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행 KTX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단 하나, 양동시장이었다. 8시간 왕복 여정의 피로 따위, 갓 튀겨낸 통닭의 고소한 냄새 앞에선 그저 핑계일 뿐. 세상사 시름 잠시 잊고 오롯이 맛있는 닭에 집중하리라.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곧장 양동시장으로 향했다. 낡은 건물들 사이로 묘하게 활기 넘치는 기운이 느껴졌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 유독 눈에 띄는 붉은 글씨, 바로 ‘양동통닭’이었다.

가게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포장을 기다리는 사람, 안에서 먹으려는 사람, 모두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나도 얼른 줄을 섰다. 기다리는 동안, 쉴 새 없이 닭을 튀겨내는 모습을 구경했다. 커다란 솥에서 쉴 새 없이 올라오는 기름 방울들, 그 안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닭들의 향연은 기다림마저 즐겁게 만들었다. 마치 축제에 온 기분이랄까.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을 주문하려다, 왠지 이 집은 후라이드가 진리일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후라이드 한 마리를 주문했다. 갓 튀겨낸 통닭을 받아 들고 숙소로 향하는 길, 차 안에는 고소한 냄새가 가득 찼다. 참을 수 없어 닭 다리 하나를 꺼내어 맛봤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야말로 환상의 맛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를 했다. 테이블 위에 통닭을 올려놓으니, 그 양에 압도당했다. 요즘 프랜차이즈 치킨 한 마리로는 어림도 없는 나지만, 이 집은 반 마리만 시켜도 충분히 배부를 것 같았다. 닭다리, 날개, 목, 심지어 닭발과 닭똥집까지 튀겨져 나오는 푸짐함에 감탄했다.

가장 먼저 닭다리를 집어 들었다. 겉은 세상모르게 바삭했고, 한 입 베어 무니 육즙이 팡팡 터져 나왔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튀김옷에서는 은은한 계피 향이 느껴졌다.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듯 했다.
함께 제공되는 소스도 5가지나 됐다. 소금, 양념 소스, 머스타드, 칠리소스, 그리고 특제 마늘 소스까지. 닭 껍질을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한 맛이 바삭한 껍질의 풍미를 더욱 살려줬다. 양념 소스는 어릴 적 먹던 옛날 통닭 소스 맛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맛이 묘하게 중독적이었다. 특히 마늘 소스는 알싸한 마늘 향이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줘서 좋았다.
닭똥집 튀김은 쫄깃하면서도 고소했다. 닭발 튀김은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뼈가 억세지 않고 바삭하게 씹히는 맛이 있었다. 묘한 매력이 있는 맛이었다.

정신없이 닭을 뜯다 보니 어느새 닭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멈출 수 없는 맛, 이것이 바로 양동통닭의 매력이 아닐까.
돌아오는 길, 광주역 앞 노을이 아름다웠다.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맛봤던 양동통닭의 맛을 떠올렸다. 단순한 통닭이 아니었다. 광주 사람들의 정, 시장의 활기, 그리고 추억이 담겨있는 특별한 맛이었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꼭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시켜서 함께 나눠 먹어야지.
양동통닭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잊을 수 없는 맛은 덤이다. 광주를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저력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에서 느껴졌다. 3대 천왕에 나올만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낸 듯한 푸짐한 양은, 요즘처럼 팍팍한 세상에 인심마저 넉넉하게 느껴지게 했다.
닭을 튀기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커다란 솥에서 쉴 새 없이 튀겨지는 닭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기름 냄새마저 향긋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내가 몹시 배가 고팠기 때문이리라.

양념치킨은 시판 소스 맛이라는 평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 익숙한 맛이 좋았다. 어릴 적 아버지가 사 오시던 옛날 통닭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맛이랄까. 굳이 특별한 맛을 찾아 헤맬 필요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무 피클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직접 담근 듯한 아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맛은, 닭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아줬다. 닭 한 조각, 무 피클 한 입, 번갈아 먹으니 끊임없이 닭이 들어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위생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야외에서 튀김을 튀겨내는 만큼, 깔끔한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노포의 매력은 그런 것 아니겠는가. 세련된 분위기나 깔끔한 시설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시장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최근 가격이 인상되었다는 소식은 아쉬움을 남겼다. 가성비 좋은 치킨으로 명성을 떨쳤던 곳이기에, 가격 인상은 더욱 뼈아프게 느껴진다. 하지만 여전히 프랜차이즈 치킨에 비해 푸짐한 양과 맛을 자랑하기에, 한 번쯤 방문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광주에서 맛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양동통닭에 방문하여 시간마저 튀겨낸 듯한 특별한 맛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분명 잊지 못할 광주 맛집 경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