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여름이면 으레 할머니가 마당 평상에 솥을 걸고 닭을 푹 고아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그 뽀얀 국물에 찹쌀 넣어 죽 끓여 먹으면 얼마나 든든했는지… 세월이 흘러 직접 대구에서 그 손맛을 찾아 나섰습니다. 소문 듣고 찾아간 곳은 본리동의 ‘연화정 삼계탕’. 큼지막한 간판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주차장이 넓어서 차 대기는 참 편했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은은하게 풍기는 삼계탕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는 것이, 어릴 적 할머니 집 앞에서 맡던 바로 그 냄새였어요. 옛 생각에 괜스레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좌식 테이블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모두 테이블석으로 바뀌었더군요. 홀이 넓어서 답답한 느낌 없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봤습니다. 삼계탕 종류가 꽤 다양하더군요. 기본인 연화정 삼계탕부터 상황버섯, 산삼배양근, 전복 삼계탕까지… 뭘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오늘은 처음이니 기본에 충실한 연화정 삼계탕을 시켰습니다. 가격은 17,000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아주 비싼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싼 가격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문을 마치니, 기다리는 동안 인삼주를 한 잔씩 주시더군요. 크으, 인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게, 식욕을 돋우는 데 딱이었습니다.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감도는 것이, 어릴 적 몰래 할아버지 술상을 훔쳐 먹던 기억도 나고 그랬습니다.

밑반찬으로는 닭똥집 볶음과 깍두기, 고추, 양파 등이 나왔습니다. 닭똥집 볶음은 쫄깃쫄깃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습니다. 삼계탕 나오기 전에 인삼주랑 같이 먹으니, 술안주로도 딱이더군요. 깍두기도 적당히 익어서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았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삼계탕이 나왔습니다.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살짝 올라가 있는 모습도 참 예뻤습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이야… 정말 진하고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이 맛’ 때문에 사람들이 이 ‘맛집’을 찾는구나 싶었습니다. 다른 약재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삼계탕이 아니라, 닭 육수 본연의 맛에 집중한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삼계탕 맛이랑 정말 비슷했어요.
닭고기도 어찌나 부드럽던지,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뼈에서 훌훌 떨어져 나갔습니다. 푹 고아져서 그런지, 입에 넣으니 사르르 녹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닭 껍질은 쫄깃쫄깃하고, 살코기는 야들야들하고…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닭 뱃속에는 찹쌀, 인삼, 밤 등이 듬뿍 들어 있었습니다. 찹쌀은 푹 퍼져서 부드러웠고, 인삼은 은은한 향을 더해줬습니다. 밤은 달콤하고 고소해서, 삼계탕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줬습니다.

정신없이 삼계탕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이더군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었는데, 먹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역시 여름에는 삼계탕만 한 보양식이 없는 것 같아요.
다 먹고 나니, 예전에 비해 가격이 좀 오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뭐, 요즘 물가가 워낙 많이 올랐으니… 그래도 이 정도 맛이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가끔 몸이 허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든든하게 몸보신하러 오기 딱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보니, 밑반찬을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코너도 있더군요. 깍두기가 너무 맛있어서 몇 번 더 가져다 먹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살짝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꼭 깍두기 리필해서 먹어야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괜스레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삼계탕 맛을 대구에서 다시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몸이 허할 때마다 ‘연화정 삼계탕’에 들러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힘을 내야겠습니다. 여러분도 본리동에 오실 일 있으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아, 그리고 혹시 복날에 가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복날에는 인삼주를 안 준다고 하니, 인삼주 맛보시려면 복날은 피해서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워낙 유명한 ‘맛집’이라 그런지, 평일에도 손님이 많으니,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피해서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음에는 상황버섯 삼계탕이나 산삼배양근 삼계탕도 한번 먹어봐야겠습니다. 왠지 더 건강해지는 느낌일 것 같아요. 아, 그리고 굴국밥도 맛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겨울에 한번 와서 굴국밥도 먹어봐야겠습니다.
오늘도 맛있는 음식 덕분에 힘내서 살아갈 수 있겠어요. 역시 밥심이 최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