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싸늘하게 불어오는 늦가을 어느 날, 뜨끈한 국물이 어찌나 간절하던지…. 집사람 손을 잡고 성남 모란으로 향했어. 원래부터 칼칼한 국물에 푹 익은 버섯이며 미나리 건져 먹는 샤브 칼국수를 워낙 좋아하는데, 오늘은 유독 그 맛이 더 땡기더라고. 모란역에서 내려 7~8분쯤 걸으니, 저 멀리 익숙한 초록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어. ‘등촌샤브칼국수’, 어서 와, 어서 와, 나를 반기는 것 같았지.

가게 앞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시간을 맞아 북적거리는 모습이었어.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기운이 확 느껴지는 게, 아,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지. 마침 딱 한 테이블이 남아있어 겨우 자리를 잡았어. 조금만 늦었으면 기다릴 뻔했지 뭐여.
자리에 앉자마자 2인 세트를 주문했어. 메뉴랄 것도 없이, 다들 똑같은 걸 시키는 눈치였지. 주문하자마자 눈 깜짝할 새 상이 차려지는 것도 이 집 매력이라면 매력일 거야. 기다리는 거 질색하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딱이지.
냄비 안에는 벌써부터 미나리랑 버섯이 듬뿍 담겨 있었어. 보기만 해도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 있잖아. 겉절이 김치도 어찌나 맛깔나 보이던지. 칼국수랑 볶음밥까지 생각하니, 슬슬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어.

불판에 냄비를 올리고,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향긋한 미나리 향이 코를 찔렀어. 참을 수 없어서 국물부터 한 숟갈 떠먹어 봤지. 캬~ 이 맛이야!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온몸을 휘감는 느낌. 조미료 맛이 강하지 않고, 깔끔하게 매운 맛이라 더 좋았어.
집사람이랑 번갈아 가면서 얇게 썰린 소고기를 퐁당퐁당 담가 익혀 먹었어.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서 술술 넘어가더라고.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아주머니께서 오시더니 “야채 더 줄까?” 하시면서 푸짐하게 한 접시 더 가져다 주시는 거 있지. 인심도 좋으셔라. 다른 등촌 칼국수집에서는 야채 추가는 꿈도 못 꿀 일인데, 역시 이 집은 뭔가 다르다 싶었어.

미나리랑 버섯을 실컷 건져 먹고, 이제 칼국수 차례! 뽀얀 면발을 냄비에 툭 털어 넣고, 다시 한번 보글보글 끓여줬어. 면이 익어갈수록 국물이 걸쭉해지는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이 꼴깍 넘어갔지. 면발이 살짝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나는 쫄깃쫄깃하니 괜찮았어. 후루룩, 후루룩, 정신없이 면치기를 했지.

배가 어느 정도 불렀지만, 볶음밥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아주머니께 볶음밥을 부탁드렸더니, 남은 국물을 작은 그릇에 퍼가시고는 냄비를 가져가셨어. 잠시 후, 김 가루 솔솔 뿌려진 볶음밥이 냄비 가득 담겨 나왔지.

볶음밥 한 숟갈을 입에 넣으니, 고소한 참기름 향이 입안 가득 퍼졌어. 살짝 눌어붙은 밥알 긁어먹는 재미도 쏠쏠하고. 볶음밥이랑 칼칼한 국물이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정말 배가 터질 것 같은데도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니까.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냄비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지 뭐야. 정말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식사였어. 계산하고 나오면서 아주머니께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드렸더니, 환하게 웃으시면서 “다음에 또 와요” 하시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정겨워 보이던지.

등촌샤브칼국수는 체인점이라 맛이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란점은 확실히 뭔가 달랐어. 뭐랄까, 어머니 손맛이 느껴지는 따뜻함이랄까? 푸짐한 인심은 물론이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더해져 정말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었어.
주차는 조금 불편하지만, 대중교통으로도 충분히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야. 추운 겨울, 뜨끈한 국물에 몸을 녹이고 싶다면, 모란 등촌샤브칼국수에 한번 들러봐.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거야. 아, 그리고 김치 겉절이도 꼭 맛보시게. 밥 한 공기 추가는 기본이라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따뜻한 국물 덕분에 온몸이 노곤노곤해지는 게, 정말 행복했어. 역시 추운 날에는 뜨끈한 국물만 한 게 없다니까. 모란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도 하고, 기분 좋게 산책도 하고,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하는구나. 다음에는 친구 명인이랑 같이 와서 소주 한잔 기울여야겠어. 암, 그렇고말고.
아참, 혹시라도 군산회관처럼 엄청난 친절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사무적인 분위기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정도의 푸근함이 딱 좋았어. 너무 과한 친절은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도 있잖아. 편안하게 맛있는 음식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니, 한번 방문해 보시길 추천할게.

참, 그리고 에어컨을 켜도 조금 더웠다는 후기도 있으니, 더위를 많이 타는 분들은 참고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워낙 뜨거운 걸 좋아해서 괜찮았지만. ㅎㅎ
오늘도 맛있는 음식 덕분에 행복한 하루였어. 역시 밥심으로 사는 거라니까. 모란 맛집 탐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