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며칠 째 짙게 드리운 미세먼지를 뚫고 노은동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편백샤브길’. 이름에서부터 건강함이 물씬 느껴지는 이곳은, 지친 일상에 쉼표를 찍어줄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곳이었다. 도서관에서 책장을 넘기던 학생들도, 퇴근길에 지친 직장인들도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따뜻한 공간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문을 열자, 은은한 편백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마치 숲속에 들어선 듯,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깔끔하고 정갈한 인테리어는 편안함을 더했고, 조용조용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테이블마다 놓인 개인용 샤브샤브 냄비는 혼자 방문한 나에게도 전혀 어색함 없이, 오히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메뉴판을 펼치니 편백찜과 샤브샤브, 칼국수, 볶음밥 등 다채로운 구성이 눈에 띄었다. 특히 1인 샤브샤브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무한리필 샤브샤브도 좋지만, 가끔은 깔끔하게 정량을 즐기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가장 기본인 편백찜 샤브샤브를 주문했다. 순한 맛과 얼큰한 맛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얼큰한 맛을 골랐다. 매콤한 국물로 묵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내 앞에 놓였다. 얇게 슬라이스된 붉은 빛깔의 소고기와 형형색색의 신선한 야채, 그리고 칼국수와 죽까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 듯했다. 놋으로 만들어진 듯한 은빛 냄비는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깔끔하게 정돈된 식기들은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마치 그림 같은 풍경에,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가장 먼저 편백찜이 나왔다. 10분 타이머가 맞춰지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선물 상자를 열기 직전의 설렘과 같았다. 드디어 타이머가 울리고, 직원분이 뚜껑을 열어주셨다. 뚜껑이 열리는 순간, 진한 편백 향이 훅 하고 코를 찔렀다. 그 아래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야채와 고기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신선함이 느껴지는 재료들은, 입으로 가져가기도 전에 이미 나를 만족시키는 듯했다.
젓가락을 들어 편백찜을 맛보았다. 촉촉하게 잘 익은 고기는 입에서 살살 녹았고, 편백 향이 은은하게 배어 풍미를 더했다. 함께 곁들여진 야채들은 아삭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며,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특히, 달콤한 호박은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으로,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했다. 쌈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다음은 샤브샤브 차례. 냄비에 육수를 붓고, 불을 켜니 금세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맑고 뽀얀 육수에서는 은은한 향신료 향이 느껴졌다. 먼저, 야채를 넣어 육수의 깊이를 더했다. 배추, 청경채, 버섯 등 다양한 야채들이 육수 속에서 숨을 죽이며, 달콤한 향을 뿜어냈다. 야채에서 우러나온 채수는 육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제, 소고기를 육수에 살짝 담갔다. 젓가락으로 휘젓자, 얇은 소고기는 금세 익어갔다. 핏기가 사라진 소고기를 건져, 칠리소스에 듬뿍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부드러운 소고기와 매콤한 칠리소스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소고기와 야채를 번갈아 먹었다. 특히, 아삭한 숙주와 부드러운 소고기를 함께 먹으니, 식감과 풍미가 더욱 살아났다.

어느 정도 샤브샤브를 즐긴 후, 칼국수를 넣어 끓였다. 쫄깃한 면발이 육수를 머금어, 더욱 맛있어졌다. 후루룩 소리를 내며 칼국수를 흡입하니,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김치와 함께 먹으니,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칼국수를 다 먹고 난 후에는, 죽을 만들어 먹었다. 남은 육수에 밥과 계란, 김가루를 넣고 끓이니,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숟가락으로 푹 떠서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식감과 따뜻함이 온몸을 감쌌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몸도 마음도 든든해졌다. 과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속이 불편하거나 더부룩하지 않았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스러운 조리 덕분인 것 같았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며,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깔끔한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은, 분명 부모님도 만족하실 것이다.
편백샤브길 노은점.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는 공간이었다. 은은한 편백 향과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맛있는 음식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이번에는 다른 메뉴를 맛봐야겠다. 그때는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와서, 이 행복을 나누고 싶다.

돌아오는 길,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까와는 달리, 맑고 깨끗한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간 덕분일까, 아니면 편백샤브길에서의 행복한 식사 덕분일까. 어느 쪽이든, 오늘 하루는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노은동에서 찾은 이 작은 행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