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오늘도 혼자 밥 먹을 곳을 찾아 나선 길. 특별한 목적지 없이 발걸음 가는 대로 걷다가, 우연히 눈에 띈 간판 앞에서 잠시 멈칫했습니다. ‘국수’라는 단어는 익숙했지만, 그 곁에 ‘돈까스’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는 것이 왠지 모르게 흥미를 자극했습니다. ‘국수집인데 돈까스가 맛있다고? 이게 무슨 조합이지?’ 하는 호기심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약간의 어수선함은 마치 이곳이 아직 새롭게 시작하는 가게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과 테이블에서 느껴지는 정성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카운터석이나 1인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테이블 간격이 너무 좁지 않아 제 공간을 확보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복잡한 점심시간에도 그리 눈치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분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살짝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의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분께 조심스럽게 메뉴를 여쭙고, 가장 궁금했던 ‘조개칼국수’와 ‘돈까스’를 주문했습니다. 혼밥을 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1인분 주문’인데, 다행히 이곳은 어떤 메뉴든 1인분 주문이 가능해서 안심했습니다.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는 동안, 벽에 걸린 액자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담긴, 감성적인 문구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 동네 스타국수에서 격해지라는 겉절이와 함께 풍성한 생산조끼는 덤입니다.’ 어쩌면 이 문구처럼, 이곳은 단순한 국수집 이상의 경험을 선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피어올랐습니다.

이윽고 테이블 위로 세숫대야처럼 거대한 그릇에 담겨 나온 조개칼국수는 그 비주얼만으로도 압도적이었습니다. 뽀얀 육수 위로 싱싱한 바지락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그 위를 푸릇한 채소가 싱그럽게 덮고 있었습니다. 갓 부쳐 나온 듯한 겉절이 김치와 노란 단무지도 함께 나왔습니다.

가장 먼저 국물 맛을 보았습니다. 싱싱한 조개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가 싶더니, 은은한 감칠맛이 뒤따랐습니다. 간혹 짜다는 평도 있었지만, 제 입에는 과하지 않고 딱 좋았습니다. 쫄깃한 면발과 함께 조개의 시원한 맛을 음미하며 후루룩 넘기니,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녹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함께 나온 겉절이 김치도 별미였습니다. 처음 맛본 김치는 신선한 양념 맛이 좋았는데, 아쉽게도 두 번째 나온 김치는 양념 맛이 조금 덜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국수와 잘 어울리는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메인이라고 해도 좋을, 두툼한 돈까스가 등장했습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였지만, 한 조각을 집어 들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튀김옷은 바삭함을 넘어선 ‘크리스피’함 그 자체였습니다. 씹을 때마다 고소한 튀김옷과 육즙 가득한 두툼한 고기의 조화가 일품이었습니다. 돈까스와 함께 나온 두 가지 소스 역시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익숙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가진 클래식한 소스였고, 다른 하나는 산뜻하면서도 새콤한 맛으로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었습니다. 마치 일식 돈까스를 연상시키는 튀김 실력과 고기의 두께는, 이곳이 단순한 국수집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인생 돈까스’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겉절이와 함께 곁들여 먹어도, 밥과 함께 먹어도, 그 자체로도 훌륭했습니다. 밥은 갓 지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따뜻한 쌀밥이 제공되었습니다. 샐러드와 함께 나온 돈까스는 사진보다 훨씬 큼지막한 두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고구마 크로켓까지 곁들여져 혼자 먹기에도 넉넉한 양이었습니다.

가격 대비 양과 맛,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습니다. 요즘 물가 상승으로 인해 예전만큼 저렴하지는 않지만, 11,000원에 이 정도 퀄리티의 칼국수와 돈까스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1인분임에도 불구하고 부족함 없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의 다소 무뚝뚝한 태도에 당황했지만, 식사를 하는 동안 직원분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테이블을 정리하고 손님을 응대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친절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물론, 때로는 그릇이 모자라거나 주문이 누락되는 등의 서툰 대응이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불편함들은, 가격과 맛,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게 내부와 주방에서 느껴지는 깔끔한 위생 상태와 관리에 대한 신경 씀이 이러한 불편함을 충분히 상쇄할 만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내 돈 들여 한 끼 식사하기에 충분하였나?’라는 질문에 ‘충분 그 이상’이라는 답을 할 수 있는 곳을 만났습니다. 혼자서도 눈치 보지 않고 푸짐하고 맛있는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혼밥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행복입니다.
이곳은 다음에 또 찾아올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국수와 돈까스라는 의외의 조합이 이렇게 완벽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곳. 다음에 올 때는 다른 메뉴도 맛보고 싶고, 가능하다면 튀김 메뉴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여도 괜찮아, 오히려 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던 이곳. 오늘도 혼밥 성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