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늦가을의 어느 날, 문득 뜨끈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과음한 다음 날 찾는 해장국이라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깊은 맛의 국물이 그리웠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원당, 그곳에서도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겨진 뼈해장국 맛집, ‘달려라 뼈대장’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에 놓인 낡은 듯 정갈한 식기들과, 손님들의 이야기 소리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편안함을 선사했다. 커다란 창밖으로는 원당 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창밖 풍경은 언뜻 평범해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뼈해장국 단일 메뉴에 뼈 추가, 우거지 추가 등의 옵션이 있었다. 메뉴판 한켠에는 묵은지 감자탕, 대대장 찜 같은 메뉴도 눈에 띄었다. 나는 뼈해장국을 주문했다. 가격은 8,000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뼈해장국이 내 앞에 놓였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볼거리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 안에는 푸짐한 우거지와 큼지막한 뼈가 넉넉하게 들어 있었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얹어져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깊고 진한 육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간은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감칠맛이 느껴졌다.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국물은, 마치 오랜 시간 정성껏 끓여낸 사골 육수를 마시는 듯한 깊이를 지니고 있었다. 과하지 않은 간은 재료 본연의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뼈에 붙은 살코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젓가락질 몇 번에 뼈와 쉽게 분리되었다. 촉촉하고 야들야들한 살코기는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뼈에 붙어있는 쫄깃한 힘줄은 씹는 재미를 더했다.
우거지는 또 얼마나 맛있던지.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은 물론, 깊은 맛이 뼈해장국 국물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우거지 특유의 향긋함은 돼지 뼈의 느끼함을 잡아주었고, 씹을수록 우러나오는 은은한 단맛은 뼈해장국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뼈해장국을 먹는 중간중간, 깍두기와 함께 먹으니 더욱 꿀맛이었다. 적당히 익은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뼈해장국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은 물론, 잃어버린 입맛까지 되살려주는 듯했다. 깍두기 또한 직접 담근 듯, 신선하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정신없이 뼈해장국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였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차가웠던 몸은 물론, 마음까지 따뜻하게 녹여주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이렇게 맛있는 뼈해장국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아쉬움, 그리고 이 맛을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음에는 꼭 친구들과 함께 와서, 묵은지 감자탕과 대대장 찜에도 도전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달려라 뼈대장’. 이름처럼 힘차게 달려나가는 듯한 기운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힐링할 수 있는 곳. 원당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맛집이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근 방문자 리뷰에 따르면 우거지에서 냄새가 나거나 국물 간이 세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그런 문제는 없었지만, 혹시 방문하게 된다면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뼈해장국 자체의 퀄리티는 여전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맛집은 단순히 음식이 맛있는 것을 넘어,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분위기와 추억을 선사한다고 생각한다. ‘달려라 뼈대장’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특별한 맛집으로 기억될 것이다. 뜨끈한 뼈해장국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위로와 행복, 잊지 못할 것이다.

이미지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벽면은 어딘가 모르게 복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하다. 또한, 가게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쾌적한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방문에는 꼭 사진으로 담아와야겠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뼈해장국 덕분인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원당 골목길, 그 작은 공간에서 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앞으로도 숨겨진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과 함께 인생의 행복을 찾아나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