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드나들던 그 맛집, 광화문 청진옥. 5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이 곳에 오면 뭉클한 아버지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세월이 흘러 맛은 조금 변했을지라도, 여전히 내겐 특별한 지역명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오랜만에 한국에 온 김에, 벼르고 벼르던 청진옥 방문! 설레는 마음을 안고 종각역에서 내려 광화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낡은 간판이 정겹게 맞아주는 이 곳.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예전의 북적거리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테이블 간 간격은 조금 좁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활기 넘치는 식당 분위기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오전 10시 반,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역시 해장국 맛집답다. 자리를 잡고 앉아 해장국 (특)을 주문했다. 깔끔하게 차려진 테이블, 스테인리스 물통과 컵에서 느껴지는 레트로 감성이 묘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장국 등장! 뚝배기 가득 담긴 해장국의 비주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파가 듬뿍 올라간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 안에는 선지와 양, 우거지가 푸짐하게 들어있다.

일단 국물부터 한 입. 캬~ 이 맛이지! 맑고 깔끔한 국물이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과하지 않은 적당한 간이 딱 내 스타일이다. 예전에는 다진 양념을 넣어 먹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냥 맑은 국물 그대로 즐기는 게 더 좋다.

큼지막한 선지 한 덩어리를 건져 먹어봤다. 신선한 선지는 특유의 잡내가 전혀 없고,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쫄깃한 양도 빼놓을 수 없다. 양념장에 콕 찍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더욱 살아난다. 우거지도 푹 익어서 부드럽고, 국물과 함께 먹으니 환상적인 조화다.

밥 한 공기를 말아서 본격적으로 먹방 시작! 뜨끈한 국물에 밥이 스며들어 더욱 맛있다. 후루룩 후루룩,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솔직히 말해서, 예전만큼의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다. 예전에 비해서 양이 조금 질긴 것 같기도 하고, 선지도 부서진 조각들이 많았다. 우거지 역시 예전처럼 부드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진옥 해장국은 여전히 맛있었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맛, 그 자체로 소중하다.

해장국과 함께 제공되는 깍두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적당히 익은 깍두기는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해장국 한 입, 깍두기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다.

정신없이 해장국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였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다. 역시 청진옥 해장국은 나에게 최고의 음식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식당을 나섰다. 다음에는 저녁에 방문해서, 술 한 잔 기울이며 안주류도 맛봐야겠다. 특히, 녹두전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니 꼭 먹어봐야지.
청진옥, 언제까지나 이 자리를 지켜주세요! 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앞으로도 종종 방문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