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내공이 느껴지는, 나주 영산포 ‘대지회관’에서 맛보는 전라도 한정식 맛집

나주, 그 중에서도 영산포는 왠지 모르게 끌리는 구석이 있는 동네다. 드넓은 평야를 가로지르는 바람 소리, 굽이굽이 흐르는 영산강의 물결, 그리고 45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깊은 맛까지. 이번에 방문한 ‘대지회관’은 이 모든 매력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사실, 맛집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이라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향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래된 나무 문과 빛바랜 벽지, 그리고 정갈하게 놓인 테이블들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홀 테이블 석도 있지만, 룸으로 된 공간들이 많아서 프라이빗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가족 단위 손님이나 단체 손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했다. 룸으로 향하는 복도에는 세월이 느껴지는 낡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랄까.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정독했다. 백반 정식부터 시작해서 홍어, 육사시미 등 전라도 향토 음식이 가득했다.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다가, 역시 처음 방문한 곳에서는 가장 기본 메뉴를 먹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대지정식’을 주문했다. 가격은 1인당 17,000원. 사실 가격만 놓고 보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나오는 음식들을 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주문을 마치자마자, 밑반찬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쟁반째 들고 오시는데, 그 무게가 상당해 보였다. 와, 진짜 상다리가 부러진다는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싶었다. 꼬막 무침, 젓갈, 김치, 나물 등등…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푸짐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흰색의 둥근 접시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특히, 목포 출신인 엄마가 살아생전에 해주시던 반찬 맛과 똑같은 반찬이 있어서, 묘한 향수와 함께 먹는 내내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하나하나 맛을 보니, 역시 전라도 음식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간이 살짝 센 편이었지만, 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젓갈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솔직히, 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는 거뜬히 해치울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자연 음식이나 싱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짜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밑반찬에 감탄하고 있을 때, 드디어 메인 요리가 등장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육사시미는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살짝 들어 올려 입에 넣으니,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신선한 육사시미는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육사시미를 먹고 나니, 자연스럽게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났다.

육사시미와 함께 나온 홍어 삼합도 정말 최고였다. 톡 쏘는 홍어와 돼지고기 수육, 그리고 묵은지의 조합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삭힌 정도가 딱 적당해서 홍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역시 홍어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이 집 홍어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 뚝배기도 빼놓을 수 없다.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청국장은,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두부와 야채가 듬뿍 들어 있어서, 씹는 맛도 좋았다. 청국장 한 숟가락에 밥을 말아 먹으니,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뚝배기에 담겨 나온 청국장은 보기만 해도 따뜻함이 느껴졌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짭짤하게 구워진 생선구이가 마지막으로 등장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구이는, 밥반찬으로 정말 좋았다. 특히, 뼈를 발라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배가 너무 불러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음식 하나하나가 맛있었고, 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말 오랜만에 과식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에는 인상 좋으신 여사장님 두 분이 계셨는데, 정말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알고 보니, 두 분은 모녀 사이라고 하셨다. 어쩐지, 음식에서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진다 했더니, 역시나였다. 따님 사장님께서는 이것저것 물어봐 주시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꼼꼼하게 챙겨주셨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45년 이상 영업을 하셨다는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런 따뜻한 인심과 훌륭한 맛이 있었기에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아쉬운 점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 리뷰에서 언급된 것처럼, 간혹 손님이 없을 때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9시까지 영업인데 8시쯤 되니 손님들이 거의 다 빠져나갔다. 늦은 시간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미리 전화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일부 손님들은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혼자 방문했을 때 면박을 당했다거나, 종업원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그런 불쾌한 경험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대지회관’은 나주 영산포를 대표하는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푸짐한 전라도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물론, 일부 아쉬운 점도 있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나주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그 때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맛있는 전라도 음식을 함께 즐기고 싶다. 혹시 나주 영산포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대지회관’을 꼭 한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진짜, 여기는 꼭 가봐야 해!

아, 그리고 식사 전후로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식당 근처에 영산강이 흐르고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좋다. 특히, 강변에는 축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등 운동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 식사 후에 가볍게 운동을 즐길 수도 있다. 나는 배가 너무 불러서 운동은 패스했지만,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운동도 함께 즐겨봐야겠다.

마지막으로, ‘대지회관’에 대한 몇 가지 팁을 더하자면,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손님이 많을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겠지?

대지회관의 푸짐한 한 상 차림
대지회관의 푸짐한 한 상 차림. 뚝배기에 담긴 구수한 된장찌개가 인상적이다.
대지회관 룸 내부 모습
룸으로 되어 있어 조용하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대지회관 된장찌개
구수한 된장찌개는 언제나 옳다.
대지회관 밑반찬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밑반찬들.
대지회관 한상차림
전라도의 푸짐한 인심이 느껴지는 한 상 차림.
대지회관 다양한 반찬들
젓갈, 나물, 김치 등 다양한 밑반찬들이 입맛을 돋운다.
대지회관 복도
룸으로 향하는 복도에는 옛 사진들이 걸려 있다.
대지회관 반찬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반찬들.
대지회관 룸 내부
프라이빗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룸.
대지회관 룸 문
오래된 나무 문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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