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찬 바람이 뼈 속까지 스며드는 겨울이면 늘 그리워지는 맛이 있거든요. 바로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뜨끈한 추어탕에, 정성껏 삶아내던 부드러운 보쌈 한 점 말이에요. 오늘은 그 옛날 할머니 손맛 그대로, 입맛 까다로운 저까지 사로잡은 광주 남구의 어느 보물 같은 식당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름하여 ‘시골집 추어탕’! 이름부터가 푸근함이 느껴지는 이곳,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을 고스란히 담아냈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넓고 깨끗한 매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탁 트인 공간에 테이블 간격도 넉넉해서 괜스레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늦은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손님들로 북적이는 모습에 이곳이 괜히 맛집으로 소문난 게 아니구나 싶었지요. 저 어릴 적, 동네 길가에 있던 작은 가게에서 엄마 심부름으로 뜨끈한 추어탕을 포장해 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그때 그 시절,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노란 냄비를 들고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어찌나 신나던지요. 지금은 이렇게 단독 건물에 넓은 주차장까지 갖춘 멋진 식당이 되었지만, 사장님 얼굴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푸근하고 정겹기만 하셔서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그 모습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어떤 메뉴를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역시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 할 수 있는 김치보쌈과 추어탕을 주문했습니다. 추어탕은 ‘반탕’으로 주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혼자서도 부담 없이 뜨끈한 추어탕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특히 요즘처럼 소식을 하는 분들에게는 이 ‘반탕’ 옵션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치보쌈이 나왔습니다. 보쌈 고기가 어찌나 야들야들한지,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결대로 스르륵 찢어질 정도였어요. 갓 버무려진 듯 싱싱한 김치는 또 어떻고요. 빨갛게 양념이 고루 배어든 김치 속에는 아삭한 배추와 채소가 가득 들어 있었는데, 살짝 매콤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보쌈 고기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습니다. 한 점을 집어 김치에 싸서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보쌈 살과 매콤달콤한 김치가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성한 맛이 퍼졌어요. ‘아이고, 이 맛 좀 봐라!’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짭조름한 새우젓에 콕 찍어 먹어도 좋고, 알싸한 마늘과 쌈장, 그리고 아삭한 고추까지 곁들여 쌈으로 즐겨도 그만이었죠. 깻잎이나 상추쌈 위에 보쌈 한 점 올리고, 그 위에 김치를 듬뿍 얹어 한 입 가득 넣으면, 정말이지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메인 메뉴인 보쌈만큼이나 기대했던 추어탕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걸쭉하면서도 진한 국물은 그야말로 일품이었어요. 쌀쌀한 날씨에 딱 어울리는 뜨끈한 국물을 한 숟갈 뜨니,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뼈째 갈아 넣은 듯 깊고 진한 맛은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귀한 맛이었죠. 함께 나온 밥 한 공기를 말아 슥슥 비벼 먹으니, 절로 고향 생각이 났습니다. 고추를 팍팍 넣어 얼큰하게 즐기기도 하고,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 고소하게 먹기도 했어요. 특히 이곳 추어탕은 산초가 은은하게 들어가서 그런지, 먹을 때마다 새콤한 향이 한번씩 스쳐 지나갔는데, 이게 또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깔끔한 뒷맛을 선사했습니다. 덕분에 ‘완뚝'(추어탕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은 시간 문제였답니다. 몸살 기운이라도 있었던 날이라면, 이 뜨끈한 추어탕 한 그릇으로 콧물까지 훌쩍이며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었어요. 젓가락이 자꾸만 가는 콩나물무침은 아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새콤달콤한 꼬막 초무침은 밥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제격이었습니다. 입맛 까다로우신 90대 할머니께서도 너무 맛있다며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하셨을 정도니, 말 다 했죠.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 만한 맛이었습니다.

정말 신기한 건, 이 집은 추어탕 전문점이지만 보쌈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김치보쌈의 매력에 빠져 추어탕집인지 보쌈집인지 헷갈릴 정도랍니다. 보쌈을 드시고 추어탕 반탕을 곁들이는 조합, 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혹자는 고기가 국산이 아니라고 했지만, 전혀 잡내 없이 부드럽고 맛있었어요. 아마 좋은 재료를 가지고 정성껏 조리하기 때문이겠죠.

이곳은 또 하나, 정말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식사 후 화장실에 들렀는데, 가글 기기가 비치되어 있더라고요! 덕분에 식사 후 입안을 개운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기 전, 입구에 놓인 커피 머신에서 믹스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시며 따뜻했던 식사를 다시 한번 음미했지요. 작지만 이런 배려들이 모여 손님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저처럼 옛날 엄마 손맛, 할머니 손맛을 그리워하는 분들이라면 이곳 ‘시골집 추어탕’에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정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니까요. 쌀쌀한 날씨에 몸보신이 필요할 때, 혹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을 때, 이곳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이 될 거예요.
처음 방문했을 때는 꼬막 비빔밥도 궁금해서 주문했었는데, 새콤하면서도 고소한 양념에 푸짐한 꼬막이 어우러져 이것 또한 별미였답니다. 간장 꼬막 비빔밥도 맛있었지만, 저는 초장 꼬막 비빔밥이 더 입맛에 맞더라고요. 새콤달콤함 속에 느껴지는 쫄깃한 꼬막의 식감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곳은 넓은 매장 덕분에 단체 모임 장소로도 손색이 없어요. 주말 저녁 붐비는 시간대에 방문하면 20분 정도 웨이팅이 있을 수 있지만, 기다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는 직원분들 덕분에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때로는 웨이팅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도 있었던 것 같아요. 5인 이상과 4인 이하로 번호표가 나뉘어 운영되면서, 4인 이하 팀이 먼저 입장하는 경우가 생겨 기분이 상했던 손님도 계셨다고 하니, 이 부분은 좀 더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한결같은 맛과 친절함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이곳, ‘시골집 추어탕’. 제가 느꼈던 따뜻함과 정겨움, 그리고 무엇보다 ‘이 맛이야!’ 싶은 감동을 여러분도 꼭 한번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의 손맛 그대로, 진하고 깊은 국물의 추어탕과 부드러운 김치보쌈 한 점이면, 추운 겨울날이라도 마음속까지 훈훈해질 거예요.
살코기 부분은 퍽퍽하고 김치가 너무 맵다는 부정적인 리뷰도 있었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김치도 맵기보다는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큰했고, 보쌈 고기 역시 부드러웠습니다. 아마 조리하시는 분이나 그때그때 재료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이곳의 음식은 ‘정성’이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처럼 한식을 좋아하고,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선호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마음에 드실 거예요. 다음번 방문에는 뜨끈한 추어탕과 함께 꼬막 비빔밥도 꼭 다시 맛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