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전, 그중에서도 어릴 적 추억이 깃든 동네를 찾았다. 잊고 지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자 가슴 한켠이 아련해졌다. 문득, 그 시절 어머니의 손맛을 닮은 따뜻한 밥상이 그리워졌다. 인터넷 검색창에 ‘대전 맛집’을 검색하니, 한 식당이 눈에 띄었다. ‘옛정식당’. 이름에서부터 왠지 모를 푸근함이 느껴졌다. 과거 박세리 선수도 방문했던 곳이라 하여, 기대감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기다림을 위한 간이 천막이었다.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30분 가까이 웨이팅이 필요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외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과 건물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을 선사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테이블 간 간격은 넓지 않았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불편함을 잊게 했다. 메뉴는 두루치기, 삼겹살, 닭도리탕 등 다양한 한식 메뉴가 있었지만, 나는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돼지 두루치기를 주문했다. 2인분 이상 주문하면 청국장이 서비스로 제공된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2인분을 주문했다. 혼자였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해치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돼지 두루치기를 중심으로, 낙지젓, 어묵볶음, 콩자반, 도토리묵, 김치 등 다채로운 밑반찬들이 식탁을 가득 채웠다.

가장 먼저 돼지 두루치기를 맛보았다. 돼지 앞다리살의 쫄깃함과 적당히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짜거나 달지 않고 삼삼한 맛이 마음에 들었다. 과하지 않은 양념은 돼지고기 본연의 풍미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냉동 고기라는 점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양념 맛이 훌륭해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서비스로 제공되는 청국장을 맛보았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한 입 맛보니, 진하고 구수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콩의 깊은 맛과 적당한 짠맛의 조화가 완벽했다. 흔히 청국장은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라고 하지만, 이곳의 청국장은 누구라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짭짤한 낙지젓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오뎅볶음은 불지 않고 탱글탱글했으며, 콩조림은 달콤 짭짤했다. 도토리묵은 기성 제품이었지만, 양념이 훌륭해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김치 또한 적당히 익어 밥과 함께 먹으니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쌈장도 직접 만든다고 하는데, 짜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신선한 상추에 돼지 두루치기와 쌈장을 듬뿍 올려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밥맛 또한 훌륭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은 그 자체로도 맛있었지만, 돼지 두루치기, 청국장, 각종 밑반찬들과 함께 먹으니 더욱 빛을 발했다. 남자 둘이서 공기밥을 추가해서 먹을 정도로 밥맛이 좋았다.
먹는 동안,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근처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듯했다. 혼자 온 손님, 둘이 온 손님, 여럿이 함께 온 손님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식당 안은 활기 넘치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혼자서 돼지 두루치기 2인분을 먹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워낙 맛이 좋아 남김없이 해치웠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했다. 돼지 두루치기 1인분에 10,000원, 공기밥은 별도였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 정도 가격으로 푸짐한 한 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가성비 맛집’이라고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식당 앞에 4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워낙 손님이 많아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

옛정식당에서 맛본 돼지 두루치기와 청국장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정겨운 분위기와 푸짐한 인심, 그리고 맛있는 음식은 그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대전에서 진정한 ‘가성비’를 느낄 수 있는 맛집을 찾는다면, 망설임 없이 옛정식당을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식당을 나서며, 다시 한번 옛정식당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다음에 대전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찾아와 든든한 한 끼를 즐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때는 닭도리탕에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대전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옛정식당에서의 따뜻한 경험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향기로운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