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 먹는 즐거움을 아는 나에게, ‘혼밥하기 좋은 곳’은 늘 최고의 탐방 대상이다. 특히 유명하다는 식당도 혼자 방문했을 때 눈치 보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최근 허영만 선생님의 ‘백반기행’에 소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혼자서도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질 만한 곳을 찾아 영광 백수읍에 위치한 ‘백수식당’을 방문했다.
식당 앞에 도착했을 때, 큼직한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식·백합요리 전문점 백수식당 Since 1974’.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깊은 맛을 기대하게 하는 문구였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다소 낯선 분위기가 나를 맞았다. 반갑게 맞아주는 직원 없이, 손님을 빤히 바라보는 듯한 시선들이 느껴졌다. 서빙도 어딘가 건성건성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유명세에 비해 친절함이나 서비스가 평범하다는 리뷰를 미리 보았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처음부터 기분이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오늘 나의 선택은 이 식당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백합죽이었다. 17,000원이라는 가격에 처음에는 조금 망설여졌다. 일부 리뷰에서는 백합의 양이 적다는 평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을 시키기 전에는 조금 비싼가 했는데, 맛보고는 만족했다”는 긍정적인 후기들이 나를 안심시켰다.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마치자, 곧이어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깔리기 시작했다.

정말 놀라웠다. 20가지가 넘는 밑반찬이 식탁을 가득 채웠다. 김치, 나물 무침, 장아찌, 젓갈 등 손수 만든 듯한 정겨운 반찬들이었다. 하나같이 낯설지 않고, 시골집 밥상에 온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다. 특히 밑반찬으로 함께 나온 족발은 ’40년 인생 족발’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맛있었다. 겉보기에는 다소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가는 정성스러운 음식들이었다.

이윽고 메인 메뉴인 백합죽이 나왔다. 뽀얀 국물에 큼직한 백합 알갱이와 파릇한 채소가 어우러진 모습이 군침을 돌게 했다. 한 숟갈 떠서 맛을 보니, 슴슴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간도 적당했고, 백합의 신선한 맛이 잘 살아 있었다. 17,000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주 많은 양의 백합이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5알 정도 들어있다는 리뷰에 비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전라도 인심을 엿볼 수 있는 푸짐한 상차림과 정성스러운 백합죽 덕분에, 처음의 낯선 분위기는 어느덧 잊혀졌다.

식사를 하는 동안, 다른 손님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었다.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오시는 것을 보니, 허영만 선생님이 다녀간 곳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물론, 맞은편 한성식당은 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유명세만큼이나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주변에서 ‘백합죽이 맛있는 집’이라고 추천받아 왔다는 손님들도 있었고, ‘건너편 식당을 가려다 못 가고 왔다’는 손님도 있었다. 간혹 ‘기대를 해서 그런지 맛이 별로였다’는 아쉬운 평도 들렸지만, 대부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이모카세’처럼 화려하거나 특별한 서비스가 있는 곳은 아니다. 직원들의 친절함이나 서빙 방식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리뷰도 분명 존재한다. 심지어 ‘예약하셨냐’는 젊은 주인장의 말에 당황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점심, 저녁 시간대는 손님이 붐비니 예약이 필수라는 점도 기억해둘 만하다. 혼자 방문하기에 카운터석이나 1인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넓고 4인석 위주로 되어 있어 혼자 와도 크게 눈치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주변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내 식사에 집중하기 좋았다.
물론, 몇몇 부정적인 경험담처럼 ‘친절도와 음식의 맛이 평범하게 느껴졌다’거나 ‘유명세에 비해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특히 백합죽의 간이 살짝 짜다는 의견, 백합죽 양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이야기, 일부 반찬들이 식어서 아쉽다는 평도 있었다. 어떤 리뷰에서는 ‘따뜻한 백합죽’보다 ‘시원한 백합탕에 소주 한잔’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백수식당은 분명 ‘진정한 맛집’이었다. 20여 가지가 넘는 푸짐한 반찬들은 단순한 양의 많음을 넘어, 전라도 특유의 손맛과 인심을 담고 있었다. 밥 한 숟갈에 정갈한 나물 하나, 매콤한 김치 한 점을 곁들여 먹는 그 맛은 집밥처럼 편안하고 따뜻했다. 특히 메인 메뉴인 백합죽은 신선한 백합의 풍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였다.
물론, 모든 사람의 입맛은 다르기에 모든 음식이 완벽하게 만족스러울 수는 없을 것이다. 서비스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음식의 맛을 넘어, 푸짐함과 정겨움이라는 ‘인심’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혼자여도 전혀 눈치 보지 않고, 맛있는 음식으로 든든한 한 끼를 채울 수 있었다. 오늘도 혼밥 성공! 다음번에 백합탕에도 도전해봐야겠다.
오늘도 혼자여서 괜찮았던, 아니 혼자라서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었던 식사였다. 다음에 영광에 가게 된다면, 나는 분명 다시 이곳 백수식당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