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때론 느리게, 때론 빠르게 흘러가지만, 마음속 깊이 각인되는 순간들은 언제나 특별하다. 특히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맛, 혹은 처음 만났음에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음식과의 조우는 삶의 풍경을 한층 다채롭게 만든다. 영광 법성포, 그곳에서 경험한 ‘또오소’에서의 한 끼 식사는 그러했다. 단순한 끼니를 넘어, 정갈함과 푸짐함, 그리고 따뜻한 정이 어우러진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마주한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 이곳을 찾게 된 것은 맑은 날, 갓 지은 밥 냄새처럼 은은하게 퍼져가는 입소문 때문이었다. 굴비의 본고장이라는 영광에서 ‘또오소’라는 상호만큼이나 정겹고, 마치 ‘어서 오라’는 손짓처럼 나를 이끌었던 그곳.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때, 문을 여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따뜻한 분위기는 나의 예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정갈하게 차려진 상이었다. 마치 잘 닦아놓은 보석처럼 윤기 나는 놋그릇 위에 하나하나 정성스레 담겨 나온 음식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 같았다. 1인 25,000원이라는 가격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풍성하고 다채로운 구성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단순히 가짓수만 채운 것이 아니라, 마치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듯한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특히 이 집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보리굴비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했다. 갓 구워져 나온 듯, 노릇하게 익은 굴비는 비린내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꼬들꼬들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입안에 넣는 순간, 짭짤하면서도 담백한 풍미가 밥알과 어우러져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밥 한 공기는 금세 사라지고, 두 공기를 청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도 놀랐다. 갓 지은 따뜻한 밥에 시원한 녹찻물을 부어 굴비 한 점을 얹어 먹는 그 순간, 세상의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듯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보리굴비 외에도 함께 나온 반찬 하나하나가 마치 숨은 보석 같았다. 겨울에도 알이 꽉 찬 간장게장은 짜지도 않고, 감칠맛 도는 양념이 일품이었다. 밥과 함께 비벼 먹어도 좋고, 그대로 살을 발라 먹어도 훌륭했다. 불고기는 부드러우면서도 달큰한 양념이 잘 배어 있었고, 쫄깃한 오징어찜은 신선한 재료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계절을 타지 않고 항상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이곳의 큰 장점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 ‘또오소’의 음식들은 간이 세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 듯했다. 그래서인지 계속해서 젓가락이 향하게 되었고, ‘하나만 더, 하나만 더’를 외치며 밥그릇을 비우게 되었다. 마치 어린 시절 어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시던 밥상이 떠올랐다. 북적이는 식당 안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따뜻하고 편안한 기운이 감돌았는데, 이는 친절한 직원분들의 몫이 컸다. 쉴 새 없이 손님을 응대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특히,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음식 먹는 법을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것도 인상 깊었다. 녹찻물에 밥을 말아 굴비와 함께 먹는 방법, 게장을 더욱 맛있게 즐기는 요령 등을 알려주셔서 더욱 풍성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또오소’를 단순한 식당이 아닌, 따뜻한 정을 나누는 공간으로 느끼게 했다.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가족, 친구, 혹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기본이고, 그 안에는 전라도 특유의 푸짐함과 인심, 그리고 정성이 녹아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왠지 모르게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느낌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영광 법성포를 다시 찾게 된다면, 망설임 없이 ‘또오소’를 다시 방문할 것이다. 그곳에서의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닌,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채워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굴비 한 점에 담긴 깊은 맛,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따뜻한 정을 느끼고 싶다면, ‘또오소’는 분명 당신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