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보라네분식, 기대 없이 갔다가 깍두기 맛에 반해버린 집

늦은 시간, 배는 고픈데 문 닫은 가게들이 많아서 뭘 먹어야 하나 막막했던 태안에서의 저녁이었어요. 사실 태안까지 가서 분식집에 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큰 기대는 없었죠. 그런데 웬걸, 이곳 보라네분식에서의 경험은 정말이지 뜻밖의 행운이었답니다.

보라네분식 메뉴판
보라네분식의 메뉴판에는 김밥, 우동, 메밀비빔국수, 메밀냉국수 이렇게 딱 네 가지 메뉴만 심플하게 적혀있어요. 김밥도 딱 한 종류만 있답니다.

솔직히 처음엔 메뉴판을 보고 조금 의아했어요. 분식집인데 메뉴가 고작 네 가지라니. 김밥, 우동, 메밀비빔국수, 메밀냉국수. 김밥도 종류가 여러 가지 있는 게 아니라 딱 ‘김밥’ 하나뿐이었죠. 너무 단출해서 ‘이거 제대로 하는 곳 맞나?’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여행 중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하는 보석 같은 식당이 있다는 걸 알기에, 일단 주문부터 해보기로 했어요.

가장 먼저 나온 건 깍두기였어요. 보통 분식집 하면 김치나 깍두기 맛은 크게 기대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깍두기가 정말 물건이었어요. 아삭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데, 태안이 고향인 와이프가 그러더라고요. “어? 이거 우리 엄마가 해주시던 깍두기 맛이랑 똑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여기는 뭔가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맛있다고 말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정말 추억의 맛이 느껴지는 그런 깍두기였죠.

메인 메뉴로는 김밥과 메밀비빔국수를 시켰어요. 김밥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익숙한 그 맛이었지만, 깍두기 맛이 워낙 강렬해서인지 김밥도 왠지 더 맛있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대망의 메밀비빔국수! 사실 메밀면을 좋아하긴 하지만, 비빔국수 특유의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여기 메밀비빔국수는 신기하게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집에서 정성껏 만들어준 것처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순하고 담백한 맛이었죠.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점이 좋았어요. 속에 부담 없이,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맛이랄까요.

우동과 김밥, 깍두기
따끈한 우동 국물과 먹음직스러운 김밥, 그리고 깍두기의 조합은 언제나 옳죠.
우동과 김밥, 깍두기 항공샷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정갈한 느낌의 한 상 차림이에요.

그렇게 첫날, 보라네분식에서의 식사는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너무 맛있게 먹었던 탓인지, 다음 날 아침부터 또 그 생각이 나는 거 있죠. ‘그래, 어제 그 깍두기랑 우동 국물이 계속 생각나네!’ 그래서 결국 다음 날 또 방문했답니다. 이번에는 우동을 주문해봤어요.

메뉴판 상단 보라네분식 로고
가게 상호가 적힌 나무 간판이 정겹게 느껴지네요.

와, 우동 국물 맛은 또 어떻고요! 멸치 육수 베이스인 것 같은데, 깊고 시원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어요. 텁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밍밍하지도 않은 딱 좋은 깊은 맛. 추운 날씨에 뜨끈한 우동 국물 한 숟갈 뜨면 몸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랄까요. 면발도 적당히 쫄깃하고, 국물이랑 너무 잘 어우러져서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첫날 메밀비빔국수에 반했다면, 둘째 날은 이 우동 국물에 완전히 빠져버렸답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 풍경
점심시간이 지나도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솔직히 보라네분식은 엄청나게 화려하거나 특별한 음식을 파는 곳은 아니에요. 메뉴도 단출하고, 가게 분위기 역시 소박하죠. 하지만 이곳의 음식에는 ‘집밥’ 같은 편안함과 정성이 담겨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깍두기, 담백하고 건강한 메밀비빔국수, 그리고 깊고 시원한 우동 국물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두 제 입맛에 딱 맞았답니다.

분식집에서 조리 중인 떡볶이
많은 사람이 찾는 분식집이라면 떡볶이도 빠질 수 없죠.

많은 분들이 태안에 가면 싱싱한 해산물 요리를 떠올리겠지만, 저는 이곳 보라네분식을 여러분에게 꼭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특히 오랜만에 집밥 같은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이 당길 때, 혹은 여행 중에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을 찾고 싶을 때 말이에요. 저는 다음에 태안에 가면 분명 또 들르게 될 것 같아요. 그만큼 마음에 쏙 드는 곳이었답니다. 여기 깍두기는 정말 꼭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