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그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르게 가슴 한켠이 아릿해지는 도시. 바다를 곁에 둔 낭만과,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이 뒤섞인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렘과 기대로 가득하다. 특히 오늘은, 잊고 지냈던 고소한 민어의 유혹을 따라 신포시장으로 향했다.
사실 민어에 대한 기억은 희미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가끔 사 오시던 귀한 생선, 그 정도의 단편적인 이미지 외에는 제대로 맛본 기억조차 없었다. 하지만 최근 지인들의 극찬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뜨거운 반응은 잠자고 있던 미식 세포를 깨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신포시장에는 유독 민어 전문점이 많다는 정보에, ‘인천은 예부터 민어 어장이 유명했다’는 이야기가 뇌리를 스쳤다. 그래, 오늘 제대로 민어에 입문해보는 거야!
신포시장은 활기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했다. 왁자지껄한 상인들의 목소리, 갓 튀겨낸 닭강정의 고소한 냄새, 형형색색의 채소와 과일들이 눈과 코를 즐겁게 했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좁은 골목길을 헤쳐 나가는 여정은 마치 보물찾기 같았다. 드디어, 간판에 큼지막하게 “덕적식당”이라고 쓰인 정겨운 식당을 발견했다.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동그란 간판이 어딘가 모르게 복고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이 겨우 일곱 개 남짓 놓인 작은 식당 안은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다. 금요일 오후 5시,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다행히 연휴를 맞아 서둘러 온 덕분에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는 단출했다. 민어회, 민어전, 그리고 민어탕. 이 세 가지 메뉴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구성이었다. 혼자 온 나를 보시더니, 사장님께서 “1인분씩도 주문 가능하니 부담 갖지 말라”며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덕분에 민어회 1인분, 민어전 1인분, 그리고 민어탕 1인분을 모두 맛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원래 탕은 회나 전을 2인분 이상 시켜야 주문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사장님의 배려 덕분에 맛볼 수 있었다.
주문 후, 밑반찬이 빠르게 차려졌다. 갈치구이, 멸치볶음, 콩나물무침, 양파장아찌, 사과 샐러드, 배추김치, 열무김치 등 푸짐한 구성에 입이 떡 벌어졌다. 특히 인당 한 토막씩 제공되는 갈치구이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막걸리 생각이 절로 나는, 완벽한 술안주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민어회가 등장했다. 뽀얀 살결 위에 얹어진 붉은 빛깔의 뱃살, 투명한 껍질, 그리고 쫀득해 보이는 부레까지, 다채로운 색감의 향연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민어 부레였다. 크리미한 맛이 일품이라는 부레는 쫀득쫀득한 식감이 마치 껌을 씹는 듯 신선했다. 껍질은 꼬들꼬들했고, 갯무래기는 서걱서걱 씹히는 독특한 식감이 재미있었다.

회 한 점을 집어 들어 참기름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선어회 특유의 은은한 감칠맛은 방어회를 연상케 했고, 찰진 식감은 마치 숙성된 삼치회를 먹는 듯했다. 쌈장, 간장 와사비, 다진 마늘 등 다양한 양념과 곁들여 먹으니, 각각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참기름과의 조합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회를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따끈따끈한 민어전이 등장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마치 두부 부침을 먹는 듯 부드러운 식감에,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민어의 풍미가 더해져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기름지지 않고 담백해서 계속 손이 가는 맛이었다.

마지막으로, 뽀얀 국물의 민어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뚝배기 안에는 민어 살코기와 뼈가 아낌없이 들어 있었다. 끓일수록 국물이 점점 진해지는 것이, 마치 곰탕을 연상케 했다. 국물 한 모금을 떠 마시니,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온몸을 감쌌다. 마치 보약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탕은 원래 매운탕으로도 선택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지리 특유의 깔끔함이 민어 본연의 맛을 더욱 살려주는 듯했다.

혼자였지만, 민어회, 민어전, 민어탕까지,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모든 음식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솔직히 양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맞아주시며 “맛있게 드셨냐”고 물어보셨다. 덕적식당은 음식 맛뿐만 아니라, 사장님의 따뜻한 정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포시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요금이 1시간에 3,000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 또한, 식당 내부에 술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개항로 맥주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덕적식당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신포시장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켜진 거리,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그리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늘 덕적식당에서 맛본 민어는, 단순히 비싸고 귀한 음식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존재로 다가왔다. 저렴한 가격에 민어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의 따뜻한 서비스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앞으로 민어 생각이 날 때면, 주저 없이 신포시장으로 달려가 덕적식당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인천 맛집을 넘어, 내 인생 맛집으로 등극한 덕적식당, 꼭 다시 만나요!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인천의 야경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 맛본 민어의 고소함과 따뜻했던 사람들의 정이 가슴속 깊이 스며들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든든해지는 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