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사의 붉은 상사화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 붉은 꽃무릇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영광으로 향했다. 목적은 오직 하나, 상사화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돌아오는 길에 영광의 숨은 맛집, ‘보리향기’에서 특별한 식사를 즐기는 것. 소문으로만 듣던 그곳의 보리칼국수는 과연 어떤 맛일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차를 몰았다.
불갑사 입구, 옹기종기 모여있는 식당들 사이에서 ‘보리향기’는 소박하지만 정갈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붉은 벽돌 건물에 기와지붕을 얹은 모습이 푸근한 인상을 준다. 식당 앞에는 작은 정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알록달록한 꽃들이 손님을 반기는 듯 활짝 피어 있었다. 주차장이 협소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서둘러 도착했지만,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다행히 회전율이 빠른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주차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깔끔하고 정돈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창가로는 햇살이 가득 들어와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테이블은 좌식 테이블과 일반 테이블이 모두 마련되어 있어 편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나는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기고 싶어 창가 좌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벽 한쪽에는 “연구 개발하여 만든 밀가루 0% 보리 면”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100% 보리 면이라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보리칼국수를 비롯하여 보리비빔밥, 보리파전 등 다양한 보리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보리복분자전복칼국수와 전복모싯잎보리칼국수였다. 왠지 몸에 좋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처음 방문한 만큼, 가장 기본 메뉴인 보리바지락칼국수(2인 이상 주문 가능)와 보리파전을 주문하기로 했다. 칼국수만 먹기에는 아쉬울 것 같아 산채비빔밥도 추가했다.
주문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차려졌다. 열무김치, 목이버섯볶음, 콩나물무침, 고추장아찌, 오이무침 등 총 5가지의 밑반찬이 나왔는데,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열무김치는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었고, 목이버섯볶음은 쫄깃한 식감이 좋았다. 밑반찬은 칼국수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특히 산채비빔밥을 시키면 더 다양한 밑반찬이 제공된다고 하니, 다음에는 비빔밥도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리바지락칼국수가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애호박과 당근이 얇게 채 썰어져 올라가 있었고, 바지락도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스테인리스 국자가 함께 나왔는데,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보니, 보랏빛을 띤 쫄깃한 면발이 눈에 띄었다. 마치 묵처럼 미끈하면서도 젤리처럼 쫄깃쫄깃한 식감이 느껴졌다. 한 입 맛보니, 정말 밀가루 면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식감이었다.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다시다 맛이 살짝 느껴진다는 평도 있었지만, 나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청양고추가 들어있어 칼칼한 맛도 느낄 수 있었는데, 아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미리 고추를 빼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겠다. 바지락은 크기가 작은 편이었지만, 넉넉하게 들어있어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면발, 국물, 고명의 조화가 완벽한 보리바지락칼국수였다.
칼국수를 먹는 도중, 보리파전이 나왔다. 큼지막한 크기의 파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젓가락으로 찢어 한 입 맛보니, 파의 향긋함과 해물의 짭짤함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미를 더했다. 특히 보리향기 특제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파전은 튀김에 가까운 식감이었는데, 오징어는 작게 채 썰어져 소량 들어있었다. 하지만 야채튀김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니, 충분히 맛있었다.
마지막으로 산채비빔밥이 나왔다. 커다란 그릇에 보리밥과 다양한 채소들이 알록달록하게 담겨 나왔다. 콩나물, 버섯, 김, 새싹 등 20여 가지의 재료가 푸짐하게 들어있어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테이블에 함께 놓인 고추장을 넣고 슥슥 비벼 한 입 맛보니, 신선한 채소들의 향긋함과 고소한 참기름 향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다. 특히 쌈 채소가 함께 제공되어 쌈으로 즐기니 더욱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다. 보리바지락칼국수 2인분, 보리파전, 산채비빔밥을 셋이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칼국수의 양이 조금 적다는 평도 있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딱 적당한 양이었다. 만약 양이 부족하다면 보리면만 추가(5,000원)하여 먹을 수도 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하는데, 보리빵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도 저렴하여 몇 개 구입하여 나왔다.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인 보리빵은 간식으로 먹기에 딱 좋았다.
‘보리향기’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밀가루 없이 쫄깃한 면발의 보리칼국수, 바삭하고 향긋한 보리파전, 신선한 채소 가득한 산채비빔밥까지, 모든 메뉴가 훌륭했다. 음식 맛은 물론, 깔끔한 식당 분위기와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도 만족스러웠다. 불갑사 근처를 방문한다면, ‘보리향기’에서 특별한 보리 요리를 맛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다만, 주차장이 협소하고 대기 시간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히 잡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상사화의 붉은빛이 더욱 짙게 느껴졌다. 아름다운 상사화와 맛있는 보리 요리, 잊지 못할 영광 여행의 추억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향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