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제 몸은 강렬한 한식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갈망하는 것처럼, 얼큰하고 매콤한 무언가가 절실했죠. 36일간의 유럽 여행은 거뜬히 버텼는데, 희한하게도 미국에서는 유독 한식이 간절하더군요. 아마도 제 몸이 김치 속 유산균과 캡사이신의 조화를 그리워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곧장 영종도로 향했습니다.
목적지는 승무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빨간거짱구네’ 본점. 직관적인 상호에서 느껴지듯이, 메뉴는 단 두 가지, ‘빨간거’와 ‘하얀거’ 뿐입니다. 빨간거는 매콤한 낙지전골, 하얀거는 맑은 연포탕 스타일이라고 하니, 매운맛에 대한 저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빨간거가 제격이겠죠. 체인점이 몇 군데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인천과 경기권에만 분포되어 있다고 하니, 본점의 위엄을 느껴볼 좋은 기회입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넓고 깔끔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후 3시라는 다소 애매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은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특히 클럽72에서 골프를 치고 온 듯한 손님들이 많이 보였는데, 라운딩 후 매콤한 낙지전골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 하나의 코스처럼 여겨지는 듯했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빨간거 2인분을 주문하자, 곧바로 밑반찬이 세팅되었습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시원하게 잘 익은 물김치였습니다. 젖산 발효가 적절하게 진행되어, 입안에 청량감을 선사하는 것이, 마치 잘 만든 수제 맥주처럼 느껴졌습니다. 뒤이어 나온 바지락국은 은은한 감칠맛이 일품이었는데, 바지락 특유의 시원함이 느껴지는 국물이었습니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빨간거가 등장했습니다. 팽이버섯과 부추가 수북하게 올려진,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비주얼이었습니다. 국물 안에는 자잘한 돼지고기가 숨어 있었는데, 돼지고기의 지방이 녹아들어 국물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 같았습니다. 잠시 후, 종업원 분이 커다란 산낙지 한 마리를 통째로 가져와, 능숙한 솜씨로 전골에 넣어주셨습니다.
산낙지가 꿈틀거리는 모습은, 신선함을 증명하는 듯했습니다. 젓가락으로 휘저어보니, 낙지가 뜨거운 국물 속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낙지는 오래 익히면 질겨지기 때문에, 살짝만 익혀서 먹어야 제맛입니다.

드디어, 낙지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마치 갓 잡은 활어회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낙지 다리 부분은 콜라겐 함량이 높아, 씹을수록 쫀득한 탄력이 느껴졌습니다. 이어서 국물 한 입을 맛보니, 입술을 얼얼하게 만드는 매콤함과, 혀를 감싸는 달콤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마치 떡볶이 양념처럼 중독적인 맛이었습니다.
이 매콤달콤한 국물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고추장의 캡사이신 성분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고, 설탕의 글루코오스와 과당이 단맛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돼지고기에서 우러나온 지방산이 국물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듯합니다.
솔직히, 계속 떠먹다가는 다음 날 아침 속쓰림으로 고생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마약처럼, 뇌는 계속해서 이 국물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제 옆에 소주라도 한 병 있었다면, 분명 이성을 잃고 폭주했을 겁니다. 다행히, 함께 간 일행은 술을 전혀 못 마시는 사람이었기에, 간신히 자제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건더기를 건져 먹고 난 후, 칼국수 사리를 추가했습니다. 쫄깃한 면발이 매콤한 국물을 흡수하여, 또 다른 별미를 만들어냈습니다.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이 국물의 점성을 높여, 더욱 진하고 걸쭉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칼국수 면을 건져 먹는 동안에도, 숟가락은 쉴 새 없이 국물을 향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배가 불러도, 이 마성의 국물을 남길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볶음밥 1인분을 추가했습니다. 종업원 분이 남은 국물과 건더기를 잘게 잘라, 밥과 함께 볶아주셨습니다. 이때, 들기름을 살짝 넣어주는 것이 이 집만의 비법인 듯했습니다.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서, 밥알 표면에 갈색 크러스트가 형성되고,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했습니다.
볶음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니, 들기름의 고소함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볶음밥을 먹는 동안에도, 숟가락은 쉴 새 없이 바닥을 긁었습니다. 결국, 냄비 바닥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나서야,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그리고 캡사이신까지, 뇌가 원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켜준 완벽한 식사였습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면서, 저는 이미 다음 방문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꼭 하얀거에 도전해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또한, 이번에는 술을 꼭 함께 곁들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빨간거짱구네는 저의 영종도 방문 필수 코스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1인분에 3만원이라는 가격은, 솔직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산낙지를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격 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니면, 기본 반찬 수를 늘리거나, 세트 메뉴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또한, 볶음밥에 들기름 향이 너무 강해서, 양념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간거짱구네는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맛집입니다. 중독적인 소스 맛과 신선한 산낙지의 조합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맛을 선사합니다. 특히, 저처럼 해외여행 후 매콤한 한식이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라는 결론을 내리며, 저는 다시 한번 영종도로 향할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총점: 4.5/5.0
* 맛: ★★★★☆ (4.5/5.0) – 중독적인 매콤달콤한 소스 맛이 일품.
* 가격: ★★★☆☆ (3.0/5.0) – 다소 비싼 가격이 아쉬움.
* 서비스: ★★★★☆ (4.0/5.0) – 친절하고 신속한 서비스.
* 분위기: ★★★★☆ (4.0/5.0) – 넓고 깔끔한 공간.
추천 메뉴: 빨간거, 볶음밥, 칼국수 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