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던 어느 날,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탁 트인 바다가 보고 싶어 무작정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정해두지 않았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전라남도 무안에 도착했다. 굽이굽이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싱그러운 바다 내음을 만끽하고 나니, 뱃속에서 꼬르륵 신호가 왔다. ‘그래, 이왕 무안까지 온 김에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을 찾아보자!’ 스마트폰을 켜 들뜬 마음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여러 맛집들이 눈에 띄었지만, 왠지 모르게 ‘시인과 바다’라는 정감 넘치는 이름에 마음이 끌렸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낭만적인 분위기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위치했다는 정보에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니,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푸근한 외관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벽돌과 기와지붕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겹다. 건물 외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넝쿨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니, 코끝을 간지럽히는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은은하게 풍겨오는 음식 냄새가 기분 좋게 섞여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낡은 듯하면서도 정갈한 나무 테이블과 의자, 은은한 조명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는 시집과 소설책들이 꽂혀 있어, 마치 작은 찻집에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7080 가요. 김광석과 김현식의 노래가 공간을 가득 채우며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자리를 잡고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드넓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특히 해질녘에는 붉은 노을이 바다를 물들이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하니, 다음에는 꼭 저녁 시간에 방문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에 빠졌다. 바지락칼국수, 해물파전, 함지박비빔밥 등 맛깔스러워 보이는 메뉴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물짬뽕탕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라고 해서 더욱 궁금했다. 잠시 고민 끝에,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바지락칼국수와 해물파전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김치, 콩나물무침, 젓갈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김치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젓갈 역시 밥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로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넘쳤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지락칼국수가 나왔다.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온 칼국수는 보기만 해도 푸짐했다. 뽀얀 국물 위로 넉넉하게 뿌려진 김 가루와 깨소금이 식욕을 자극했다. 특이하게도 칼국수에는 미역이 들어가 있었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니, 와, 정말 시원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바지락 특유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미역은 칼국수의 시원한 맛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면발은 쫄깃쫄깃했고, 바지락은 비록 크기는 작았지만 신선함이 느껴졌다. 뜨끈한 국물과 함께 면발을 후루룩 들이켜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어서 해물파전이 나왔다. 커다란 접시를 가득 채운 파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오징어, 새우 등 해산물도 듬뿍 들어 있었다. 젓가락으로 파전을 찢어 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바삭한 식감과 함께 해산물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파의 향긋함과 해산물의 짭짤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특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정말 좋았다.

정신없이 칼국수와 파전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러왔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남길 수 없어 마지막 한 조각까지 싹싹 비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풍족해지는 기분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남자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맞이해주셨다. 음식 맛은 괜찮았는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꼼꼼하게 물어보시는 모습에서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자판기 커피가 무료로 제공된다는 안내에, 믹스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멍하니 풍경을 감상했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깨끗하게 비워지는 듯했다.
‘시인과 바다’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무안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해물짬뽕탕과 함지박비빔밥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시인과 바다’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닌, 무안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낡은 찻집 같은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무안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특히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석양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했다. ‘시인과 바다’에서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무안 지역의 숨겨진 맛집, ‘시인과 바다’는 내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