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눈 소식이 잦아진 요즘, 따뜻한 남쪽 지방으로의 여행을 계획했다. 목적지는 전라남도 장성, 그 중에서도 고즈넉한 풍경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백양사였다. 백양사로 향하는 길, 허기를 달래기 위해 들른 곳은 백양사역 바로 앞에 위치한 향숙이네 식당이었다.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잿빛 벽돌 건물이 눈에 띈다. 건물 외벽에 크게 걸린 ‘향숙이네 식당’ 간판은 정겹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 커다란 글씨 옆에는 황태와 아구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어, 이 곳의 대표 메뉴가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식당 입구에는 메뉴 사진이 붙어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따뜻한 조명이 발길을 이끌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식당 안은 생각보다 넓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가족 단위 손님부터 연인, 친구들끼리 온 손님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활기 넘치는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벽 한쪽에는 메뉴판이 걸려 있었다. 메뉴는 크게 찜 종류와 식사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찜 종류는 아구찜과 황태찜이 있었고, 식사류는 황태구이정식과 황태해장국 등이 있었다. 메뉴판 옆에는 원산지 표시판도 꼼꼼하게 붙어 있어, 손님들에게 신뢰를 주는 듯했다. 메뉴를 고민하다가, 이 곳의 대표 메뉴라는 황태찜을 주문했다. 2인이라 간단히 먹으려고 소자를 시켰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한쪽 벽면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트리에 달린 알록달록한 장식들과 반짝이는 조명이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더했다. 마치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때 할머니 집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정겨움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태찜이 나왔다. 붉은 양념에 덮인 황태찜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뜨거운 김이 테이블 위로 피어오르며,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황태찜 위에는 통깨와 파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움을 더했다. 찜 요리 아래에는 콩나물이 듬뿍 깔려 있었다.

젓가락으로 황태 살점을 조심스럽게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부드러운 황태 살은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황태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특히, 불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 집만의 비법인 듯했다. 양념이 과하게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황태찜 아래 깔린 콩나물은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콩나물은 찜 양념을 듬뿍 머금고 있어,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콩나물 외에도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 있어,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큼지막한 새우는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바다 향을 자랑했다.

밥 한 숟가락 크게 떠서 황태찜 양념에 쓱쓱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매콤한 양념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특히, 김에 싸서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뜨끈한 밥과 매콤한 황태찜, 그리고 김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정신없이 황태찜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하지만, 찜 양념이 너무 맛있어서 밥을 볶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볶음밥을 주문하자, 직원분께서 능숙한 솜씨로 밥을 볶아주셨다. 김 가루와 참기름을 듬뿍 넣어 볶아주신 볶음밥은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볶음밥을 한 입 먹으니, 입 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듯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볶음밥은 정말 최고의 마무리였다. 배가 불렀지만,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볶음밥 위에 남은 황태 살점을 올려 먹으니, 더욱 꿀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에는 사장님으로 보이는 인자한 미소의 아주머니께서 계셨다. 아주머니께서는 “맛있게 드셨냐”며 친절하게 말을 건네셨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 답하자, 아주머니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다음에 또 오라”고 말씀하셨다.

향숙이네 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따뜻한 추억을 선물해준 시간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백양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장성의 맛집인 향숙이네 식당에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아구찜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