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훌쩍 다가온 봄, 하지만 저녁이 되면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감돌아 따끈한 국물이 절로 생각나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들른 천안 신방동, 이곳에 새로 생긴 현대옥이 궁금했던 차에 마침 혼밥하기 좋은 곳이라는 소문도 있어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차를 주차하고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은한 조명 아래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가 나를 맞았다. 왁자지껄한 소란스러움 대신 차분한 음악과 함께 속닥이는 대화 소리만이 공기를 감돌고 있었다. 혼자 온 손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 콩나물국밥 전문점답게 다양한 국밥 메뉴가 눈에 띄었다. 기본 콩나물국밥부터 얼큰한 맛, 황태 콩나물국밥까지. 혼자 왔지만 역시 든든하게 한 끼를 채우고 싶어 황태 콩나물국밥을 선택했다. 곁들임 메뉴로는 매콤한 메밀전병도 빼놓을 수 없지. 주문을 마치고 나니 왠지 모를 설렘이 밀려왔다. 과연 소문대로 맛있는 콩나물국밥을 맛볼 수 있을까.

음식이 나오기 전, 반찬이 먼저 차려졌다. 그런데 이건 또 뭔가! 익숙한 모습의 직원분들 대신 귀여운 로봇이 나타나 쟁반에 담긴 밑반찬을 테이블로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가. 처음 경험하는 로봇 서빙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갓 나온 밑반찬은 콩나물국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깍두기와 배추김치, 그리고 새콤달콤한 깻잎장아찌와 오징어젓갈이었다. 이 모든 반찬은 셀프 코너에서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특히 콩나물과 밥도 무한 리필이 된다니, 정말 든든한 한 끼를 보장하는 곳이었다.

곧이어 주문한 황태 콩나물국밥과 메밀전병이 나왔다.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온 국밥은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한 국물과 함께 큼직한 황태채와 아삭한 콩나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맑고 투명한 국물 위로 송송 썰어 넣은 파와 계란이 어우러져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함께 나온 수란은 국밥에 톡 터뜨려 먹거나, 따로 그릇에 담아 즐겨도 좋다고 했다. 나는 일단 국물 맛을 보기 위해 숟가락을 조심스럽게 담갔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황태의 감칠맛과 아삭한 콩나물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국밥을 한 숟가락 크게 뜨고, 곁들여 나온 메밀전병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김치와 채소로 꽉 채워져 매콤하면서도 씹는 맛이 좋았다. 국밥의 시원함과 전병의 매콤함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입맛을 돋우었다. 중간중간 오징어젓갈을 곁들여 먹으니 짭짤한 맛이 국밥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었다. 함께 나온 깻잎장아찌는 향긋함과 짭짤함이 적절히 어우러져 밥과 함께 먹기 딱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밥과 콩나물, 그리고 기본 반찬까지 모두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혼자 밥을 먹다 보면 양 조절에 실패하거나, 남기기 아까워 억지로 먹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콩나물 국밥의 시원함이 마음에 들어 콩나물을 두 번이나 리필해서 먹었다. 넉넉한 인심 덕분에 정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이 집은 순두부와 제육볶음, 떡갈비 같은 다른 메뉴들도 맛있다는 평이 많았다. 다음 방문 때는 혼자 와도 부담 없이 여러 가지 메뉴를 맛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리뷰 중에 1인 1식사 정책으로 곁들임 메뉴를 바로 시키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나는 식사를 든든하게 하고 싶었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국밥을 다 비우고 나니, 식당 한편에 마련된 카페 공간도 눈에 들어왔다. 식사를 하고 바로 커피까지 즐길 수 있다니, 1석 2조였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고 하니, 식사 후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겠다. 콩나물 아이스크림도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계절 메뉴라 맛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음 여름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야간 산행 후 급하게 들렀던 다른 지점의 경험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걱정했었다. 영업시간 마감 임박 방문에 대한 불친절했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천안 신방점은 직원분들도 친절했고, 음식 맛과 위생, 그리고 넉넉한 인심까지 모든 면에서 훌륭했다. 혼자 왔지만 전혀 눈치 보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따끈하고 시원한 콩나물국밥 한 그릇으로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넓은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차를 가져와도 편리하고, 이른 아침 7시부터 오픈하기 때문에 아침 식사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혼자 밥 먹을 곳을 찾고 있다면, 혹은 든든하고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생각나는 날이라면, 천안 신방동 현대옥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오늘도 혼밥 성공! 다음에는 어떤 메뉴를 골라볼까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