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조용한 골목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베트남 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함께 따뜻한 온기가 나를 맞아주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익숙하지만 새로운 느낌의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저녁 늦게라 한산한 분위기 덕분에 사장님과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는데, 사장님의 친절함이 더욱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제일 먼저 주문한 것은 단연 쌀국수였다. 평소 쌀국수를 즐겨 먹지만, 이곳의 쌀국수는 정말 특별했다. 국물을 한 숟갈 떠 마시는 순간, 그 시원함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단순히 맑기만 한 육수가 아니라, 돼지국밥 육수가 30%, 일반적인 쌀국수 육수가 70% 정도 섞인 듯한 오묘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이런 조합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매력적이었다. 면발 또한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당면과 쌀국수 면이 2:8 정도로 섞인 듯한 독특한 식감은 씹을수록 풍미를 더했다.

쌀국수 위에는 얇게 썬 고기가 겹겹이 올라가 있었고, 그 위로는 파릇파릇한 파와 고수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다. 나는 고수를 좋아해서 따로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혹시 고수를 싫어하는 분들은 따로 요청하면 된다고 한다. 국물 맛이 시원해서 그냥 먹어도 맛있었지만, 고추기름과 라임을 살짝 넣으니 풍미가 한층 더 깊어지고 칼칼한 맛이 더해져 정말 최고였다. 가볍게 먹고 나오기 좋은 곳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쌀국수와 함께 주문한 분짜는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매력이 있었다. 생각보다 달콤한 맛이 강했는데, 면은 부드러웠지만 야채 종류가 좀 더 다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하지만 함께 나온 고기와의 조화는 나쁘지 않았다. 분짜 역시 가볍게 즐기기 좋은 메뉴인 것 같았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곁들임 메뉴들의 퀄리티였다. 특히 만두는 정말 바삭하고 속이 꽉 차 있었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담백해서 쌀국수와 함께 먹기에도, 따로 즐기기에도 아주 좋았다. 5,000원이라는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라니, 가성비가 정말 최고였다. ‘넴’이라고 불리는 이 만두는 라이스페이퍼를 사용해서 튀겼는지, 일반적인 만두와는 다른 특별한 바삭함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 넴, 사실 개인적으로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보편적인 만두소와 비슷한 맛에, 바삭한 피가 특징이지만 다음 방문에는 넴보다는 쌀국수를 사이즈업하는 게 더 만족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에서도 넴은 조금 비싸게 느껴진다는 평이 있었는데, 함께 먹으면 좋긴 하지만 단독으로 시키기엔 아쉬움이 남는 메뉴였다.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밥이 무료로 비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쌀국수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아할 만한 서비스다. 나는 밥을 말아 먹기보다는 쌀국수로 이미 충분히 만족했지만, 든든하게 한 끼를 채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서비스가 될 것이다.

솔직히 이 동네에서 쌀국수로 만족했던 경험이 거의 없었는데, 이곳은 정말 ‘선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매우 합리적인 편이라 부담 없이 방문하기 좋고, 무엇보다 음식의 퀄리티가 뛰어나다. 쌀국수의 면과 육수, 그리고 곁들임 메뉴까지, 하나하나 신경 쓴 흔적이 느껴졌다.

같이 간 친구는 분짜를 시켰는데, 나는 쌀국수를 먹었지만 친구의 분짜를 맛보니 역시 분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 먹는 쫄깃한 면과 고기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다음에는 꼭 분짜를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이곳은 전반적으로 음식의 맛도 훌륭하지만, 플레이팅이나 식기류에서도 정성이 느껴졌다. 묵직한 나무 쟁반에 담겨 나오는 음식들은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얇게 썰어 나온 라임과 고추, 그리고 곁들임 채소들은 음식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곳은 ‘맛집’이라고 말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처음 방문했지만 마치 단골집처럼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에도 친절하게 응대해주신 사장님 덕분에 더욱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넴 정도랄까?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일 뿐, 음식 자체의 퀄리티를 깎아내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쌀국수와 다른 메뉴들의 훌륭함이 그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다.
이곳은 혼밥하기에도 좋고, 친구와 함께 와서 다양한 메뉴를 시켜 나눠 먹기에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서울에서 맛있는 쌀국수나 베트남 음식을 찾는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곳을 방문해보길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