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 가득한 무교동에서 맛보는 충무집, 서울 도다리쑥국 맛집 기행

어스름한 금요일 저녁, 약속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애초에 점찍어둔 식당은 긴 대기 줄에 혀를 내두르며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무교동 일대는 워낙 쟁쟁한 맛집들이 즐비한 곳.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은 다동 인근에서 2000년부터 명성을 이어왔다는 통영 요리 전문점, 충무집이었다.

무교동과 다동 일대는 예로부터 직장인들의 든든한 외식 공간이었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에 선뜻 지갑을 열기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소주 한 병에 6천 원이라는 가격은 샐러리맨의 얇은 주머니 사정을 더욱 아프게 한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봄 내음 가득한 음식을 맛보며 스스로에게 작은 사치를 허락하고 싶었다.

충무집은 1964년 통영에서 ‘희락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노포의 역사를 잇고 있다. 2000년에 지금의 사장님이 서울 다동에 문을 열었고, 2018년에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고 한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은 맛을 지켜왔다는 이야기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9번째 이미지에서 보듯,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정겹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봄철에는 역시 도다리쑥국이 대표 메뉴라고 한다. 쑥향과 부드러운 도다리의 조화는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멍게비빔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 고소하고 상큼한 멍게의 풍미는 봄의 미각을 깨우는 데 제격일 듯했다. 가자미구이와 소라, 문어무침 또한 술안주로 훌륭하다는 평이 많았다.

고민 끝에 도다리쑥국과 멍게비빔밥 세트를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식탁을 가득 채웠다. 멸치무침, 굴무침, 해초무침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은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고조시켰다. 4번째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횟감과 함께 곁들여 먹기 좋은 해초류와 젓갈, 톳 등이 다채롭게 제공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멸치무침은 부드러운 멸치의 식감과 매콤달콤한 양념의 조화가 훌륭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도다리쑥국이 테이블에 올랐다. 뽀얀 국물 위로 쑥의 푸른 빛깔이 싱그러움을 더했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쑥 향은 잃어버렸던 미각을 되찾아주는 듯했다. 국물 한 모금을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쑥의 향긋함과 도다리의 담백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야말로 봄의 풍미를 가득 담은 맛이었다.

도다리쑥국은 생선국의 비릿함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깨뜨리는 맛이었다. 쑥과 도다리의 조화는 마치 오랜 연인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하모니와 같았다. 5번째 이미지에서 보이는 쑥의 푸릇함과 도다리의 흰 살은 시각적으로도 식욕을 자극한다. 숟가락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국물은 시원하고 깊은 맛을 냈다.

멍게비빔밥 또한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따뜻한 밥 위에 다진 멍게와 김 가루, 참기름이 넉넉하게 뿌려져 나왔다.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 한 입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멍게의 향긋함이 황홀경을 선사했다. 멍게 특유의 쌉쌀한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신선하고 달콤한 풍미만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멍게비빔밥은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입안에서 탱글탱글하게 흩어졌다. 참기름의 고소함과 김 가루의 짭짤함, 그리고 멍게의 신선함이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만들어냈다. 특히 도다리쑥국을 한 숟가락 떠먹은 후 멍게비빔밥을 맛보면, 그 조화로운 풍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식사를 하면서 문득, 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충무집에서 맛본 도다리쑥국과 멍게비빔밥은, 잃어버렸던 봄의 조각들을 다시금 맞춰주는 듯했다. 마치 맘 떠난 연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듯, 애틋한 마음으로 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 길, 마음은 평화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록 가격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그 이상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다가오는 가을에는 어떤 제철 해산물을 맛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샘솟았다. 다음에는 꼭, 저녁에 방문하여 잡어회와 함께 술 한잔 기울여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7번째 이미지에 담긴 문어, 소라 무침의 신선함이 눈에 선하다.

충무집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삶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충무집은 한 줄기 따뜻한 위로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서울 도심에서 남해안의 풍미를 느끼고 싶다면, 을지로 맛집 충무집에 방문하여 지역맛집을 경험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충무집 외부 전경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충무집의 정겨운 외관.
도다리쑥국의 모습
싱그러운 쑥과 담백한 도다리가 어우러진 도다리쑥국.
소라 문어 무침
신선한 재료가 돋보이는 소라 문어 무침.
다채로운 밑반찬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밑반찬들이 식탁을 풍성하게 채운다.
가자미 구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가자미 구이.
잡어회
싱싱한 제철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잡어회.
곁들임 반찬
메인 메뉴와 곁들여 먹기 좋은 반찬.
푸짐한 한 상 차림
도다리쑥국과 멍게비빔밥, 그리고 다양한 밑반찬으로 차려진 푸짐한 한 상.
곁들임 반찬
다양한 곁들임 반찬들.
푸짐한 한 상 차림
잡어회와 곁들임 반찬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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