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으로 떠나는 여행, 그 설렘은 늘 묘한 기대감을 안겨준다. 특히 녹동항은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는 정보에, 출발 전부터 마음은 이미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듯했다. 전국에서 가장 싸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관광지 물가라는 게 으레 그렇듯,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녹동회타운에 발을 들인 순간, 그런 걱정은 기분 좋게 무너져 내렸다.
회타운 입구에 들어서자, 활기 넘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어이, 젊은 양반! 싱싱한 거 싸게 줄게! 보고 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호객 행위는 정신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어릴 적 시골 장터에 온 듯한 푸근함이랄까. 수조 안에는 싱싱한 광어, 참돔, 감성돔, 능성어, 아나고, 갑오징어 등이 가득했다. 커다란 광어와 돌돔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그 싱싱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치 살아있는 듯 팔딱거리는 모습은, 이곳이 정말 ‘바다’와 가깝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몰라 잠시 멍하니 서 있었는데, 한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다가와 이것저것 설명해 주셨다. 자연산 감성돔이 특히 맛있다는 말에 솔깃했지만, 오늘은 왠지 붉바리가 끌렸다. 2kg 정도 되는 녀석을 골라 가격을 물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저렴했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에, 망설임 없이 “주세요!”를 외쳤다.
회를 뜨는 솜씨는 솔직히 막회 수준이었다. 칼질이 정갈하지 않고 투박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정감 있었다. 마치 어촌 마을 인심처럼, 푸짐하게 담아주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서비스로 하모회도 조금 넣어주셨는데,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서울에서 먹던 하모회와는 또 다른 느낌이랄까.

1층에서 회를 뜬 후, 2층에 있는 초장집으로 향했다. 여러 곳이 있었지만, 어딜 가야 할지 몰라 잠시 고민했는데, 한 식당 아주머니가 “어서 와요! 우리 집이 제일 맛있어!”라며 호객 행위를 했다. 왠지 모르게 끌려 그곳으로 향했다. 식당 내부는 넓고 테이블도 많았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창밖으로는 녹동항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회를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다.
자리에 앉자, 기본 상차림이 빠르게 차려졌다. 쌈 채소, 쌈장, 마늘, 고추, 묵은지 등, 회와 곁들여 먹기 좋은 것들이었다. 특히 묵은지는 푹 익어 새콤한 맛이 붉바리회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곧이어 붉바리회가 나왔는데, 뽀얀 살결이 윤기가 좔좔 흘렀다. 도톰하게 썰린 회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었다.

쌈 채소에 회 한 점, 묵은지 한 조각, 마늘, 고추를 넣어 크게 한 쌈 싸서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쌉싸름한 깻잎 향과 새콤한 묵은지, 알싸한 마늘과 고추가 붉바리회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하며, 정말 ‘흡입’하듯 먹어치웠다.
회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매운탕이 나왔다. 얼큰한 국물에 쑥갓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속을 확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붉바리 뼈로 끓인 매운탕이라 그런지, 국물 맛이 더욱 깊고 진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며, 정말 배부르게 식사를 마쳤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붉바리회에 상차림비, 매운탕까지 포함했는데도, 도시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다. 역시 녹동항은 가성비 최고의 고흥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도 부르고, 소화도 시킬 겸 녹동항 주변을 산책했다.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정박된 어선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특히 인공섬은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겼다.
녹동회타운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한 끼 식사’ 이상의 의미였다.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어촌 마을의 정겨운 분위기와 아름다운 바다 풍경까지 만끽할 수 있었다. 고흥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녹동회타운은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회 뜨는 솜씨가 조금 더 좋았으면, 2층 초장집의 서비스가 조금 더 친절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작은 아쉬움은, 싱싱한 회 맛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푸근한 인심으로 충분히 덮을 수 있었다.

다음에 고흥에 다시 오게 된다면, 녹동회타운은 무조건 재방문할 것이다. 그때는 자연산 감성돔에 도전해 봐야겠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소록도에도 방문해 한센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다.
녹동항, 그곳은 단순한 지역 어항이 아닌, 맛과 인정,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진 특별한 곳이었다. 맛집을 찾는 미식가라면 꼭 한번 방문해야 할 곳, 녹동회타운!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