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유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흡수하고 내려오는 길, 꼬르륵거리는 위장의 아우성은 마치 ‘어서 맛있는 걸 넣어달라!’ 외치는 듯했다. 수승대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 곧바로 ‘거창 산마루’로 향했다. ‘산마루’, 이름에서부터 왠지 모르게 건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마치 숲 속의 정기를 가득 담은 요리를 내어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창’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새겨진 아치형 조형물이었다 . 그 아래 ‘산마루’라는 간판이 정겹게 맞아준다. 식당 외관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방문한 듯한 푸근함을 선사한다. 짙은 회색 기와지붕과 옅은 회색 벽돌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편안한 인상을 준다. 노란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쓰인 메뉴 간판은 마치 어릴 적 동네 어귀에서 보던 정겨운 느낌 그대로다. 능이소고기버섯전골을 전문으로 한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려야 했다. 에서 볼 수 있듯이, 내 앞에 무려 8팀이나 대기 중이었다. 테이블링 시스템이 작동 중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졌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정독하며 어떤 메뉴를 선택할지 고민에 빠졌다. 능이소고기버섯전골(1인 18,000원), 소고기버섯전골(1인 14,000원), 흑돼지오겹살(1인 15,000원)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 특히 능이버섯전골은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듯했다. 능이버섯 특유의 향과 효능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다.
약 1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대기 시간이 길었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볼 생각에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콩나물무침, 김치, 샐러드 등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갓 담근 듯한 김치는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신 듯한 그런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능이소고기버섯전골이 등장했다. 얕은 냄비 안에는 형형색색의 버섯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능이버섯, 노루궁뎅이버섯,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등 보기에도 건강해 보이는 다양한 버섯들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얇게 슬라이스 된 소고기는 붉은 빛깔을 뽐내며 신선함을 자랑했다. 육안으로도 재료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아 보였다.

전골이 끓기 시작하자, 능이버섯 특유의 향이 코를 자극했다. 능이버섯은 ‘향茸’이라고도 불리는데, 특유의 향은 테르펜(terpene)이라는 유기 화합물에서 비롯된다. 이 테르펜은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자연이 주는 선물과도 같은 향긋함이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소고기에서 우러나온 아미노산과 버섯의 글루탐산이 만나 환상의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른바 ‘감칠맛’의 극대화라고 할 수 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어보니,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에 감탄했다. 능이버섯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마치 숲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버섯의 다당류 성분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 소고기의 단백질은 근육 생성에 기여한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최고의 메뉴였다. 마치 과학 실험에서 완벽한 결과를 얻은 듯한 희열이 느껴졌다.

버섯을 와사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톡 쏘는 와사비의 알싸함과 버섯의 향긋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특히 노루궁뎅이버섯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고, 팽이버섯은 아삭아삭한 식감이 즐거움을 더했다. 소고기는 부드러운 식감은 아니었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왔다. 마치 스테이크를 먹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전골을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우동사리를 추가했다. 쫄깃쫄깃한 우동 면발에 능이버섯 향이 가득 밴 국물이 스며들어 환상의 조합을 자랑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식이섬유까지 완벽하게 갖춘 건강한 식단이었다. 마치 영양학 교과서를 보는 듯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밥을 추가하여 죽을 만들어 먹었다. 뜨끈한 죽은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었고, 든든함까지 선사했다. 마치 추운 겨울날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간 듯한 포근함이었다. 쌀의 전분 성분이 국물에 녹아들면서 걸쭉해진 죽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식당 구조상 손을 씻는 세면대가 테이블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식사 도중 직원분이 바로 뒤에서 손을 씻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손 세정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물론 위생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식사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니, 사장님께서 소주잔을 선물로 주셨다. 거창 여행 온 것을 환영한다는 따뜻한 인사와 함께 건네주신 소주잔은, 작은 감동을 선사했다. 마치 예상치 못한 보너스를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거창 산마루’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힐링의 경험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마치 잘 짜여진 과학 논문을 읽은 듯한 만족감이 느껴졌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거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거창 산마루’에 들러 능이버섯전골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길 강력 추천한다. 특히 수승대출렁다리를 방문한 후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