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세상에!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입맛이 도는지 모르겠어요. 꼬불꼬불 영등포 시장 골목길을 걷다 보니,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이 발걸음을 잡아끌더라고요. 그저께인가, 어제인가 텔레비전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저는 뭐 그런 건 잘 몰라도요. 그저 밥 냄새, 고기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니, 이거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 말이죠. 오래전부터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라고 하던데, 저도 한번 그 따스한 정을 느껴보려고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섰답니다.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건, 북적이는 활기함이었어요.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시는 사장님 내외 두 분이 보이는데,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에서도 손님을 맞이하는 미소가 떠나질 않으시더라고요. 테이블 간격이 좁고 매장도 아담한 편이지만, 그게 또 시골집 마루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듯한 정겨움을 더해주는 것 같았어요. 저처럼 혼자 온 손님도 계셨지만, 역시 여기서는 여럿이 와서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먹어야 제맛인 것 같더라고요.
저는 운 좋게도 저녁 피크 타임이 시작되기 조금 전, 일곱 시쯤 도착했답니다. 덕분에 한숨 돌릴 겨를 없이 바쁘게 돌아가시는 주방과 홀을 볼 수 있었어요. 간혹 너무 바쁘셔서 말투가 조금 딱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속에는 손님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는 걸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예전에 방송에서 보고 찾아왔다가 제대로 못 즐기고 가셨다는 분 얘기도 들었는데, 여기는 정말 타이밍이 중요하긴 한가 봐요. 오늘은 서둘러 오길 잘했다 싶었죠.

메뉴판을 보니, 역시 이곳의 자랑은 돼지불백이었어요. 오랜만에 왔는데도 가격이 10,000원으로 올랐지만, 양을 생각하면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예전에는 8천 원이었다니, 정말 오래된 단골들은 그 시절을 얼마나 그리워할까 싶었어요. 사실 돼지불백이라는 이름보다는, 저는 이게 숯불에 구워주는 갈비구이에 더 가깝다고 느껴지더라고요.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가 얼마나 군침 돌게 하는지 몰라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불백이 나왔어요. 처음 딱 봤을 때, 이거 양이 정말 어마어마하더라고요. 다른 집에서 ‘특 사이즈’라고 나올 법한 양이 이곳에서는 기본으로 나오는 것 같았어요. 200~300g 정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이 가격에 이 정도 양이면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고기가 살짝 건조한 느낌도 들긴 했지만, 질기거나 딱딱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오는데, 어차피 쌈 싸서 먹으면 그만이죠.

밑반찬으로는 채소 위주로 몇 가지가 나왔는데, 저한테는 뭐니 뭐니 해도 상추, 마늘, 쌈장이면 충분했어요. 상추는 리필도 된다고 하니, 마음껏 쌈 싸 먹을 수 있겠어요. 아, 물론 바쁘신 사장님 눈치를 살짝 보긴 해야겠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든든하게 한 끼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진짜 신기한 건, 이게 그냥 돼지불백이 아니라는 거예요. 불판 위에서 숯불 향을 입고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그 불맛이 정말 일품이더라고요. 이건 마치 옛날 엄마가 숯불에 구워주시던 그 고기 맛 같았어요. 한 숟갈 딱 떠서 쌈장에 콕 찍어 상추에 싸 먹으면, 크으~ 그 맛이 정말 일품이에요.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고기가 바닥을 보이고 있더라고요.

옆 테이블에서는 김치찌개나 고추장찌개도 시키는 것 같았는데, 저는 아쉽게도 오늘 재료 소진인지 주문을 못 해봤어요. 다음에는 꼭 찌개도 맛봐야겠다 싶었죠. 대신 저는 고등어구이도 하나 시켰는데, 이게 또 돼지불백 못지않게 맛있더라고요. 노릇하게 잘 구워진 고등어가 얼마나 살이 통통하고 고소한지, 입에서 스르륵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요.
사실, 이 집은 그냥 밥만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찾으러 오는 곳 같아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따뜻한 밥 한 끼와 함께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여기, 영등포 시장 골목에 숨어 있었던 거죠.
가끔은 이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정성 가득한 음식을 맛보며 속을 편안하게 다독여주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오늘 저는 그 시간을 이곳에서 선물 받은 것 같네요. 영등포 시장에 들를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