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퇴근길에 문득 속이 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있다. 혼자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과 넉넉한 인심까지 두루 갖춘 이 동네 숨은 맛집 말이다. 바로 (상호명)이다.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이곳은, 전라도의 정갈하고 푸짐한 한 상 차림을 그대로 담아낸 곳으로 유명하다. 사실 회를 잘 못 먹는 편인데도, 이곳에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늘 또 한번, 나만의 만족스러운 혼밥을 위해 기분 좋은 설렘을 안고 문을 열었다.
가게 앞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저녁 시간이라 이미 테이블 몇몇은 손님들로 채워져 있었다. 다행히 내가 선호하는 카운터석이 비어 있어 바로 자리를 잡았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 정갈하게 세팅된 수저와 물컵이 놓여 있었다. 이곳은 참 신기하게도, 1인 손님이라고 해서 눈치를 주거나 불편해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혼자 온 나를 위해 최대한 편안한 자리를 마련해 주는 듯한 배려가 느껴진다. 덕분에 오늘도 ‘혼밥하기 좋은 곳’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메뉴판을 훑어보는데, 역시나 뭘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수많은 메뉴 중에서도 오늘 나의 선택은 ‘모듬회’. 싱싱한 활어회는 물론, 이 집의 자랑인 푸짐한 스끼다시까지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리뷰에서 ‘인생 횟집’이라고 극찬하는 글들을 수도 없이 봤지만, 올 때마다 그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특히 이곳은 ‘한 식탁에서 하루에 두 번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그날 준비된 신선한 음식만을 내어준다고 한다. 이런 정성과 신선함이 가격 대비 훌륭한 가성비로 이어지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의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다는 평도 있지만, 오히려 이렇게 가까이 앉아 다른 손님들의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혼밥의 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옆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즐거운 대화 소리가 나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만한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져 편안했다.
드디어 오늘의 메인 요리, 모듬회가 등장했다.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접시 가득 차려진 회의 빛깔이 정말 영롱했다. 얇게 썰어낸 회는 투명에 가까울 정도로 신선해 보였고, 붉은 기가 도는 부분은 입안 가득 퍼질 고소함과 쫄깃함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 위로 앙증맞게 올라간 전복 한 점과 레몬 조각, 그리고 브로콜리까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플레이팅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첫 점을 맛보았다. 입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는 부드러움과 함께 신선한 바다의 풍미가 확 퍼졌다. 씹을수록 쫄깃함이 살아나는 식감 또한 일품이었다. 마치 방금 바다에서 건져 올린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곁들여 나온 백김치와 곁들임 채소들도 회의 신선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곳의 회는 단순히 ‘맛있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회가 절반쯤 비워질 무렵,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끼다시들이 차례로 나왔다. 묵은지 김밥과 바삭한 새우튀김은 이 집의 숨은 별미다. 리뷰에서 ‘최고였다’는 칭찬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묵은지 김밥은 새콤달콤한 묵은지와 짭짤한 김치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튀김옷이 얇고 바삭하게 튀겨진 새우튀김 역시,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탱글탱글한 새우살이 그대로 살아있어, 맥주 한잔을 절로 부르는 맛이었다.

이어서 나온 탕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어 국물 맛이 더욱 깊고 풍부했다. 밥 한 숟가락에 탕 국물을 적셔 먹으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말았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무생채에 밥을 비벼 먹는 맛은 정말 최고였다. 아삭한 무생채와 고슬고슬한 밥이 어우러져, 단순하지만 깊은 감칠맛을 선사했다. 이곳의 음식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가성비’라는 단어에 이끌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몇 번의 방문 끝에 깨달았다. 이곳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우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신선한 재료, 정갈한 맛, 푸짐한 양, 그리고 무엇보다 넉넉한 인심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곳이다. ‘전라도의 한 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술꾼들의 성지’가 될 것이다. 소주 한잔에 좋은 사람과 이야기 나누기에도 더없이 좋은 장소. 동창회나 지인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푸짐한 구성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처럼 혼자 와서, 나만을 위한 맛있는 식사를 즐겼다. ‘혼자여도 괜찮아’, ‘오늘도 혼밥 성공!’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주차 공간이 넉넉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홀과 방이 다소 협소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아쉬움마저도 잊게 만드는 맛과 서비스가 바로 이곳의 매력이다. 15년 동안 한결같이 변치 않는 맛을 유지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광주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곳’이라는 평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맛있는 음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가게를 나선다. 다음번 방문에는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변하지 않는 맛과 넉넉한 인심으로 늘 나를 반겨주는 이곳, (상호명)은 분명 나의 ‘인생 횟집’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아직 이곳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혼자라도 괜찮으니 꼭 한번 들러보길 강력 추천한다. 전라도의 푸짐한 인심과 신선한 바다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