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남원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도는 광한루 근처를 거닐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다는 강렬한 이끌림에, 주변 지인의 추천을 받아 ‘섬마을훈태’라는 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정겨움, 마치 오랜 시골집에 방문하는 듯한 설렘을 안고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마자 풍겨오는 익숙한 고기 굽는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했고, 군데군데 왁자지껄한 대화 소리가 정겹게 울려 퍼졌다. 노포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는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푸근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이랄까.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보니, 역시나 돼지 삼겹살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가격은 1인분에 18,000원. 언뜻 보기에 평범한 가격이라고 생각했지만, 곧이어 펼쳐진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주문과 동시에 테이블 위로 스끼다시가 쉴 새 없이 차려지기 시작했는데, 그 종류와 양이 상상을 초월했다. 홍어찜, 코다리찜, 각종 전, 홍합탕은 기본이고, 살아있는 산낙지까지 곁들여져 나왔다. 마치 푸짐한 해산물 한 상을 받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진으로만 보던 ‘전라도 인심’을 제대로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코다리찜이었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살짝 발라 입에 넣으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부드러운 코다리 살은 씹을수록 고소했고, 밥 한 공기가 절로 생각나는 맛이었다.
홍어찜은 톡 쏘는 암모니아 향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홍어 특유의 맛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삭힌 홍어를 즐기는 나에게는 최고의 술안주였다. 특히, 잘 익은 묵은지와 함께 먹으니 그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모듬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다. 김치전, 호박전, 버섯전 등 다양한 종류의 전은 갓 구워져 따뜻했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비 오는 날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될 것 같았다.
뜨끈한 홍합탕은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술을 마시면서 중간중간 떠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홍합 또한 신선하고 통통해서 먹는 재미가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 삼겹살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불판 위에 올려진 삼겹살은 신선해 보였고,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했다.
삼겹살이 어느 정도 익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불판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첫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고,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혀를 감쌌다.

잘 익은 삼겹살을 상추에 올리고, 쌈장과 마늘, 파김치를 듬뿍 넣어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특히, 섬마을훈태의 파김치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삼겹살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흥미롭게도, 어떤 이들은 메인 메뉴인 삼겹살보다 곁들여 나오는 해산물, 특히 산낙지에 더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갓 잡아 올려 싱싱함이 살아있는 산낙지는 꿈틀거리는 움직임만으로도 신선함을 입증했다. 참기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쫄깃쫄깃한 식감과 함께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바다를 통째로 삼킨 듯한 느낌이랄까.
어느덧 테이블 위는 텅 빈 접시들로 가득했고, 배는 터질 듯 불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에 잔치국수를 추가로 주문했다. 따뜻한 멸치 육수에 말아져 나온 잔치국수는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맛이었다. 후루룩 면발을 들이켜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섬마을훈태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노포’ 감성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였다. 허름한 테이블과 의자, 벽에 붙어있는 낙서들, 그리고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의 모습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물론, 섬마을훈태에 대한 아쉬운 평가도 존재했다. 위생 상태가 다소 미흡하다는 의견과, 곁들임 음식들의 맛이 평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섬마을훈태의 푸짐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에 압도당했고, 그러한 단점들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섬마을훈태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 은은한 달빛 아래 빛나는 광한루의 야경은 낮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광한루를 한 바퀴 산책하니,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섬마을훈태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아닌, 푸짐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남원의 맛집을 찾는다면, 섬마을훈태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남원의 넉넉한 인심을 경험하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 때는 오늘 맛보지 못했던 다른 메뉴들도 함께 즐겨봐야겠다.

섬마을훈태의 매력 포인트
* 푸짐한 스끼다시: 삼겹살을 주문하면 홍어찜, 코다리찜, 각종 전, 홍합탕, 산낙지 등 푸짐한 스끼다시가 제공된다.
* 신선한 재료: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 정겨운 분위기: 노포 감성이 물씬 풍기는 편안하고 푸근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 넉넉한 인심: 전라도 특유의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다.
* 다양한 메뉴: 삼겹살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섬마을훈태 방문 팁
* 4인 이상 방문 시 더욱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 파김치와 삼겹살의 조합은 꼭 경험해 보자.
* 홍어를 즐긴다면 홍어찜을, 즐기지 못한다면 코다리찜을 추천한다.
* 위생에 민감한 사람은 방문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 저녁 시간에는 손님이 많으니,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섬마을훈태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남원의 정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푸짐한 인심,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남원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섬마을훈태는 반드시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