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할머니의 손맛 그대로, 푸짐한 전라도 밥상 체험기

그저께, 집에서 짐을 챙겨 길을 나섰어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는데, 마침 좋은 소식이 들려왔거든요. 예전부터 할머니가 해주신 음식 맛이 그리웠는데, 이곳이라면 그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어요. 큰길가에 자리 잡고 있어서 찾기도 수월했고, 무엇보다 차를 가지고 갔는데 주차 걱정 없이 편안하게 세울 수 있어서 첫인상이 참 좋았습니다. 마치 고향집 가는 길처럼, 익숙하면서도 설레는 기분으로 가게 문을 열었어요.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은은하게 퍼지는 집밥 냄새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따뜻한 조명 아래 정갈하게 차려진 상차림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이건 뭐, 시골 할머니가 손주 온다고 밤새 준비하신 밥상이 따로 없더라고요. 하나하나 눈으로 담기도 바빴어요.

정갈하게 차려진 전라도 밥상
와, 이거 정말 제대로 된 한 상이죠?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더라고요.

처음엔 뭘부터 먹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어요. 밥상 위에는 정말이지 없는 게 없었거든요. 갓 지은 따끈한 밥 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그 옆으로는 제철 나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요. 짭조름하게 말린 생선 구이부터, 매콤달콤하게 조려진 문어 요리, 그리고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아나고와 쭈꾸미 볶음까지. 이 모든 걸 보니, ‘아이고, 이 맛 좀 봐라!’ 절로 감탄사가 나왔답니다.

특히 제 눈길을 사로잡은 건, 잘 구워진 생선 한 마리였어요. 노릇노릇하게 익은 껍질 아래 숨겨진 속살은 얼마나 부드러울지 벌써부터 상상이 갔죠.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입안에 넣으니, 뼈에서 살이 스르륵 발라지면서 입안 가득 풍성한 바다 향이 퍼졌어요. 비린내는 전혀 없고, 짭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마치 오래전 엄마가 해주셨던 그 맛 그대로였습니다.

꽃이 활짝 핀 나무
식당 주변에도 이렇게 예쁜 꽃들이 피어 있어서 마음이 더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반찬들도 하나하나 어찌나 맛있는지 몰라요. 겉절이 김치는 아삭함이 살아있으면서도 양념이 자극적이지 않아 밥이랑 같이 먹기 딱 좋았고, 짭짤하게 간이 된 멸치볶음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왔어요. 새콤달콤하게 무쳐진 나물들은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고, 묵은지는 그 깊은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집에서 먹는 엄마의 손맛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맛이었어요. 숟가락을 뜰 때마다 고향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나고와 쭈꾸미 볶음이었어요.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양념이 쫄깃한 쭈꾸미와 부드러운 아나고에 착 달라붙어 있었는데, 한 숟갈 뜨는 순간 ‘기가 막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땀이 살짝 맺힐 정도로 매콤했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달콤한 맛과 풍부한 해산물의 조화가 정말 최고였습니다. 밥 한 숟갈 듬뿍 떠서 이 볶음과 함께 비벼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더라고요.

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얼큰한 탕
이 큼지막한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던 탕은 또 어떻고요. 보기만 해도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탕도 하나 시켰는데, 와, 이 탕 국물이 정말 진국이더라고요. 큼지막한 뚝배기에 담겨 나온 탕은 각종 해산물과 채소가 어우러져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한 숟갈 뜨니, 속이 다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추운 날씨에 먹으면 정말 딱일 것 같았고, 해장하기에도 그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쫄깃한 해산물과 아삭한 채소가 어우러져 씹는 맛도 좋았고, 국물은 자꾸만 숟가락을 부르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죠.

이곳은 단순한 밥집이 아니었어요. 주인장님의 넉넉한 인심과 음식에 대한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마치 오랜만에 찾아온 손주에게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는 듯했죠. 밑반찬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서 준비하신 티가 났고, 메인 요리들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전라도 음식 특유의 깊고 진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음식을 먹는 동안, 다른 손님들의 이야기도 살짝 들었는데, 대부분 이곳을 몇 년째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라고 하더라고요. 단체 모임을 하거나 가족 외식을 할 때도 이곳을 찾는다고 하니, 그만큼 음식 맛과 분위기가 좋다는 증거겠죠. 나 역시 이곳에 온 것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당 주인장으로 보이는 남성
이곳의 넉넉한 인심은 아마 이분에게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이곳에 오기 전에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곳에 와서 식사를 하고 나니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따뜻한 밥상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팍팍한 일상에 지쳐 있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어요.

마지막 한 숟갈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마저도 다음에 다시 찾아올 이유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해남에 와서 이렇게 제대로 된 전라도 밥상을 맛보고 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르겠어요. 다음에 또 이곳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서 이 맛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요.

병에 담긴 액체 제품
이곳에서 직접 만든 건지, 아니면 판매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왠지 믿음이 가는 비주얼이었어요.

혹시라도 따뜻하고 정성 가득한 집밥, 그리고 푸짐한 전라도 음식이 그리우시다면, 이곳을 꼭 한번 찾아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틀림없이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마치 우리 할머니 댁에 온 것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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