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통 수유 맛집, 흥부전놀부전에서 발견한 고추튀김의 과학

수유, 그 이름만 들어도 어쩐지 정겹고 푸근한 동네. 퇴근 후, 무거운 실험 가방을 내려놓고 향한 곳은 바로 ‘흥부전놀부전’이었다. 이곳은 since 2003, 무려 2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온 노포다. 튀김 속 고추의 캡사이신이 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쾌감을 선사하리라는 기대를 품고 발걸음을 옮겼다.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이미 가게 안은 왁자지껄했다. 마치 발효 중인 막걸리처럼, 활기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 찬 공간.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스캔했다. 역시나, 시선 강탈하는 것은 단연 ‘고추튀김’. 주저 없이 주문을 외쳤다. 600g에 21,000원. 가격도 착하다. 메뉴판 옆에는 깍두기, 양파 간장, 고추 장아찌가 놓였다. 깍두기의 새콤함은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줄 것이고, 양파 간장의 글루타메이트는 감칠맛을 증폭시키겠지. 완벽한 조합이다.

흥부전놀부전 메뉴판
흥부전놀부전 메뉴판. 고추튀김(600g) 21,000원의 위엄.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추튀김이 등장했다. 갓 튀겨져 나온 튀김은 표면의 기름이 부글거리는 듯했다.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난 흔적, 즉 갈색 크러스트가 눈으로도 선명하게 보였다. 한 입 베어 무니, 바삭!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육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튀김옷은 두꺼워 보였지만, 놀랍도록 바삭했다. 마치 과학 실험에서 오차가 적은 완벽한 결과값을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

고추튀김 속은 돼지고기 함량이 높아 풍부한 감칠맛을 냈다. 고기의 질감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고, 고추는 풋내 없이 은은한 향만 남겼다. 돼지고기의 지방이 튀겨지면서 만들어내는 고소한 풍미와 고추의 은은한 매운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이 집, 고추튀김 ‘장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신기한 점은, 고추튀김이 한 번에 다 나오지 않고 두 번에 걸쳐서 제공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양이 적어 살짝 실망하려던 찰나, 이모님께서 “한 접시 더 나올 거니까, 먹어보고 시키라”며 쿨하게 말씀하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는 튀김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한 사장님의 배려였다. 온도에 민감한 튀김의 특성을 고려한, 과학적인 서빙 방식인 셈이다. 과연, 맛잘알 사장님! 덕분에 마지막 한 조각까지 갓 튀긴 듯 바삭하게 즐길 수 있었다.

흥부전놀부전 고추튀김 준비과정
흥부전놀부전의 고추튀김은 주문 즉시 튀겨져 나온다. 사진은 고추튀김을 만들기 위한 준비 모습.

고추튀김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꿀 동동주도 빼놓을 수 없다. 살얼음이 동동 뜬 동동주는 그 자체로도 시원했지만, 바닥에 깔린 꿀을 잘 저어 마시니 달콤함이 극대화되었다. 달달함 뒤에 찾아오는 탄산은 마치 과학 실험의 성공을 자축하는 폭발처럼 짜릿했다. 꿀의 당 성분과 막걸리의 발효된 풍미가 만나, 복합적인 맛을 만들어냈다. 마치, 섬세하게 설계된 미생물 배양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분이랄까.

흥부전놀부전 꿀 동동주
슬러시처럼 살얼음이 동동 뜬 꿀 동동주. 바닥에 깔린 꿀을 잘 저어 마셔야 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게가 협소하여 테이블 간 간격이 좁고, 다소 시끄럽다는 점.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향한 열정으로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었다. 마치, 중요한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밤샘 실험을 감행하는 과학자처럼 말이다.

옆 테이블에서는 모듬전을 시킨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다음에는 꼭 모듬전과 굴전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비 오는 날, 따끈한 전에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습도가 높아지면 튀김옷의 수분 흡수를 늦춰 바삭함이 더 오래 유지되는 효과도 있으니, 과학적으로도 완벽한 선택이다.

흥부전놀부전 고추튀김
흥부전놀부전의 시그니처 메뉴, 고추튀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흥부전놀부전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좁고 허름한 공간, 정겨운 이모님들의 모습, 그리고 변함없는 맛.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나만의 아지트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마치, 오래된 연구실에서 익숙한 실험 도구를 만났을 때의 편안함과 비슷하다고 할까.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밖에는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역시, 맛있는 곳은 모두가 알아본다. 웨이팅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 흥부전놀부전. 이곳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수유 지역의 맛집 역사를 묵묵히 써내려가는 수유지역 명소임에 틀림없다.

흥부전놀부전 외관
흥부전놀부전 가게 외관.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돌아오는 길, 뇌에서는 엔도르핀이 솟아났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덕분일 것이다. 오늘 실험도, 아니 식사도 성공적이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볼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흥부전놀부전 기본 반찬
고추튀김과 함께 제공되는 기본 반찬. 깍두기, 양파 간장, 고추 장아찌가 입맛을 돋운다.

흥부전놀부전에서는 고추튀김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모듬전은 푸짐한 양과 다채로운 맛으로 인기가 높다. 동태전, 호박전, 버섯전 등 다양한 종류의 전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동태전에는 가시가 많이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흥부전놀부전 포장 고추튀김
흥부전놀부전의 고추튀김은 포장도 가능하다. 식어도 바삭한 맛은 여전하다.

흥부전놀부전의 또 다른 매력은 정겨운 분위기다. 등산객, 어르신들, 젊은 손님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축제 같다. 이모님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덤. 다만, 화장실이 남녀공용이고 협소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흥부전놀부전 포장 고추튀김
흥부전놀부전의 고추튀김은 포장도 가능하다. 집에서도 맛있는 고추튀김을 즐길 수 있다.

흥부전놀부전은 4시부터 오픈하며, 저녁 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 특히, 금요일 저녁에는 더욱 붐비니, 방문 전에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약 웨이팅이 싫다면, 포장해서 집에서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흥부전놀부전의 고추튀김은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마성의 맛을 자랑한다. 바삭한 튀김옷, 촉촉한 고기, 그리고 은은한 고추 향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마치, 잘 설계된 화학 반응처럼,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흥부전놀부전은 수유역 근처 최고의 맛집 중 하나다.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만큼, 그 맛과 인기는 보장된다. 만약 수유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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