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야근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길. 문득 뜨끈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말아 먹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솟아올랐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수원 인계동의 맛집, 유치회관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깊은 새벽에도 변함없이 따뜻한 국물로 속을 채워주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늦은 시간임에도 유치회관 앞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넓은 주차장은 이미 많은 차들로 가득 차 있었고, 식당 안은 새벽 시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손님들로 북적였다. 1976년부터 49년 이상 이 자리를 지켜왔다는 노포의 저력일까, 늦은 시간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뜨끈한 해장국 한 그릇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진에서 보았던 익숙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제대로 된 해장국을 맛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부푼 채,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볼 것도 없이 해장국을 주문했다. 유치회관의 메뉴는 해장국, 수육, 수육무침 단 세 가지. 오랜 시간 해장국 하나로 승부해 온 곳이니만큼, 선택은 당연히 해장국이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와 함께 큼지막한 선지 한 그릇이 따로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잘게 찢은 고기와 우거지, 팽이버섯이 푸짐하게 담겨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듯했다. 뚝배기가 어찌나 뜨거운지 “뚝배기는 뜨거우니 절대 만지지 마세요!” 라는 안내문구가 붙어있을 정도였다.

유치회관 해장국의 가장 큰 특징은 맑은 국물이었다. 흔히 떠올리는 붉은 빛깔의 해장국과는 달리, 뽀얗고 맑은 국물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첫 숟갈을 뜨는 순간, 진한 고기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껏 끓인 사골국물처럼 깊고 묵직한 느낌이었다. 국물 안에는 잘게 찢은 소고기와 부드러운 우거지, 쫄깃한 팽이버섯이 듬뿍 들어 있었다. 특히, 고기가 어찌나 많이 들어있는지, 씹을 때마다 고소한 육즙이 터져 나와 입안을 즐겁게 했다.

따로 제공되는 선지는 탱글탱글하면서도 잡내 없이 신선했다. 큼지막한 선지를 숟가락으로 툭툭 잘라 국물에 넣어 먹으니,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은은한 풍미가 더해져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선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따로 제공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취향에 따라 선지를 넣거나 빼서 먹을 수 있으니,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해장국이었다. 게다가 선지는 리필도 가능하다고 하니, 선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일 것이다.
테이블 위에는 다진 양념과 청양고추, 후추가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맛을 조절할 수 있었다. 맑은 국물 그대로의 맛을 즐기다가, 중간쯤 다진 양념을 넣어 얼큰하게 즐겨보기로 했다. 다진 양념을 한 숟가락 넣으니, 뽀얀 국물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하며 식욕을 더욱 돋우었다. 얼큰해진 국물을 맛보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이, 제대로 해장이 되는 기분이었다.
유치회관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곁들임 찬에 있었다. 잘 익은 배추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달콤새콤한 무생채가 그것이다. 특히 무생채는 유치회관의 ‘신의 한 수’ 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맛이 느끼할 수 있는 국물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었다. 밥 위에 무생채를 듬뿍 올려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김치와 깍두기 또한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훌륭했다.

정신없이 해장국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였다. 늦은 밤,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든든한 한 끼였다. 유치회관의 해장국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고된 하루를 잊게 해주는 따뜻한 위로와도 같았다. 24시간 영업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도 언제든 방문하여 뜨끈한 국물로 속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유명 수원 맛집답게, 내가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혼자 와서 조용히 식사를 즐기는 사람, 친구들과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며 해장하는 사람, 가족들과 함께 늦은 저녁을 먹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유치회관을 찾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모두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다음에는 꼭 수육무침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옆 테이블에서 수육무침에 술 한잔 기울이는 사람들을 보니, 그 맛이 너무나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쫄깃한 수육과 매콤한 양념의 조화는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유치회관을 나섰다.
유치회관은 단순히 유명한 해장국집이 아닌, 수원 사람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추억의 장소라는 느낌을 받았다. 오랜 시간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유치회관.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뱃속은 든든했고 마음은 따뜻했다. 오늘 밤은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유치회관 인계동 본점
* 주소: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132-4
* 전화번호: 031-235-0325
* 영업시간: 24시간
* 메뉴: 해장국 11,000원, 수육 35,000원, 수육무침 35,000원





