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숨은 보석, 동묘앞역 쭈꾸미 맛집에서 발견한 서울의 정취

퇴근 후, 릴스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장면에 이끌려 동묘앞으로 향했다. 낡은 아파트 단지를 지나 좁은 골목 안쪽, 빛바랜 간판이 정겹게 느껴지는 ‘동묘집’이었다. 복잡한 도시의 풍경과는 다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서민적인 분위기가 발길을 붙잡았다. 좁은 골목길, 그 깊숙한 곳에 숨겨진 맛집이라니, 기대감이 솟아올랐다.

골목 어귀에 다다르자, 매콤한 쭈꾸미 볶음의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가게 앞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잠시 망설였지만, ‘이 집 쭈꾸미 파전은 꼭 먹어봐야 한다’는 릴스의 댓글을 떠올리며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약간 불편했지만, 곧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애써 잊어보려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테이블이 7개 남짓한 작은 공간은 손님들로 가득 차 웅성거렸다. 아늑한 전집에 온 듯한 따뜻한 분위기였지만, 동시에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어 다소 시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벽에는 낙서처럼 휘갈겨 쓴 메뉴들이 붙어 있었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정겨움을 더했다.

윤기가 흐르는 쭈꾸미 볶음
윤기가 흐르는 쭈꾸미 볶음

메뉴판을 펼쳐보니, 쭈꾸미볶음, 쭈꾸미 파전, 쭈삼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철판 쭈꾸미 2인분과 쭈꾸미 파전을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놓였다. 샐러드, 묵사발, 미역국, 5가지 나물, 묵전, 보리밥까지, 푸짐한 한 상 차림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특히 흑임자 소스를 곁들인 사과 샐러드는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들깨 미역국은 따뜻하고 부드러워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었다. 5가지 나물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왔는데, 신선하고 간도 딱 맞아서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밥을 반 공기나 비워버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철판 쭈꾸미가 등장했다. 철판 위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쭈꾸미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쭈꾸미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 있었고, 양파, 파 등 신선한 채소와 함께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져 있었다. 한 입 맛보니, 불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쫄깃한 쭈꾸미의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양념은 너무 맵거나 짜지 않고 적당히 매콤하면서 달콤해서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쭈꾸미가 정말 부드러워서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느낌이 좋았다.

철판 위에서 익어가는 쭈꾸미
철판 위에서 익어가는 쭈꾸미

함께 나온 보리밥에 쭈꾸미와 나물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매콤한 쭈꾸미와 고소한 나물, 톡톡 터지는 보리밥의 조화는 정말 훌륭했다. 묵사발은 시원하고 깔끔해서 매운 쭈꾸미를 먹는 중간중간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특히 들깨가 듬뿍 들어간 미역국은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서 자꾸만 손이 갔다.

철판 쭈꾸미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볶음밥을 안 먹을 수 없었다. 남은 쭈꾸미 양념에 김, 밥, 채소를 넣고 볶아주는데, 그 맛이 정말 최고였다. 살짝 눌어붙은 볶음밥을 긁어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볶음밥에 날치알이 들어가면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콤한 양념에 볶아진 볶음밥
매콤한 양념에 볶아진 볶음밥

이어서 쭈꾸미 파전이 나왔다. 큼지막한 크기에 놀랐고, 파전 위에 쭈꾸미가 아낌없이 올려져 있는 모습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쭈꾸미 파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는데, 쫄깃한 쭈꾸미와 아삭한 파의 조화가 정말 좋았다. 특히 쭈꾸미가 많이 들어 있어서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다만, 겉바속촉의 완벽한 파전이라기보다는 살짝 눅눅한 감이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다음에는 조금 더 바삭하게 구워달라고 부탁드려야겠다.

쭈꾸미가 듬뿍 올려진 쭈꾸미 파전
쭈꾸미가 듬뿍 올려진 쭈꾸미 파전

전체적으로 음식 맛은 훌륭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환기가 잘 안 된다는 것이었다. 요리를 할 때 연기가 많이 나서 가게 안에 연기가 자욱했고, 덥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에 그런 불편함은 잠시 잊혀졌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철판 쭈꾸미 2인분과 쭈꾸미 파전을 시켰는데, 4만원이 채 나오지 않았다. 가성비 최고의 맛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친절한 직원분들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주셨다. 덕분에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동묘의 정취를 다시 한번 느껴보았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게가 좁아서 테이블 간 간격이 좁고, 화장실이 외부에 있는 공용 화장실이라는 점은 불편했다. 또한,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서 찾아가기가 쉽지 않고, 가게 앞에 흡연 구역이 있어서 담배 냄새가 나는 것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묘집은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탱글탱글하고 부드러운 쭈꾸미의 식감,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 푸짐한 밑반찬, 친절한 직원분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맛있는 쭈꾸미 요리를 즐기고 싶다. 동묘 근처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동묘집을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푸짐한 철판 쭈꾸미 한 상 차림
푸짐한 철판 쭈꾸미 한 상 차림

총평: 동묘집은 맛, 가격, 양, 친절도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다. 특히 쭈꾸미 파전은 꼭 먹어봐야 할 메뉴이며, 쭈꾸미 볶음도 훌륭하다. 좁은 공간과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는 감수해야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순간 모든 것이 잊혀진다. 동묘 근처에서 쭈꾸미 맛집을 찾는다면, 동묘집을 강력 추천한다.

팁:
*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웨이팅이 길 수 있으니,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다.
* 쭈꾸미 파전은 꼭 주문해서 먹어보자.
* 볶음밥은 필수 코스다.
* 환기가 잘 안 되므로,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옷차림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매콤한 양념이 돋보이는 쭈꾸미 볶음
매콤한 양념이 돋보이는 쭈꾸미 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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