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제천역. 텅 빈 플랫폼에 울리는 기적 소리가 묘하게 설렜다. 오늘 드디어,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제천 맛집 투어의 시작이다! 첫 목적지는 바로 제천역 바로 앞에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다는 보령식당. 새벽 기차를 기다리는 허기진 배를 채워줄, 추억이 깃든 장칼국수 한 그릇이 그렇게 간절할 수가 없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보령식당’ 간판이었다. 붉은색 글씨로 큼지막하게 쓰여진 상호와 퇴색된 간판, 그리고 낡은 천막이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옆에 삐까뻔쩍한 컴포즈커피가 있었지만, 나에겐 오직 보령식당 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네 개 정도, 방 안에는 상이 두 개 놓여 있는 작은 식당이었다. 오른편에는 연륜이 느껴지는 가마솥이 놓인 주방이 있었고, 벽에는 온갖 낙서와 낡은 신문 조각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히려 이런 투박함이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랄까.
자리에 앉자마자 장칼국수를 주문했다. 메뉴판은 벽에 붙어 있었는데, 칼국수, 떡만둣국, 육개장 딱 세 가지 메뉴만 있었다. 가격은 모두 7,000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진짜 혜자스러운 가격 아닌가? 게다가 공기밥은 천 원 추가라니… 사장님, 진짜 남는 거 있으세요?
주문을 마치자마자 김치와 단무지가 나왔다. 김치는 딱 봐도 직접 담근 김치였다. 젓갈 향이 살짝 나는 게, 완전 내 스타일! 솔직히 칼국수에는 김치만 맛있어도 게임 끝 아닌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칼국수가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장칼국수는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비주얼이었다. 붉은 국물 위에는 김 가루와 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면은 얇고 매끄러워 보였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니, 캬… 이 맛이지!
일반적인 장칼국수는 고추장 맛이 강한데, 보령식당 장칼국수는 묘하게 라면 스프 맛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완전 라면 맛은 아니고, 뭔가 오묘하게 조화된 맛이랄까? 칼칼하면서도 시원하고, 계속해서 숟가락을 부르는 마성의 국물이었다.
면은 얇고 흐물흐물한 스타일이었다. 쫄깃한 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부드러운 면도 너무 좋았다. 후루룩후루룩 면치기 하면서 국물까지 들이켜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맛이랄까? 마치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던 칼국수처럼,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이었다. 기교 없이 소박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

벽에 붙은 낙서들을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 고백부터, 낙서 금지 경고문까지… 하나하나 읽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런 게 바로 노포의 매력 아니겠어?
혼자서 칼국수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나니, 슬슬 배가 불러왔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사장님이 현금 결제를 은근히 유도하시는 것 같았다. 뭐, 이런 노포에서는 흔한 일이니까. 현금으로 7,000원을 드리고, 기분 좋게 식당을 나섰다.
보령식당은 엄청 세련되고 힙한 맛집은 아니다. 하지만 제천역 앞에서 5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추억과 역사가 깃든 곳이다. 24시간 영업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고. 새벽 기차를 기다리거나, 갑자기 칼국수가 땡길 때, 부담 없이 들르기 좋은 곳이다.
다음에 제천에 또 오게 된다면, 그때는 육개장이나 떡만둣국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아, 그리고 그땐 꼭 현금을 챙겨와야지!

총평:
* 맛: 라면 스프 맛이 살짝 나는, 칼칼하고 시원한 장칼국수.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묘하게 끌리는 맛이다.
* 가격: 7,000원으로 저렴한 편.
* 분위기: 허름하고 투박하지만,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
* 서비스: 친절하지만,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음.
* 재방문 의사: 새벽에 제천역에 올 일이 있다면, 또 방문할 의향 있음.
꿀팁:
* 현금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
* 쫄깃한 면을 좋아한다면,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제천 지역명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따뜻한 장칼국수 한 그릇이었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녹여주는 그 맛과 정겨운 분위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보령식당, 앞으로도 오랫동안 제천역 앞을 지켜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