시 들고, 남은 찜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볶음밥이나 국수사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거나, 국수사리를 넣어 비벼 먹으면 더욱 맛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볶음밥과 국수사리가 없다는 사실이, 오랜 전통을 지켜온 이 식당의 고집스러움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강대감 식당. 그곳에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정이 함께 있었다. 다음에 영주를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찾아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생선찜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 부드러운 생선 살, 아삭한 콩나물의 조화는 완벽에 가까웠다. 40년 동안 한결같은 맛을 유지해온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주방장의 손맛과 정성, 그리고 지역민들의 사랑이 어우러진 결과일 것이다. 강대감 식당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영주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영주 맛집 기행을 마무리하며, 강대감 식당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40년 전통의 손맛은, 세대를 이어 전해져 내려오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영주를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생선찜 한 접시에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깊은 감동과 지역의 정취가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