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으로 향하는 길, 창밖 풍경은 잿빛 겨울에서 막 벗어나 연둣빛 기운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었다.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 위로 스미는 햇살처럼, 묵은 피로와 스트레스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목적지는 김천의 숨은 맛집, ‘갑진식당’이었다. 갑진이라는 이름처럼, 그곳에서는 어떤 값진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핸들을 잡았다.
식당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간결하면서도 정갈한 외관이었다. 모노톤의 건물에 큼지막하게 쓰인 ‘갑진식당’ 네 글자가 믿음직스러웠다. 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가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꽤 있었지만, 다행히 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스캔했다. 소고기 수육, 육회비빔밥, 냉면… 하나하나 놓치기 아까운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갑진 육회비빔밥’이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다. 갑진식당에 왔으니, 갑진 경험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육회비빔밥을 주문하고, 따뜻한 갈비탕 국물이 함께 나온다는 말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한쪽 벽면에는 축구 유니폼들이 걸려 있었다. 축구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왠지 모르게 흥미로워지는 공간이었다. 아마도 주인장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리라. 에서 보았던 키오스크 메뉴판도 인상적이었다. 사진과 함께 메뉴 설명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 처음 방문하는 나도 쉽게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육회비빔밥이 나왔다. 과 에서 미리 보았지만, 실제로 마주한 육회비빔밥은 사진보다 훨씬 더 먹음직스러웠다. 놋그릇에 담긴 비빔밥 위에는 신선한 육회와 형형색색의 채소들이 보기 좋게 올려져 있었다. 노른자 하나가 가운데 톡, 터지기 직전의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육회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젓가락으로 살살 비비니,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붉은 양념장이 밥과 채소, 육회에 골고루 스며들면서 더욱 강렬한 색감을 뽐냈다. 에서 보았던 정갈한 반찬들도 눈에 띄었다. 놋그릇에 담긴 반찬들은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깍두기, 콩나물, 김치 등 비빔밥과 잘 어울리는 반찬들이었다.
첫 숟갈을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양념장의 깊은 맛과 육회의 신선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맵거나 짜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감돌았다.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분명 평범한 양념은 아니었다. 밥알 하나하나에 양념이 잘 배어 있어, 입안 가득 풍미가 느껴졌다.
육회는 입에서 살살 녹았다. 질기거나 냄새나는 것 하나 없이, 부드럽고 고소했다. 신선한 채소들은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을 더해주었다. 특히 김 가루가 신의 한 수였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김 가루는 비빔밥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노른자를 톡 터뜨려 비벼 먹으니, 더욱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함께 나온 갈비탕 국물은 비빔밥의 매콤함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갈비탕 전문점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깊고 깔끔한 맛이었다. 육회비빔밥과 갈비탕 국물의 조합은 정말 최고였다.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깍두기가 맛있었다.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비빔밥 한 입 먹고 깍두기 한 입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콩나물은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았고, 김치는 적당히 매콤해서 비빔밥과 잘 어울렸다.
육회비빔밥을 먹으면서,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엄마가 해주셨던 비빔밥이 떠올랐다. 갖가지 채소를 썰어 넣고,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주셨던 엄마의 비빔밥. 그 맛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갑진식당의 육회비빔밥도 충분히 훌륭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다 보니, 양이 정말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양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버거웠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남길 수는 없었다. 젓가락을 놓지 않고, 마지막 한 숟갈까지 깨끗하게 비웠다. 에서 보았던 다른 메뉴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다음에는 냉면이나 소고기 수육에도 도전해봐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 앞에는 축구공이 놓여 있었다. 주인장의 축구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주인은 친절한 미소로 나를 맞이했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나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주인은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네, 꼭 다시 오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식당 문을 나서면서, 갑진식당에서의 경험을 되새겨보았다. 맛있는 음식, 친절한 서비스, 푸짐한 양,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에서 보았던 소고기 수육의 푸짐한 비주얼도 잊혀지지 않았다. 왜 많은 사람들이 갑진식당을 김천 맛집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김천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갑진식당에서 맛본 육회비빔밥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김천에서의 지역명 소중한 추억이자, 값진 경험이었다. 다음에 김천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갑진식당에 꼭 다시 들러야겠다. 그곳에서 또 어떤 갑진 경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