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이 내려앉은 저녁,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치자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오늘, 나는 OO리 바닷가에 자리한 한 횟집을 찾았다. 왠지 모를 기대감에 부풀어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 외관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창 너머로 북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언뜻 비쳤다. 왠지 모를 정겨움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나무 질감의 벽면과 곳곳에 걸린 액자들은 따뜻하면서도 빈티지한 감성을 자아냈다. 특히 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복도 벽면을 빼곡히 장식한 액자들은 이곳을 찾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사진, 정성껏 쓴 손편지, 혹은 연예인들의 사인으로 보이는 글귀들까지. 이 모든 것이 마치 한 편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갓을 쓴 듯 은은한 빛을 내뿜는 대나무 조명들이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직접 짠 듯한 독특한 질감의 조명 갓은 이국적이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2층은 활기찬 분위기였지만, 조용함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1층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다행히 내가 앉은 1층은 적당히 분주하면서도 차분한 공기가 감돌았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 전,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갓김치, 쌈무, 쌈장, 마늘, 고추 등 기본적인 것들부터 시작해, 갓 튀겨낸 듯 따뜻한 부침개 조각과 신선한 쌈 채소가 가지런히 담겨 나왔다. 낯선 재료의 향신료가 섞인 양념장도 있었지만, 왠지 모를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윽고 메인 메뉴인 모둠회가 등장했다. 12만원이라는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눈으로만 봐도 신선함이 느껴지는 찰랑이는 회는 그 가격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붉은 속살을 드러낸 참치, 투명한 흰 살 생선, 그리고 쫄깃한 식감이 예상되는 광어까지. 세 가지 종류의 회가 정갈하게 플레이팅 되어 있었다. 큼지막하게 썰어낸 회는 한 점 입에 넣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달짝지근한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마치 바다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머금은 듯한 맛이었다.

회와 함께 주문했던 물회도 푸짐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지는 자그마한 조각의 회와 채소, 그리고 새콤달콤한 육수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젓가락으로 휘젓자 싱싱한 해산물과 아삭한 채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숟가락 떠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과 다채로운 식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더운 날씨에 딱 어울리는 메뉴였다.

이곳은 회만큼이나 훌륭한 ‘스끼다시’로 유명하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멍게, 해삼, 소라, 새우, 전복 등 다양한 해산물들이 연달아 나왔다.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왔으며, 비린 맛 하나 없이 신선함 그 자체였다. 특히 꼬들꼬들한 식감의 해삼과 달콤한 새우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2인 모둠회 세트에 포함된 ‘눈알’ 모양의 튀김도 독특한 비주얼과 바삭한 식감으로 재미를 더했다.
물론 가격대가 주변 가게들보다 조금 높은 편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훌륭한 음식들과 더불어, 청결하게 관리된 매장 환경과 친절하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은 그 가격 이상의 가치를 선사했다. 왁자지껄하지만 기분 좋은 활기가 넘치는 곳. 이곳은 단순히 식사를 하는 공간을 넘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가는 장소임이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맑은 지리탕은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국물 맛은 앞서 먹었던 음식들의 풍미를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OO리 바닷가에서 마주한 이 횟집은, 신선한 회와 풍성한 해산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따뜻한 분위기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만족스러웠던 경험이었다. 다음 OO리 방문의 이유가 될 곳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