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범계의 밤, 오랜만에 찾은 이 거리는 여느 때와 같이 활기로 넘실댔다. 낯선 골목길을 헤매듯 걷다가 문득, 시선을 사로잡는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붉은색 바탕에 하얀 글씨로 쓰인 “青い鳥屋!” (아오이토리야). 마치 일본의 어느 작은 마을에 숨겨진 듯한 이 이름은, 왠지 모를 설렘을 안겨주었다. 이 지역 맛집으로 소문난 이곳, ‘아오이토리야’에서의 특별한 저녁을 기대하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은은한 조명과 귓가에 맴도는 잔잔한 J-POP이 나를 일본의 어느 선술집으로 순식간에 데려가는 듯했다. 작지만 아늑한 공간, 테이블마다 놓인 일본식 소품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저녁 6시 반이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빈 테이블을 찾기 어려웠다. 월요일 저녁이었지만, 이곳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풍경이었다. 테이블링 앱을 통해 미리 예약을 걸어두지 않았다면, 이 맛있는 경험을 놓칠 뻔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집에서 편안하게 테이블링 앱으로 예약을 걸어두고 올 요량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태블릿으로 주문을 받았다. 2층에도 아늑한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3인 세트 메뉴를 선택했다. 닭모듬 구이와 테바사키 9개가 포함된 구성이었다. 곁들일 음료로는 상큼한 유자 생맥주와 달콤한 복숭아사와를 주문했고, 술을 즐기지 않는 일행을 위해 알코올 제로 맥주도 준비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닭 육수와 마늘쫑이었다. 맑고 깊은 맛의 닭 육수는 쌀쌀한 저녁 공기를 따뜻하게 감싸주었고, 아삭하면서도 알싸한 마늘쫑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단순한 밑반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맛에, 벌써부터 이 집의 음식 솜씨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윽고 메인 메뉴인 닭모듬 구이가 등장했다. 갓 구워져 나온 닭고기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먹음직스러운 빛깔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했다. 함께 제공된 세 가지 소스, 녹차 소금, 매콤한 소스, 그리고 고소한 노른자 소스는 각기 다른 매력을 뽐냈다. 직원이 친절하게 부위별 설명을 곁들여주며, 각 소스와 어울리는 조합을 추천해주었다. 처음 방문한 손님에게는 일일이 구워주기도 한다고 했다.

하나씩 맛을 보았다. 겉은 바삭하게 구워졌지만 속은 촉촉하게 육즙을 머금고 있어, 씹을 때마다 풍부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녹차 소금은 닭고기 본연의 담백한 맛을 한층 끌어올려 주었고, 매콤한 소스는 깔끔하게 매운맛으로 물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 노른자 소스는 부드러운 풍미로 닭고기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닭구이 자체만으로도 훌륭했지만, 이 세 가지 소스가 더해져 다채로운 맛의 향연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테바사키가 나왔다. 겉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갈색 빛깔의 닭 날개 구이는,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모든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겹겹이 쌓인 맛은, 정말이지 ‘인생 테바사키’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강렬한 후추 베이스와 간장 베이스의 조화는 나고야의 맛을 그대로 옮겨온 듯했고, 껍질은 바삭하게, 속살은 야들야들하게 익혀져 절묘한 식감을 자랑했다. 이 테바사키는 정말 꼭 먹어야 할 메뉴였다.

함께 주문한 유자 생맥주는 상큼한 유자 향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어, 기름진 닭고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복숭아 사와 역시 위에 큼직한 복숭아 토핑이 얹어져 있어, 씹는 맛까지 더해주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일행도 알코올 제로 맥주 덕분에 음료를 즐길 수 있었다.
이곳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스프카레였다. 아쉽게도 우리는 저녁 식사 시간에 방문했기에 점심 메뉴인 스프카레를 맛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한 음식을 곁눈질로 볼 수 있었다. 다음에는 꼭 점심에 방문하여 이 스프카레를 맛보고 싶었다. 리뷰들을 보니, 점심 스프카레는 닭다리, 계란, 다양한 채소 튀김이 푸짐하게 들어있고, 밥 리필도 무료라고 했다. 특히 브로콜리 튀김의 맛은 야채를 좋아하게 만드는 맛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닭모듬 구이와 테바사키 외에도, 염통구이, 닭껍질교자, 야끼오니기리, 스프카레 파스타, 닭목살 치즈 볶음밥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야끼오니기리와 닭목살 치즈 볶음밥은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메뉴였다. 밥을 볶아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일부 리뷰에서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실제로 맛보고 나니 그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신선한 재료와 정성스러운 조리 과정을 생각하면,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느껴졌다. 물론, 매장이 협소한 편이라 웨이팅이 길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웨이팅마저도, 이곳에서의 맛있는 식사를 기대하게 만드는 설렘의 일부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문득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식당을 떠올렸다. 일본 본토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노력과, 손님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사하려는 사장님의 철학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음식 맛은 물론, 가게의 분위기, 직원들의 친절함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이곳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당을 넘어, 일본의 감성을 물씬 느끼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 펜데믹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마치 일본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아오이토리야’는, 나에게 삿포로에 가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자, 잊지 못할 밤을 선사한 소중한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음 주에 다시 방문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