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내공이 깃든 영등포구청 앞, 추억을 되살리는 노포 감자탕 맛집 순례기

어스름한 저녁, 퇴근길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어느 골목 어귀로 향하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뜨끈한 국물, 뭉근하게 삶아진 뼈다귀의 유혹을 떨쳐낼 수 없었던 탓이다. 목적지는 영등포구청 인근,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노포, ‘은성감자탕’이었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듯 정겨운 글씨체로 쓰인 ‘은성감자탕’ 네 글자 위로,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가게의 역사가 스크롤처럼 펼쳐지는 듯했다. 노란색 배경에 큼지막하게 적힌 상호는 한눈에 들어왔고, 그 아래 드리워진 낡은 어닝은 비바람을 막아주며 수많은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었을 것이다.

은성감자탕 가게 전경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은성감자탕’ 간판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은 좁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온기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퇴근 후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감자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활기 넘쳤고, 그들의 이야기 소리는 맛있는 음식 냄새와 섞여 묘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4인 테이블이 기본으로 세팅되어 있었고, 5~6명이 함께 온 경우에는 자리를 조율해주는 듯했다. 나는 혼자였지만, 친절한 직원분 덕분에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감자탕, 뼈해장국, 김치뼈탕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43년 전통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고,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감자탕(소) 자를 주문하고, 수제비 사리를 추가했다. 잠시 후, 기본 반찬이 나왔다. 깍두기와 계란말이, 양파와 쌈장이 소박하지만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감자탕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룰 것 같았다. 계란말이는 기름기가 살짝 많았지만, 오히려 고소한 풍미를 더해줬다.

기본 반찬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기본 반찬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감자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냄비 가득 담긴 뼈다귀와 우거지, 쑥갓 위에 송송 썰린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붉은 빛깔의 국물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코를 찌르는 매콤한 향은 잃어버렸던 식욕을 되살아나게 했다.

푸짐한 감자탕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감자탕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숟가락을 들고 국물부터 맛보았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여느 감자탕집과는 다른, 맑고 깔끔한 국물 맛이 인상적이었다. 보통의 감자탕은 들깨가루와 우거지를 듬뿍 넣어 다소 텁텁한 맛이 나는데, 이곳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었다. 43년 동안 쌓아온 내공이 느껴지는 깊은 맛이었다.

뼈다귀 하나를 건져 살코기를 발라 먹어보니, 정말 부드러웠다.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뼈와 살이 쉽게 분리되었다.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낸 덕분인지, 살코기 안쪽까지 양념이 깊숙이 배어 있었다. 퍽퍽한 느낌 없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뼈에 붙어있는 살코기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 씹는 맛이 있었다. 나는 마치 짐승처럼 뼈를 들고 정신없이 뜯어 먹었다.

부드러운 살코기
젓가락으로도 쉽게 분리되는 부드러운 살코기

감자탕에 들어있는 감자는 큼지막하게 썰어져 있었고, 푹 익어 입에 넣으니 사르르 녹는 듯했다.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국물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잘 익은 감자
푹 익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감자

함께 주문한 수제비 사리를 넣어 끓여 먹으니, 쫄깃한 식감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김치가 들어간 국물에 끓여 먹으니 마치 김치수제비를 먹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어느 정도 뼈다귀를 건져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주문했다. 남은 국물에 밥과 김치, 김 가루 등을 넣고 볶아주는데, 그 맛이 정말 훌륭했다. 특히, 볶음밥은 김치 위주로 볶아져 나와 더욱 감칠맛이 났다.

볶음밥
감칠맛 넘치는 볶음밥

정신없이 감자탕을 먹고 나니,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에어컨은 시원했지만, 뜨거운 국물과 매콤한 양념 덕분에 몸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니, 옷에 밴 감자탕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환기가 잘 안 되는 탓인지 옷에 냄새가 많이 배는 것은 아쉬웠지만, 맛있는 감자탕을 먹은 덕분에 기분 좋게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다만, 몇몇 아쉬운 점도 있었다. 뼈해장국에 비해 감자탕에는 우거지가 기본으로 제공되지 않아 추가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다소 혼잡하다는 점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최근 방문자 리뷰에 따르면 뼈에서 약간 냄새가 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 부분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 같다. 위생적인 부분에도 조금 더 신경 써서 일회용 앞치마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은성감자탕’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43년 전통의 깊은 맛, 푸짐한 양, 저렴한 가격은 다른 감자탕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다. 특히,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국물 맛은 술안주로도, 식사로도 훌륭하다. 영등포구청 근처에서 감자탕이 먹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은성감자탕’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김치뼈탕찜과 계란말이에도 도전해봐야겠다. 그리고, 다음에는 꼭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푸짐한 감자탕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은성감자탕’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추억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 같다.

김치뼈탕
다음에는 김치뼈탕에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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