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부터 여기 가야겠다! 마음먹고 간 건 아니었어요. 예전에 부모님들 모임 때문에 몇 번 방문하셨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있었는데, 직접 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 근처 감자탕이나 오리집과는 좀 다른, ‘옻오리’라는 특별한 메뉴 때문에 궁금증이 동하더라고요. 뭐, 솔직히 말하면 ‘굳이 옻오리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일부러 찾아올 정도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특별함이 있다는 거잖아요.
가게 앞 모습부터 뭔가 ‘여기는 그냥 동네 식당이 아니구나’ 싶은 느낌이 물씬 풍겼어요. 낡았지만 정감 가는 붉은색 지붕에, 왠지 모르게 시골집 마당에 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벽돌 건물.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서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더라고요. 간판에 새겨진 한자들은 왠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졌고요.

안으로 들어서니 역시나! 생각했던 그대로였어요. 테이블마다 둘러앉아 식사를 즐기는 분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고 편안해 보이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곳이다 보니, 단골손님들이 많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죠. 아, 그리고 이 동네는 젊은 사람들보다는 좀 더 연륜이 있으신 분들이 많이 사시는 동네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벽에는 이런저런 액자와 메뉴판이 걸려 있었어요. 메뉴판을 보니 정말 ‘옛날 식당’에 온 것 같은 느낌이 확 들더라고요. 큼직하게 쓰인 글씨체부터, 빼곡하게 적힌 메뉴들까지. 왠지 모르게 정겹고 익숙했어요. 이 모든 게 마치 10년,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선사해주더라고요.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보니, 역시나 이곳의 메인 메뉴는 ‘옻오리’와 ‘감자탕’이더라고요. 저는 오늘 옻오리를 먹으러 왔으니 망설임 없이 옻오리백숙을 주문했습니다. 여기에 곁들여 먹을 기본 반찬들도 궁금했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이 차려지기 시작했어요. 제일 먼저 나온 건 역시 이 집의 자랑이라는 김치와 파무침이었어요. 직접 담근 듯한 정갈한 김치와,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파무침. 사실 어느 식당이나 김치와 파무침은 기본적으로 나오잖아요? 그런데 여기 파무침은 정말 달랐어요. 갓 무쳐낸 듯한 신선함과 매콤달콤한 양념의 조화가 일품이더라고요. ‘아, 이 집 사장님이 요리에 솜씨가 있으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왠지 모르게 손맛이 느껴지는 맛이었달까요.

그리고 드디어 메인 메뉴, 옻오리백숙이 등장했습니다! 큼지막한 솥단지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옻오리백숙은 그 비주얼만으로도 압도적이었어요. 진하게 우러난 국물 위로 부드럽게 익혀진 오리고기와, 푹 익은 옻이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었죠. 오리 누린내는 전혀 나지 않고, 은은한 옻 향이 코끝을 자극했어요.

직접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봤는데, 와… 정말 진하고 깊은 맛이었어요. 옻이 들어가서 쓴맛이 날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오리의 풍미와 옻의 은은한 향이 어우러져서 정말 건강한 맛이랄까요. 푹 익혀진 오리고기는 얼마나 부드러운지, 젓가락으로 살짝만 눌러도 뼈에서 쏙 분리될 정도였어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죠.

백숙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남은 육수에 밥을 말아 죽을 끓여주셨어요. 이 죽이 또 별미더라고요. 옻오리 육수의 깊은 맛이 밥알 하나하나에 배어들어서 정말 구수하고 든든했어요. 짭조름한 김치나 새콤한 파무침을 곁들여 먹으니 얼마나 맛있던지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모든 경험이 ‘건강한 맛’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었어요. 자극적인 맛보다는 자연스럽고 깊은 맛, 그리고 몸이 편안해지는 듯한 느낌. 서울 근교에서 이렇게 시골의 정취와 건강한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게 정말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왜 어떤 사람들은 굳이 찾아올 필요 없다고 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어요. 화려한 인테리어나 최신 유행의 메뉴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처럼 이런 ‘본연의 맛’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보물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부모님들이 좋아하실 만한 그런 맛과 분위기였죠.
오랜만에 제대로 된 건강한 한 끼 식사를 한 것 같아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하루였어요. 다음에는 다른 메뉴도 한번 맛보러 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