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역 인근, 21년 전통의 추억과 맛을 담은 매콤달콤 분식집의 ‘혼밥’ 성공기

오후 2시, 점심시간은 지났지만 여전히 배는 출출했다. 딱히 뭘 먹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문득 입안에 착 감기는 매콤달콤한 맛이 그리워졌다. 인터넷 지도를 켜고 오산역 근처를 뒤적이다, 왠지 모르게 발길이 이끌리는 곳을 발견했다. ’21년 넘게 이어져 온 곳’이라는 문구에 시선이 멈췄다. 오래된 맛집은 늘 예상치 못한 감동을 주기 마련이니까. 오늘도 혼밥 성공을 위해,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큼지막한 노란색 글씨로 ‘오산매’라고 적힌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옆으로 ’25년 1월 1일 (수요일)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였지만, 창문에 붙은 여러 메모지와 그림들이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둔 곳임을 짐작게 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하면서도 정겨운 분식집 특유의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오산역 인근 맛집 '오산매' 간판
노란색 글씨의 ‘오산매’ 간판과 영업 안내문이 눈에 띈다.

혼자 온 손님에게도 눈치 보이지 않는 곳인지 살짝 둘러보았다. 다행히 카운터석은 따로 없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너무 좁지 않아 혼자 앉아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곧이어 주인아주머니께서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메뉴판을 보니, 추억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분식 메뉴들이 적혀 있었다. 떡볶이, 오뎅, 튀김, 순대 등. 역시 분식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뭘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 가장 시그니처 메뉴처럼 보이는 ‘매운오뎅’과 ‘쌀떡볶이’를 주문하기로 했다. 1인분씩 주문 가능한지 여쭤보니, 흔쾌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런 곳이 혼밥러에게는 정말 고마운 존재다. 혼자 와서 이것저것 시키고 싶을 때, 1인분 주문이 안 되면 망설여질 때가 많은데 말이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 전, 먼저 ‘매운오뎅’을 꼬치에 꿰어 팔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큼지막한 오뎅이 매콤한 양념에 푹 담겨 먹음직스러웠다. 어떤 분은 혼자 와서 이 매운 오뎅 4개와 튀김을 포장해 가서 드신다는 리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그만큼 이 매운 오뎅에 대한 애착이 강한 분들이 많다는 뜻일 테니.

먹음직스러운 매운 오뎅 꼬치
꼬치에 꿰어 나온 먹음직스러운 매운 오뎅.

이윽고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쌀떡볶이와 튀김, 그리고 따끈한 오뎅 국물이 함께 준비되었다. 쌀떡볶이는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는 쌀떡을 사용한 듯 보였다. 새빨간 양념이 먹음직스럽게 윤기가 흘렀고, 그릇 안에는 떡볶이와 함께 길쭉한 파 조각들이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왠지 모를 옛날 학교 앞 분식집의 느낌이랄까.

주문한 쌀떡볶이와 오뎅
쫄깃한 쌀떡으로 만든 떡볶이와 푸짐한 오뎅.

먼저 쌀떡볶이를 한 입 맛보았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떡의 식감이 정말 좋았다. 양념은 과하게 맵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퍼지는 매콤함과 달콤함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라, 자꾸만 손이 갔다. 처음엔 1인분만 시킬까 했지만, 이 맛이라면 한 그릇 더 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콤달콤한 쌀떡볶이
입안 가득 퍼지는 매콤달콤함과 쫄깃한 떡의 식감이 일품이다.

다음은 기대했던 ‘매운오뎅’ 차례. 꼬치에 꿰어 나온 오뎅은 큼지막한 크기만큼이나 씹는 맛이 좋았다. 겉에는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넉넉하게 발려 있었고, 중간중간 깨가 뿌려져 있어 고소함까지 더해졌다. 한 입 베어 물자, 따뜻한 오뎅의 부드러움과 양념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졌다. 맵기는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고,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정도였다. 매운맛을 잘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적당한 맵기와 단맛의 밸런스가 좋았다.

매콤한 양념이 듬뿍 묻은 오뎅
양념이 듬뿍 배어든 매콤달콤한 오뎅 꼬치.

함께 나온 튀김도 바삭하게 잘 튀겨져 있었다. 김말이, 오징어튀김 등 몇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튀김의 식감이 떡볶이의 양념과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떡볶이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포만감과 만족감을 꽉 채워주는 조합이었다.

다양한 튀김과 떡볶이, 그리고 음료
바삭한 튀김과 떡볶이, 그리고 따뜻한 차가 함께 나온다.

중간중간 뜨끈한 오뎅 국물을 마시며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맑고 시원한 국물 맛이 분식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어 좋았다. 떡볶이 소스를 찍어 먹거나 튀김을 곁들여 먹는 방법도 추천되어 있었는데, 나는 떡볶이는 떡 그대로의 맛을 즐기고 튀김은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먹으니 각 메뉴의 맛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분식집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함께해 온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에서 ’21년 넘게 사장님을 봐 왔다’는 글귀가 떠올랐다. 나 역시 어릴 적 학교 앞 분식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던 추억이 떠올랐다. 21년 전, 내가 중학교 때부터 이 맛을 이어오셨다니. 이곳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었다.

어느덧 마지막 떡 하나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고, 마음도 따뜻해졌다. 혼자 와도 전혀 어색함 없이, 오히려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던 곳. 21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함없이 이어져 온 그 맛과 정성이 느껴지는, 오산역 근처의 숨은 보석 같은 맛집이었다. 다음에 또 오산에 올 일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혼밥러에게도, 추억을 찾는 사람에게도, 맛있는 분식을 즐기고 싶은 누구에게나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오늘도 혼밥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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