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탑 아래, 추억을 되짚는 맛의 향연…수유 이설함흥냉면에서 만난 서울 불고기 참맛집

어스름한 저녁, 419탑을 향하는 길은 언제나 묘한 설렘을 안겨준다. 숭고한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 길 끝에, 오늘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곳은 바로 ‘이설함흥냉면’이다. 냉면, 그 시원한 이름 뒤에 숨겨진 따뜻한 불고기의 유혹을 찾아, 나는 기꺼이 미식의 여정을 떠난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넓고 깔끔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은은하게 퍼지는 따뜻한 조명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얼었던 몸을 부드럽게 녹여준다. 주차 공간도 넉넉하다고 하니, 가족 외식 장소로도 손색이 없겠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역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서울옛날불고기’. 2인분을 주문하면 1인분을 더 주는 행사 중이라는 문구가, 나의 마음을 더욱 흔든다. 불고기와 함께, 이 집의 대표 메뉴인 함흥냉면도 빼놓을 수 없지. 비빔냉면 하나와 물냉면 하나를 추가로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한다. 윤기가 흐르는 잡채, 새콤하게 입맛을 돋우는 가자미회무침, 그리고 따뜻한 미역국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다. 특히 가자미회무침은,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매콤함으로 나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마치 할머니가 해주셨던 그 맛, 정겨운 고향의 맛이 느껴진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울옛날불고기가 등장했다. 얇게 저민 목심 부위의 불고기가,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불판 위에 올려진다. 놋쇠 냄비에 담겨 나온 불고기는,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먹던 바로 그 모습이다. 촉촉하게 젖은 불고기 위로 팽이버섯과 푸릇한 채소가 듬뿍 올려져,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푸짐하게 쌓인 서울옛날불고기
소불고기 위로 수북이 쌓인 채소가 신선함을 더한다.

불판이 달궈지자, 직원분께서 능숙한 솜씨로 불고기를 구워주신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달콤한 불고기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기름기가 적은 목심 부위를 사용해서인지, 느끼함 없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간이 세지 않아, 아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잘 익은 불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의 감촉과 함께,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한 양념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슴슴한 듯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이, 마치 어릴 적 엄마가 해주던 바로 그 맛이다.

잘 익은 불고기 한 점
부드러운 소불고기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

불고기를 어느 정도 먹었을 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함흥냉면이 나왔다. 먼저 물냉면. 뽀얀 육수 위에 가늘고 쫄깃한 면발이 소담스럽게 담겨 있고, 그 위로 삶은 계란과 오이, 그리고 얇게 썰린 고기가 고명으로 얹어져 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를 한 모금 들이켜니,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면발은 어찌나 쫄깃한지, 끊어지지 않고 입안에서 탱글탱글하게 춤을 춘다.

시원한 물냉면
살얼음 동동 뜬 육수가 더위를 잊게 해주는 물냉면.

다음은 비빔냉면. 붉은 양념장이 보기만 해도 군침을 삼키게 한다. 면발 위에 올려진 회무침과 오이가,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낸다. 쫄깃한 면발과 아삭아삭한 오이의 식감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양념은,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특히, 꼬들꼬들한 회무침은 비빔냉면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매콤한 비빔냉면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면발의 조화가 일품인 비빔냉면.

불고기와 냉면을 번갈아 먹으니, 그 맛이 더욱 배가된다. 따뜻한 불고기로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주고, 시원한 냉면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특히, 불고기를 냉면에 싸서 먹으면, 달콤함과 매콤함이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해졌다. 하지만, 입안에 남은 은은한 단맛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행복한 저녁이었어요.”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 그때는 더 맛있는 음식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이설함흥냉면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419탑 아래,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 맛보는 불고기와 냉면은, 잊지 못할 맛의 향연이었다. 다음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 그분들도 분명, 이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를 좋아하실 것이다. 오늘, 나는 419탑 아래 작은 맛집에서, 소중한 추억 하나를 더 담아간다. 수유 맛집, 이설함흥냉면에서의 따뜻한 저녁 식사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깔끔한 매장 내부
넓고 쾌적한 공간은 가족 외식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푸짐한 한 상 차림
다채로운 메뉴 구성은 풍성한 식사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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