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 잡고 따라갔던 시골 장터의 추억, 다들 한 자락씩은 가지고 있겠지?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한가득인데, 그중에서도 유독 강렬하게 남아있는 건 바로 진하고 구수한 추어탕 한 그릇이었다. 세월이 흘러 도시 생활에 찌든 나는, 가끔 그 시절의 따뜻한 추억을 찾아 떠나곤 한다. 이번에는 경북 고령으로 향했다. 대가야 시장 안에 숨어있는 50년 전통의 추어탕 맛집, ‘고령추어탕’을 찾아서!
차가 덜컹거리며 시장 입구에 들어섰다. 왁자지껄한 상인들의 목소리와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온몸을 감쌌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저 멀리 붉은색 차양이 눈에 확 들어왔다. 드디어 찾았다, 고령추어탕! 간판에는 “미꾸라지가 가득”이라는 귀여운 그림과 함께 가게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랄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깔끔한 내부가 눈에 띄었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함이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KBS 인간극장에 출연했던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99세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방송이었다는데, 추어탕 맛집으로 소개되었나 보다. 괜히 더 기대감이 샘솟았다.
메뉴는 단 하나, 추어탕! 메뉴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추어탕 하나 주세요!”를 외쳤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추어탕과 함께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가득 차려졌다.

반찬 하나하나가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윤기가 좔좔 흐르는 멸치볶음, 매콤달콤한 깍두기, 향긋한 마늘쫑 무침 등등… 진짜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신 것 같은 푸근한 비주얼이었다. 특히 꿀로 만들었다는 반찬들은 은은한 단맛이 감돌아서 정말 꿀맛이었다.
자, 이제 메인 메뉴인 추어탕을 맛볼 차례!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추어탕의 모습은… 말 그대로 ‘침샘 폭발’이었다. 국물 한 숟갈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진짜 ‘미쳤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진하고 깊은 국물 맛이 정말 끝내줬다. 미꾸라지를 직접 갈아서 끓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비린 맛은 전혀 없고 구수함만 가득했다. 거기에 듬뿍 들어간 배추 덕분에 국물이 어찌나 시원하고 개운하던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추어탕을 그렇게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다. 특유의 비린 맛 때문에 몇 번 먹고는 잘 안 먹게 됐었는데… 여기 고령추어탕은 진짜 내 인생 추어탕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국물, 부드러운 미꾸라지 살, 그리고 아삭아삭 씹히는 배추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늘, 고추, 산초 가루를 입맛에 맞게 넣어 먹으니 또 다른 맛이 느껴졌다. 나는 얼큰한 걸 좋아해서 고추를 듬뿍 넣었는데, 매콤한 맛이 더해지니 진짜 꿀맛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 이게 바로 진정한 ‘소울 푸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면서 아주머니께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로 “국내산 재료만 써서 정성껏 끓인 보람이 있네예. 맛있게 드셨다니 저도 기쁩니더!”라고 답해주셨다. 역시 맛집은 맛도 맛이지만, 인심도 좋아야 하는 법이다.

배부르게 추어탕을 먹고 나오니, 대가야 시장 구경이 저절로 하고 싶어졌다. 알록달록한 옷을 파는 가게, 갓 구운 빵 냄새가 솔솔 풍기는 빵집,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가게 등등… 정말 눈과 코가 즐거운 시간이었다.
고령추어탕에서 맛있는 추어탕도 먹고, 대가야 시장 구경도 하고… 정말 완벽한 하루였다. 도시 생활에 지친 나에게, 고령에서의 하루는 잊지 못할 힐링의 시간이었다.

다음에 또 고령에 올 일이 있다면, 주저 없이 고령추어탕에 들러 추어탕 한 그릇을 뚝딱 비울 거다. 그때는 부모님도 모시고 와서, 이 레전드 추어탕의 맛을 함께 느껴봐야겠다.
아, 그리고 고령추어탕은 택배도 된다고 하니, 혹시 멀리 살아서 직접 방문하기 어렵다면 택배로 주문해서 집에서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고령추어탕… 50년 전통의 깊은 맛은 물론이고, 푸근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진짜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