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튀겨낸 포천 신북면 돈까스 맛집, 세겐돈까스에서 경양식의 향수를 맛보다

캠핑 장비를 챙겨 떠나는 길, 꼬르륵거리는 배꼽시계는 어김없이 작동했다. 편의점 라면으로 대충 때울까 고민하던 찰나, 허름하지만 정겨운 분위기를 풍기는 돈가스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세겐돈까스’라는 상호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27년 전통 수제돈까스’라는 문구가 왠지 모를 믿음을 주었다. 마치 오래된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오늘은 여기서, 돈가스라는 훌륭한 피험체를 대상으로 맛 분석 실험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문 손잡이를 잡고 안으로 들어서자, 예상대로 테이블은 거의 만석이었다. 다행히 딱 한 자리가 남아있어 곧바로 착석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메뉴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까스… 클래식한 메뉴들이 나열된 가운데,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정식’ 메뉴였다. 함박, 돈까스, 생선까스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니, 이건 마치 세 가지 맛을 동시에 실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망설임 없이 정식을 주문했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니, 식전 스프와 요구르트가 나왔다. 요즘 스프와 요구르트를 주는 곳은 흔치 않은데, 묘하게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먼저 스프를 한 입 맛봤다. 부드럽고 따뜻한 스프가 위장을 부드럽게 코팅하는 느낌이었다. 스프의 온도는 60~70도 사이로 추정된다. 이 온도에서 스프의 풍미가 가장 잘 살아나는 듯했다. 후루룩, 순식간에 스프를 비우고, 곧이어 나온 김치, 피클, 단무지를 살펴보았다.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줄 훌륭한 조연들이 등장한 것이다. 마치 실험에 필요한 시약들을 준비하는 것처럼, 꼼꼼하게 세팅을 마쳤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식이 나왔다.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까스가 한 접시에 담겨 나오는 비주얼은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갓 튀겨져 나온 돈까스의 표면에서는 160도에서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의 흔적, 즉 갈색 크러스트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마이야르 반응 덕분에 돈까스는 더욱 고소하고 풍미가 깊어진다.

세겐돈까스 정식
한 접시에 담긴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까스의 향연, 세겐돈까스 정식의 위엄!

먼저 돈까스부터 시식해봤다. 요즘 유행하는 두툼한 돈까스는 아니었지만, 얇고 넓적한 경양식 돈까스 특유의 매력이 있었다. 칼로 돈까스를 써는 순간, 바삭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으며, 돼지고기는 적당한 두께로 씹는 맛을 더했다. 돈까스 소스는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새콤함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이 소스에는 아마도 토마토 페이스트와 식초, 설탕 등이 적절한 비율로 혼합되었을 것이다.

다음은 함박스테이크 차례. 겉은 살짝 탄 듯 보였지만, 속은 촉촉하게 육즙을 머금고 있었다. 함박스테이크를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육즙과 향신료의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함박스테이크에는 다진 양파와 빵가루, 계란 등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다진 양파는 함박스테이크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생선까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생선살의 조화가 훌륭했다. 특히,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두툼한 생선살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생선까스는 흰 살 생선을 사용하는데, 이곳에서는 동태나 대구 같은 생선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생선까스에는 타르타르 소스가 곁들여 나오는데, 이 소스의 상큼함이 생선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타르타르 소스에는 마요네즈, 다진 양파, 피클, 레몬즙 등이 들어갔을 것이다.

세겐돈까스 정식 단면
겉바속촉의 정석, 두툼한 생선살이 인상적인 세겐돈까스 생선까스!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까스 외에도 샐러드, 밥, 구운 베이크드 빈이 함께 제공되었다. 샐러드는 양배추를 가늘게 채 썰어 마요네즈 소스를 뿌린 것으로, 돈까스의 느끼함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흰쌀밥이었으며, 구운 베이크드 빈은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부터 가족 단위 손님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손님들이 많았는데, 아이들이 돈까스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또한, 식당 한쪽 벽면에는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 있었는데, 이 사진들을 통해 세겐돈까스의 오랜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사장님은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었지만, 친절하고 활기찬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장님께 돈까스가 너무 맛있었다고 칭찬을 건네니, 사장님께서는 “다 수제로 만드는 거라 맛이 없을 수가 없어요”라며 웃으셨다.

세겐돈까스 스프
따뜻하고 부드러운 식전 스프는 위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준다.

세겐돈까스는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의 식당은 아니었지만,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돈까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옛날 경양식 돈까스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마치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는 듯한 기분이랄까?

아,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곳은 가성비도 훌륭하다. 푸짐한 양의 돈까스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특히, 남자분들이라면 돈까스 정식을 추천하고, 여성분들이라면 고구마돈까스를 추천한다. 대식가라면 오무라이스도 도전해볼 만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아기의자가 다소 더러웠다는 점이다. 물론 위생 문제는 민감한 부분이니만큼, 더욱 신경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마카로니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경양식 돈까스에는 마카로니가 필수라고 생각하는 1인이기에…

전체적으로 세겐돈까스는 맛, 양, 가격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특히, 옛날 경양식 돈까스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포천, 신북면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세겐돈까스는 2025년 3월 1일에 가게를 이전했다고 한다. 이전 주소는 경기 포천시 신북면 중앙로 288 1층이다. 방문 전에 꼭 확인하고 가시길 바란다. 아, 그리고 주차는 매장 뒤편에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형 화물차도 주차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오늘의 실험 결과, 세겐돈까스는 완벽한 돈까스 맛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이곳의 돈까스 소스는 전국에 내놓아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봐야겠다. 특히, 이탈리아 돈까스와 왕돈까스가 궁금하다. 그럼, 다음 맛집 탐방기로 다시 돌아오겠다.

세겐돈까스 기본 반찬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3종 세트, 김치, 단무지, 피클!
세겐돈까스 치즈돈까스
치즈돈까스의 비주얼은 언제나 옳다. 세겐돈까스의 치즈돈까스 또한 훌륭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세겐돈까스 치즈돈까스
세겐돈까스 치즈돈까스, 밥, 샐러드, 베이크드 빈, 그리고 3종 반찬 세트!
세겐돈까스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세겐돈까스 간판, 27년 전통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세겐돈까스 오므라이스
세겐돈까스 오므라이스, 푸짐한 양이 인상적이다.
세겐돈까스 기본 세팅
세겐돈까스 기본 세팅, 스프와 3종 반찬 세트, 그리고 후추통!
세겐돈까스 돈까스
세겐돈까스 돈까스, 밥과 샐러드가 함께 제공된다.
세겐돈까스 메뉴
세겐돈까스 메뉴판, 다양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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