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 바라보며 즐기는 고창 풍천장어 맛집 기행, 작은항구

아이고, 허리야. 꼬부랑길을 얼마나 달렸는지 몰라. 그래도 괜찮아. 오늘 내 뱃속에 풍천장어 넣을 생각하니께,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구먼. 고창? 거기가 어디 붙어있는 동네냐 물으신다면, 글쎄… 나도 지도 없이는 못 찾아간다오. 그래도 맛있는 장어 먹으러 가는 길이라면, 어디든 못 가겠어?

점심시간 조금 지나 도착한 “작은항구”. 이름처럼 아담한 간판이 정겹게 맞아주네. 겉모습만 보고는 “여기가 맛집 맞아?” 싶을 수도 있지만, 걱정 마시라! 이런 곳이 진짜 숨은 보석 같은 맛집이라니까. 세련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푸근하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어.

작은항구 식당 건물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 이런 곳이 진짜 맛집이라니까.

자리에 앉자마자 장어 소금구이 1kg을 시켰어. 1kg면 장어 세 마리 정도 나온다 하더라고. “에이, 그거 가지고 되겠어?” 싶었지만, 웬걸. 장어 크기가 어찌나 실한지, 받아보고 나니 욕심부리지 않길 잘했다 싶었지.

밑반찬이 촤르르 깔리는데, 이야… 깻잎조림, 마늘쫑 장아찌, 김치… 죄다 직접 만드신 거라 그런지, 시판되는 조미료 맛이 아니라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인 거 있지. 특히 직접 담근 짱아찌들은 장어랑 환상 궁합이더라. 짜지도 않고, 장어의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게 아주 맘에 들었어.

숯불이 들어오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어가 등장! 숯불 위에 올려지자마자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데, 아, 침이 꼴깍 넘어가는 거 있지. 숯도 좋은 걸 쓰시는지, 화력도 좋고 은은한 숯 향이 장어에 그대로 배어나는 것 같았어.

숯불 위에서 구워지는 장어
숯불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장어. 이 소리, 이 냄새! 미쳐버려!

사장님께서 직접 장어를 구워주시는데, 어찌나 정성스럽게 구워주시는지… 장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신 것 같더라. 딱 알맞게 익은 장어를 한 점 딱 집어서 입에 넣으니… 아이고, 이 맛 좀 봐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어.

노릇하게 구워진 장어 단면
겉바속촉의 정석!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도네.

사장님께서는 장어 본연의 맛을 즐기려면 소스 없이 그냥 먹거나 소금만 살짝 찍어 먹는 걸 추천하시더라고. 처음에는 ‘에이, 무슨 장어를 소스 없이 먹어’ 싶었는데, 웬걸. 진짜 맛있는 장어는 소스 없이도 충분히 맛있다는 걸 깨달았지 뭐야. 장어 자체가 워낙 신선하고 쫄깃해서, 굳이 소스 맛에 의존할 필요가 없더라고.

물론, 쌈 싸 먹는 것도 포기할 수 없지! 싱싱한 쌈 채소에 장어 한 점 올리고, 깻잎조림이랑 마늘쫑 장아찌 얹어서 크게 한 입. 아… 진짜 꿀맛이 따로 없더라. 입안에서 장어의 고소함과 짱아찌의 향긋함이 어우러지는데, 이건 정말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천상의 맛이야.

장어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슬슬 칼국수가 당기더라고. 여기 바지락칼국수도 맛있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거든. 그래서 2인분 시켰지. (혼자 다 먹을 수 있다! 암, 그렇고말고.)

바지락 칼국수
장어 먹고 칼국수 안 먹으면 섭하지! 시원한 국물이 끝내줘요.

뽀얀 국물에 바지락 듬뿍 들어간 칼국수가 나오는데, 이야… 냄새부터가 아주 예술이더라. 국물 한 숟갈 떠먹으니, 아이고, 시원하다! 바지락이 어찌나 많이 들어갔는지, 국물이 아주 그냥 끝내줘요. 면도 쫄깃쫄깃하고, 호로록호로록 넘어가는 게 아주 맛있는 거 있지.

어떤 사람들은 칼국수에 바지락 해감이 덜 돼서 모래가 씹힌다고 하던데, 나는 그런 거 전혀 못 느꼈어. 오히려 바지락이 어찌나 실하고 신선한지,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너무 좋았지. 역시, 음식은 복불복이라니까.

배 두드리면서 가게를 나오니, 바로 앞에 변산반도가 쫙 펼쳐져 있더라고. 눈 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니, 속이 다 뻥 뚫리는 기분이었어. 맛있는 장어 먹고, 시원한 바다 보니까,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싶더라.

숯불 위에서 구워지는 장어
숯불 위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장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이 예술이여.

다음에 고창 올 일 있으면, 무조건 다시 들러야겠어. 그때는 복분자주도 한 잔 시켜서, 제대로 몸보신하고 가야지. 고창 맛집 “작은항구”, 내 마음속에 저장! 잊지 않고 또 올게!

밑반찬 세팅
직접 만드신 밑반찬들.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어.

아, 그리고 여기 식객 허영만 선생님도 다녀가셨다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봐. 괜히 더 믿음이 가고, 내가 맛집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더라.

장어 굽는 모습
사장님의 손길이 느껴지는 장어 굽기! 전문가의 솜씨는 다르다니까.

장어는 굽는 기술도 중요하다 하잖아. 사장님은 어찌나 능숙하게 구우시는지, 겉은 노릇하고 속은 촉촉하게, 아주 완벽하게 구워주시더라. 장어 굽는 판에선 세제 냄새 같은 건 전혀 안 났어. 깔끔하게 관리하시는 것 같아서 더 믿음이 갔지.

숯불 위에 가득찬 장어
숯불 위에 가득 찬 장어!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참, 그리고 여기 젊은 남자 직원분이 계시는데, 어찌나 친절하신지… 필요한 거 없는지 계속 물어봐 주시고, 웃는 얼굴로 대해주시니,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었어. 역시, 서비스가 좋으면 음식 맛도 더 좋게 느껴진다니까.

다만, 가게가 외진 곳에 있어서 밤에는 운전하기 좀 힘들 수도 있겠다 싶더라. 그래도 맛있는 장어 먹으러 가는 길이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안 그래?

가격은 다른 장어집들보다 아주 싼 편은 아니지만, 양도 넉넉하게 주시고, 맛도 워낙 좋으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어. 오히려 이 정도 퀄리티에 이 가격이면, 완전 혜자다 싶었지.

장어 한 상 차림
푸짐한 장어 한 상 차림! 이 맛에 고창까지 오는 거 아니겠어?

장어 1kg에 7만원인데, 세 마리나 주니, 양 진짜 많지? 둘이 먹기에는 좀 많고, 셋이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아. 물론, 나처럼 혼자서 1kg 거뜬히 해치우는 사람도 있겠지만. 껄껄.

아무튼, 고창 여행 가시는 분들, 고창에서 제대로 된 풍천장어 맛보고 싶으신 분들께 “작은항구” 완전 강추합니다! 후회는 절대 없을 거라 장담합니다! 자, 오늘 저녁은 다 같이 장어 먹으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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