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 나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을 따라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예산 덕산. 며칠 전부터 벼르던 온천 여행길이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짙은 안개에 잠겨 있었지만, 마음만은 탕 속의 온수처럼 따스하게 데워지고 있었다.
리솜 스파캐슬에서 밤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고 맞이한 아침,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요동 소리가 들려왔다. 덕산 온천 주변에는 아침 식사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는 정보를 입수했던 터라, 미리 점찍어둔 ‘뜨끈이집’으로 향했다. 10개가 넘는 블루리본 스티커가 붙어있는 외관은, 왠지 모를 믿음직스러움을 풍겼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2층 건물 위에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태양광 패널이 자리하고 있었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한우 해장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테이블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편안함과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홀 안을 둘러보며 해장국과 곰탕, 도가니탕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가 식탁 위에 놓였다.
먼저 해장국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았다. 흔히 생각하는 맵고 자극적인 해장국과는 거리가 멀었다. 맑고 깔끔한 국물은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듯했다. 마치 어머니가 정성껏 끓여주신 사골국처럼,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해장국의 가장 큰 특징은, 선지가 뚝배기 안에 담겨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따로 제공된다는 점이었다. 큼지막한 선지 한 덩어리를 숟가락으로 툭 잘라 국물에 넣으니, 뽀얀 국물이 순식간에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선지는 잡내 없이 신선했고,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선지를 듬뿍 넣어 한참을 먹다가, 함께 제공된 다대기를 살짝 풀어 맛을 보았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더해지니,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이마를 훔치며, 나도 모르게 숟가락질에 속도를 냈다.
곰탕은 뽀얀 국물에 송송 썰어 넣은 파가 넉넉하게 담겨 나왔다. 국물은 맑고 깔끔했으며, 느끼함 없이 담백했다. 아이들이 먹기에도 부담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 내 옆 테이블에 앉은 가족은 아이들을 위해 곰탕을 시켜주고 있었다.

도가니탕은 뽀얀 국물 속에 큼지막한 도가니가 넉넉하게 들어 있었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초등학생 아들이 도가니탕을 어찌나 잘 먹던지, 녀석의 빈 그릇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뜨끈이집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푸짐한 인심이었다. 특히 선지는 무한리필로 제공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선지 더 드릴까요?”라는 종업원의 친절한 물음에, 나는 망설임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갓 담근 듯 신선한 김치와 깍두기도, 탕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숨은 공신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하는 길, 벽면에 붙어 있는 수많은 유명인들의 싸인이 눈에 들어왔다. TV 프로그램에도 여러 번 소개된 유명한 맛집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25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뜨끈이집. 그 변함없는 맛과 푸근한 인심은, 덕산 온천을 찾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위로와 만족을 선사하고 있었다.

뜨끈이집의 해장국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드나들었다는 한 손님의 말처럼, 뜨끈이집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향의 맛이었다.
진한 사골 육수와 신선한 선지, 그리고 푸짐한 인심이 어우러진 뜨끈이집의 해장국 한 그릇은, 지친 일상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소울 푸드와 같았다.
뜨끈한 국물로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밖으로 나오니,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밤새도록 짙게 드리웠던 안개는 말끔히 걷혀 있었고,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덕산의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뜨끈이집에서 맛본 해장국 한 그릇 덕분에, 나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채워진 채 다시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뜨끈이집에서 느꼈던 따뜻함이 계속해서 가슴속에 맴돌았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을 넘어, 정과 추억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음번 덕산에 방문할 때에도, 나는 어김없이 뜨끈이집을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뜨끈한 해장국 한 그릇을 맛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또 하나 만들어갈 것이다.

뜨끈이집의 메뉴
* 해장국: 맑고 깔끔한 국물에 신선한 선지가 듬뿍 들어간 대표 메뉴
* 곰탕: 뽀얀 국물에 담백한 맛이 일품, 아이들도 먹기 좋은 메뉴
* 도가니탕: 쫄깃한 도가니가 듬뿍, 든든하게 몸보신하기 좋은 메뉴
* 김치: 직접 담근 김치. 깊은 맛이 특징
* 깍두기: 아삭하고 시원한 맛, 해장국과 찰떡궁합
뜨끈이집 방문 팁
* 선지를 좋아한다면, 해장국에 선지를 듬뿍 넣어 먹는 것을 추천
* 매운맛을 즐긴다면, 다대기를 넣어 얼큰하게 즐겨보자
* 선지는 무한리필이 가능하니, 부담 없이 추가 요청 가능
* 김치와 깍두기도 탕과 함께 곁들이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 아침 일찍 문을 여는 곳이므로, 아침 식사 장소로도 좋다.
* 주차장이 넓어 주차 걱정 없이 방문할 수 있다.

뜨끈이집에서 25년의 세월이 녹아든 해장국을 맛보며, 나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따뜻한 경험을 했다. 그곳에는 맛있는 음식과 푸짐한 인심, 그리고 사람들의 정이 있었다. 덕산 온천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뜨끈이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 뜨끈한 해장국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녹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